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벨기에 펀드 판매사 '불완전 판매 의혹' 검사
불완전판매로 제재받은 한투증권, 내부통제 체계 도마
IMA 지정 선점 한국투자증권, 막판 벨기에 펀드 변수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금융감독원이 손실 해외부동산 펀드 관련 첫 검사 대상으로 '벨기에 펀드' 판매사를 지정하면서 검사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금감원은 펀드 판매 과정에서 자본시장법상 위법 사항 여부를 꼼꼼히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소비자 보호를 핵심 기조로 내세운 만큼 고강도 검사와 제재로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벨기에 펀드의 최대 판매사인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종합투자계좌(IMA) 지정을 앞두고 있어 '내부통제' 이슈가 또 다시 불거질 수 있다.
17일 금융당국 및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900억원의 자금을 모은 뒤 전액 손실을 낸 '벨기에 펀드' 판매사 한국투자증권, KB국민은행, 우리은행에 대한 현장검사를 진행했다. 불완전 판매 의혹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다.
벨기에 펀드는 벨기에 정부 기관이 사용하는 현지 오피스 건물의 장기 임차권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2019년 6월 설정됐다.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이 공모와 사모를 나눠 총 900억원을 모집했고 나머지 금액은 현지 대출을 통해 마련했다. 한국투자증권은 해당 펀드를 589억원어치 팔아 투자자가 가장 많이 몰려 있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200억원, 120억원어치 판매했다.
당초 5년간 운용한 뒤 임차권을 매각해 수익 분배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약화하면서 매각에 실패했고 전액 손실이 현실화됐다. 벨기에 펀드 투자자들은 펀드 자금 모집 당시 판매사가 '안전한 투자'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수백 건의 투자자 민원이 제기된 상태다. 금감원은 펀드 판매 과정에서 자본시장법상 위법 사항 여부를 들여다본다.
업계에선 이찬진 원장 취임 후 펀드 불완전 판매 의혹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첫 사례라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이 원장이 소비자 보호를 금감원 핵심 기조로 내세웠기 때문에 고강도 검사와 제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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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증권사 중 '1호 IMA 지정'을 기대하고 있는 한국투자증권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한국투자증권은 IMA 인가를 신청한 증권사 중 유일하게 금감원 실사를 마친 상태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순이익 동반 '1조 클럽'을 달성한 한국투자증권은 업계 최고의 수익성과 재무건전성, 트레이딩 경쟁력으로 'IMA 1호' 타이틀을 거머쥘 것이란 관측이 높았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지난달 한양대학교에서 열린 채용설명회에서 "IMA 사업자는 아무한테나 주어지지 않는다"며 "우리 한국투자증권이 1호로 인가를 받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본다"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금융당국의 '벨기에 펀드' 검사라는 변수를 만났다. 이번 IMA 지정 심사에 제재 이력 등 '대주주 적격성' 요건은 적용되지 않지만 '내부통제 체계'는 기본 심사 대상이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내부통제 체계가 일반적인 수준 이상이면 IMA 심사 과정에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지만, 이번 벨기에 펀드 검사에서 불완전 판매가 확인될 경우 문제 소지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4월 사모펀드 불완전 판매 이슈로 기관경고 제재를 받은 것을 포함해 올해 들어 불건전 영업 행위 위반, 전자금융거래 안전성 확보 의무 위반 등으로 세 차례나 금융당국 제재를 받은 바 있다.
금융당국은 IMA 신규 사업자 지정과 관련 내년부터 본인 제재이력, 대주주 요건 등을 지정 요건에 포함하기로 했다. 올해가 IMA 사업자 지정을 위한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는 평가가 나온다.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