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수소'가 뭐길래…탄소포집(CCUS) 시장 뛰어드는 건설사들
글로벌 수소 시장 2050년까지 600조…건설사들 "연계성 강화"
삼성·현대 'SMR' 경쟁 치열…해외 원전사와 '맞손'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건설업계가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장기화된 주택 경기 침체로 수익 기반이 흔들리면서 미래 먹거리 창출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데다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따른 수요를 확보해 수익 구조 다각화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 '블루수소'가 뭐길래…탄소포집(CCUS) 시장 뛰어드는 건설사들
![]() |
(왼쪽에서 6번째) 김태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장, (왼쪽에서 5번째)김재영 현대건설 기술연구원장 등을 비롯한 주요 관계자들이 'CO2 포집·액화 통합공정 실증시설 준공식'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제공=현대건설] |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의 탄소 중립 정책에 따라 건설사들은 기존의 플랜트 엔지니어링 및 인프라 구축 역량을 활용해 소형모듈원전(SMR), 수소 에너지, CO₂(이산화탄소) 포집 등 핵심 분야를 주축으로 사업 다각화를 모색 중이다.
최근 부각되는 흐름은 수소 에너지 사업에서의 탄소 포집 시설 준공이다. 현대건설은 최근 경기도 평택 수소특화단지에 'CO₂ 포집·액화 실증시설' 준공식을 가졌다.
해당 시설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책과제인 '블루수소 생산을 위한 하이브리드 CO₂ 포집·액화 기술 개발'의 결과물로, 현대건설은 수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기가스로부터 연간 3만톤 규모의 CO₂를 안정적으로 포집·액화해, 포집 효율 90% 이상을 노릴 계획이다. 현대건설은 이외에도 선박처럼 바다에 띄워 CO₂를 저장하는 '부유식 탄소 포집·저장(CCS)' 기술 역시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같이 수소 생산에 CO₂ 포집이 필수적인 이유는 정부가 지향하는 수소 생산 방식의 특성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수소는 액화천연가스(LNG), 암모니아 등의 화석연료 개질 과정을 통해 생산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가 동반 발생한다. 이 상태의 수소를 '그레이 수소'로 칭하는데, 생산 비용은 저렴하지만 환경 규제나 기후 변화 대응에는 한계를 보인다. 따라서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야만 한다.
따라서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CCS)하거나 포집·활용·저장(CCUS)하는 기술이 동원되며, 포집 기술을 통해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수소가 '블루 수소'다. 이 같은 포집 기술들은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등 탄소 감축이 어려운 산업 부문을 탈탄소화하기 위한 필수적이고 현실적인 중단기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현대건설과 같이 다른 건설사들도 CO₂ 포집 시장에 발을 들이는 추세다. DL이앤씨는 자회사 카본코(CARBONCO)를 통해 국내 CCUS 시장을 점유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인도네시아 복합화력발전소 CCS 프로젝트 등 글로벌 시장으로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GS건설도 지난해부터 독일 글로벌 화학기업 바스프(BASF)와 탄소포집장치 표준 모듈화 사업에 나서고 있으며, SK에코플랜트는 영월 연료전지발전소 등 300kW 고체산화물연료전지에서 발생하는 탄소의 CCU, 탄소 포집·액화 실증에 나섰다.
◆ 글로벌 수소 시장 2050년까지 600조…건설사들 "연계성 강화"
건설사들이 수소 에너지 핵심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글로벌 수소 시장의 전망 때문이다. 글로벌 수소 시장은 2050년까지 600조원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거대 시장으로, 정부 역시 2050 탄소중립 선언에 이어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수립해 에너지 전환, 제로에너지빌딩(ZEB), 그린리모델링 등의 정책적 기반을 제공하는 중이다.
또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야 하는 그룹사의 특성에 발맞춰 연계 효율성을 높일 수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수소 밸류체인(생산-저장-운송-활용) 전반을 아우르는 맞춤형 솔루션 'HTWO Grid' 전략을 추진 중인데, 이에 발맞춰 현대건설 역시 관련 시설을 확충해 그룹 차원에서의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대비하는 것이다. 실제 현대건설은 블루 수소 외에도 그린 수소 생산 역량 확보를 위해 전북 부안에 국내 최대 규모의 상업용 수전해 기반 수소생산기지를 건설하기도 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Net Zero)과 기후변화 대응이 화두가 되면서, 에너지 저장장치(ESS), 스마트 그리드, 수소 경제 등 연관 산업과의 연계성 강화되고 있다"며 "건설업계는 국내외 태양광·풍력 발전소의 EPC(설계·조달·시공) 사업에 참여하고, 발전소 운영까지 확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 삼성·현대 'SMR' 경쟁 치열…해외 원전사와 '맞손'
![]() |
삼성물산-GVH SMR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식 (왼쪽부터 GVH SMR 부문 CEO 제이슨 쿠퍼 사장, 삼성물산 오세철 대표이사 사장, GE버노바 전력 부문 CEO 마비 징고니 사장, 삼성물산 원전영업팀장 김정은 상무) [제공=삼성물산 건설부문] |
SMR 시장 역시 꾸준히 건설사들에게 각광받는 친환경 에너지 사업 중 하나다. 특히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앞다퉈 해외 유명 원전 기술 보유 건설사들과 협업을 통해 사업 확장을 이어나가고 있다. 현대건설은 미국의 SMR 기업인 홀텍(Holtec)과 손잡고 SMR-300 모델에 집중해 미국 미시간주 팰리세이즈 원전 부지에 사업비 2조원 규모의 SMR을 건설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미국 뉴스케일파워(NuScale Power)에 총 7000만 달러를 투자하며 주요 파트너로 자리매김한 삼성물산은 최근 들어서는 GE버노바-히타치 원자력에너지(GVH)와 유럽 및 중동 지역 사업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삼성물산은 GVH와 합작을 통해 스웨덴·에스토니아에서 SMR 사업을 추진하는 등 유럽·동남아시아·중동 지역의 사업 과정에서 참여할 예정이다.
대우건설 역시 2023년 한국수력원자력과 혁신형 SMR 개발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으며, 올해 3월 한전KPS와도 SMR 협력체계를 구축하며 관련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에너지 사업은 글로벌 트렌드이자 미래 성장산업으로 에너지 시장에서의 역할 확대, 친환경 건축 강화, 첨단 기술 및 신사업 진출 등을 위해 적극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dos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