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서 터진 '지주택 폐지론'…서희건설 비리가 '기름'
전국 사업장 58%가 '초기 단계'…좌초 시 매몰비용 '눈덩이'
업계 "무책임한 발언" 반발…"토지확보율 80%로 낮추면 해결"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역주택조합(지주택) 사업의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관련 사업장과 조합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전국 618개 사업장 중 절반 가량이 사업 초기인 조합원 모집 신고 단계에 머물고 있는 만큼, 실제 폐지가 이행된다면 정비사업 지연과 그에 따른 막대한 매몰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계자들은 문제가 되고 있는 알박기는 토지확보율을 낮추면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김 장관의 발언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반박했다.
◆ 국감서 터진 '지주택 폐지론'…서희건설 비리가 '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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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류기찬 기자 =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5년 국토교통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10.13 ryuchan0925@newspim.com |
1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국토부 장관의 '지주택 폐지론' 발언으로 인해 상당수 사업장이 좌초 위기에 직면했다. 앞서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지난 13일 국정감사에서 "'알박기' 등 병폐가 심각한 지주택 사업의 폐지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게 원칙"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강경 발언의 배경에는 지주택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서희건설의 비리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서희건설은 전국 16개 지주택 사업장 중 10곳에서 행정 위반 사항 18건이 적발됐다.
또한 경기 용인시 보평역 인근 지주택 사업과 관련해서는 고위 임원인 송 모 부사장이 전 조합장에게 13억7500만원의 뇌물을 주고 385억원의 공사비 증액을 관철시킨 혐의로 구속 기소돼,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받게 됐다. 경기 화성 지주택 사업에서는 '알박기' 의혹이 제기돼 국정감사에서 질타를 받기도 했다.
◆ 전국 사업장 58%가 '초기 단계'…좌초 시 매몰비용 '눈덩이'
문제는 현재 전국 지주택 사업장의 절반 이상이 사업 초기인 '조합원 모집 신고'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제도 폐지 시 이들 사업장의 조합원들이 투자한 막대한 매몰비용에 대한 피해가 우려된다.
업계에 따르면 전국 총 618개 지주택 사업장 중 58.2%가 초기 단계인 모집신고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립인가 단계는 24.3%, 마무리 단계에 가까운 사업계획승인 단계는 26.5%이다. 모집 신고 단계가 절반 이상을 차지해, 제도 폐지 시 매몰 비용에 따른 이 지역 조합원들의 막대한 금전적 피해와 혼란이 우려된다.
폐지 방안과 더불어 대안 사업 모델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개발 소외 지역과 핵심지 간 차별 심화 우려도 상당하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서울 시내 지주택 사업장 총 118곳 중 약 74%에 해당하는 87곳이 모집 신고 단계에 머물러 있다. 특히 ▲동작구(17곳) ▲은평구(10곳) ▲관악구(9곳) ▲구로구(7곳) 등에 모집신고 단계 사업장이 집중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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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택 사업장이 몰린 자치구들은 오래된 빌라나 다세대·다가구 주택과 같은 저층 주거지가 밀집해 있는 노후 지역이다. 아파트 단지나 대형 빌딩이 모인 도심지보다 소규모 필지로 나뉜 저층 주거지가 토지를 매입하고 소유주들을 설득하기에 상대적으로 용이하기 때문에 지주택을 사업 모델로 삼은 것인데,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경우 이들 지역의 정비 사업이 지연되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김광수 명지공간개발 대표는 "지주택 사업은 정비 구역에서 소외된 지역을 재정비해서 주거 환경을 개선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며 "이를 폐지하는 건 개발 낙후 지역의 정비 사업이 지연되는 차별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업계 "무책임한 발언" 반발…"토지확보율 80%로 낮추면 해결"
업계 관계자들은 김 장관의 발언을 두고 강한 유감을 표하며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김옥진 전국지역주택조합연합회 위원장은 "추석 연휴 바로 전 주에 서울 및 수도권 지역의 조합장 10여 명과 함께 국토부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며 "당시 국토부는 '(지역주택조합 제도를) 폐지까지 하는 것은 힘들 것 같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런 배경에서 돌연 국토부가 입장을 바꿔 폐지를 검토한다는 것은 황당하다는 것이다.
이어 "국가가 만든 제도권 안에서 인허가를 받아 전국에 26만여 명의 조합원이 모집됐는데, 아무 대책 없이 폐지한다면 매몰 비용으로 인한 이 잠재적 피해자는 어떡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 역시 "전국 618개 사업장 조합원이 투자한 매몰비용은 1인당 6000만원으로 가정해도 약 15조원을 넘어간다"며 "정부가 '조합원 모집 필증'을 내주며 사업을 공인한 만큼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알박기'의 원인이 되는 95% 토지 확보 조항을 재개발 수준인 75~80%로 낮추면 대다수 사업장이 정상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주택 사업이 정비구역에서 소외된 노후 주거지를 개선하고, 정부 재정 투입 없이 36만 가구의 신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순기능이 있다며, 문제점만 보고 제도를 없애는 것은 획일적인 결정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유독 지역주택조합만 토지 확보율이 95%로 높게 설정돼 있어 사업 승인도 못 받고 착공도 못 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할 일은 사업 승인 조건 완화를 통해 빠져나갈 수 있는 출구 전략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 역시 "진행되고 있는 사업지는 빨리 출구로 내보내 줘야 한다"며 "법과 제도만 현실적으로 약간만 보완해 주면 지역주택조합의 순기능을 살려 주택 공급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dos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