현대건설 '10조' 눈앞…삼성물산도 '대어' 품고 추격
'5조 클럽' 4곳 vs 실적 하락…대형사도 '양극화'
포트폴리오 재편·안전사고 여파…보수 경영 기조 이어져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10대 건설사의 올해 3분기 누적 수주액이 39조원에 달해 지난해와 비교해 10조원 넘는 증가세를 나타냈다. 특히 지난해 도시정비 수주액이 5조원을 넘긴 건설사가 현대건설 한 곳밖에 없던 것과 달리, 올해는 3분기 만에 4개사로 늘어났으며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10조 클럽' 가입 역시 점쳐진다.
다만 대형 건설사 중에서도 지난해에 못 미치는 도시정비 수주 성과를 보이는 건설사들이 존재해, 최상위 기업 이미지를 지닌 기업들에게 수주가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 현대건설 '10조' 눈앞…삼성물산도 '대어' 품고 추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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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상위 10대 건설사의 3분기 누적 수주액만 37조7000억원을 넘어서며 지난해 연간 실적(약 27조8000억원)을 10조원 가까이 초과 달성했다.
지난해에 비해 전반적인 건설사들의 수주 실적은 호조세를 보였다. 특히 국내 시공사 순위 선두를 다투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각각 연말까지 수주액 10조원을 넘어서는 '10조 클럽'을 눈앞에 두며 양강 구도를 이루고 있다.
현대건설의 '10조 클럽' 가입은 사실상 확정된 수순으로 보인다. 현재 공사비 1조4663억원에 달하는 서울 성북구 '장위15구역' 재개발 사업의 유력한 시공사 후보이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앞선 두 차례의 입찰에 모두 단독으로 참여했으며, 이에 따라 경쟁입찰이 유찰되어 수의계약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장위15구역 수주에 성공할 경우, 현대건설의 연간 누적 수주액은 10조1541억원으로 늘어나 업계 역사상 처음으로 10조원의 벽을 넘는 건설사가 될 전망이다. 이는 현대건설이 2022년에 세운 역대 최고 기록인 9조3395억원을 경신하는 것이기도 하다.
삼성물산 역시 현대건설을 뒤이어 '10조 클럽' 달성이 유력하다. 약 7500억원 규모의 여의도 대교아파트 수주가 유력한 가운데, 만약 여의도 대교까지 수주에 성공한다면 8조3001억원의 연간 수주고를 올린다.
다만 '10조 클럽' 가입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대형 수주 확보가 필수적이다. 삼성물산은 1조9435억원 규모의 은평구 증산4구역에 DL이앤씨와 컨소시엄 형태로 수주를 노리고 있다. 이와 더불어 추가 수주가 진행된다면 '10조 클럽'을 넘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두 거대 기업이 동시에 10조원 수주를 넘보는 현상은 이른바 최상위 건설사들에 대한 선호도가 짙어지면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보인다. 압구정, 성수 등 서울 핵심 지역의 도시정비 프로젝트 규모가 조 단위를 훌쩍 넘어서면서, 막대한 자금 조달 능력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보증 역량을 갖춘 최상위 건설사 외에는 입찰 참여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선 대교아파트 역시 롯데건설과 삼성물산의 맞대결이 예상됐지만, 막판에 롯데건설이 입찰을 포기하면서 수의계약으로 넘어가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또한 강남 재건축 단지인 개포우성4차에서는 삼성물산에 준하는 대형 건설사의 입찰 참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며 조합장 해임까지 이뤄지기도 했다.
◆ '5조 클럽' 4곳 vs 실적 하락…대형사도 '양극화'
두 건설사를 포함한 도시 정비 상위 건설사들의 전반적인 성과도 주목된다. 지난해 현대건설이 유일하게 '5조 클럽'을 넘겼던 것과 달리, 올해는 앞선 두 건설사를 포함해 3분기 기준으로 포스코이앤씨(5조3601억원)와 GS건설(5조1440억원)도 나란히 '5조 클럽'에 가입하며 상위 4개사의 수주액이 26조원을 넘어섰다.
대형 건설사들 사이에서도 양극화가 두드러진다. 상위 4개사의 수주액은 10대 건설사 전체 수주액의 약 68%를 차지하며, 특히 선두 2개사인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의 점유율만 합쳐도 전체 시장의 40%를 상회한다.
그 뒤를 HDC현대산업개발(3조7874억원), 롯데건설(2조9521억원), DL이앤씨(2조6830억원) 등이 잇고 있지만, 선두 그룹과의 격차는 상당하다. 그리고 그 이하 순위의 건설사들로 내려가면 실적 하락 폭은 더욱 가팔라져, 대형사들 사이에서도 뚜렷한 차이를 내고 있다.
특히 시공능력평가 3위인 대우건설의 수주 실적은 주춤한 모양새다. 3분기 누적 수주액은 1조9355억원으로, 지난해 실적인 약 3조원에는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다. 이는 대우건설이 올해 급등하는 원자재 가격, 인건비 상승, 금융 비용 문제로 안정성에 무게를 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지난 8월 삼성물산과 각축전을 벌였던 개포우성7차 수주전에서 패배한 것이 수주 잔고를 늘리지 못한 주요한 이유 중 하나로도 보인다.
◆ 포트폴리오 재편·안전사고 여파…보수 경영 기조 이어져
사업 포트폴리오를 개편하면서 도시정비 사업을 축소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SK에코플랜트는 3분기까지 수주액이 6793억원에 그치며 2024년 실적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는 최근 SK에코플랜트가 전통적인 주택 사업 비중을 줄이고, 반도체 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신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재편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8월 글로벌 투자회사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과 리뉴어스, 리뉴원, 리뉴에너지충북 등 환경 자회사 3곳의 지분 100%를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오는 12월 SK트리켐, SK레조낙, SK머티리얼즈제이엔씨,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 등 4개 기업의 자회사 편입을 추진 중이다.
산업 재해의 여파로 신규 사업에 보수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건설사들도 다수다. 과거 꾸준한 상위권 실적을 기록했던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도시정비사업에서 단 한 건의 수주도 기록하지 못했다.
이는 연이어 발생한 건설 현장 안전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내부 안전 및 품질 관리 시스템을 전면 재정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2월 발생한 세종포천고속도로 세종~안성 구간 교량 붕괴사고로 노동자 4명이 숨지는 등 공사 현장에서 연이어 인명 사고가 발생했다. 때문에 추가 수주보다는 기업 재정비를 통해 내년 활로를 모색 중이다. 포스코이앤씨 역시 지난 4월 신안산선 붕괴 사고 이후 연이어 인명 사고가 발생하면서 보수적인 사업 참여 기조를 이어왔다. 광주 챔피언스시티의 시공권을 포기한 것이 대표적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시공사의 브랜드와 기업 이미지가 결국 도시정비 수주를 가르는 주요 핵심 요인"이라며 "특히 산업 재해 사고에 국민적 관심도가 높아지며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입힌 것도 주요했다"고 설명했다.
dos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