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올해 노벨 문학상은 1985년 장편 소설 '사탄탱고'로 데뷔한 헝가리 작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71)가 수상했다.
"그의 강렬하고 통찰력 있는 작품 세계는 묵시록적 공포 속에서도 예술의 힘을 재확인하게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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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위원회 홈페이지=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2025년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헝가리 작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2025.10.09. ihjang67@newspim.com |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9일(현지 시간)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크러스너호르커이 작가를 선정했다"며 "그는 카프카를 거쳐 토마스 베른하르트에 이르기까지 중부 유럽의 전통을 잇는 위대한 서사시 작가"라고 밝혔다.
1954년 헝가리 주라에서 태어난 크러스너호르커이는 31세 때인 1985년 장편 '사탄탱고'로 등단했다. 이 작품은 무너져가는 시골 공동체를 암울하면서도 매혹적으로 그려냈다는 평을 받았다.
이 책은 발간된 지 30년이 된 지난 2013년 영어번역본이 '최우수 번역 도서상'을 수상했다. 헝가리 영화 감독 벨라 타르가 이 소설을 7시간 짜리 영화로 만들기도 했다. 그는 이후 '베크마이스터 하모니즈', '런던에서 온 사나이', '토리노의 말' 등 벨라 타르 감독 영화의 각본을 썼다.
크러스너호르커이는 문학계에서 포스트모던 작가로 분류된다. 긴 호흡의 문장과 디스토피아적이고 우울한 주제, 끝없이 몰아치는 강렬함으로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평론가들은 그를 고골, 멜빌, 카프카와 비교하기도 한다.
노벨위원회는 "그의 작품은 부조리와 그로테스크한 과잉이 특징"이라고 했다. 수선 손택은 그를 "현존하는 묵시록 문학의 최고 거장"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2012년 영국 일간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내가 문학계에 있는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작가가 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1987년 처음으로 공산주의 헝가리를 떠나 독일 서베를린에서 1년간 살았다. 이후 몽골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를 여행하면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우르가의 죄수' '파괴와 슬픔 속에서' '북쪽의 산, 남쪽의 호수, 서쪽의 길, 동쪽의 강' '저항의 멜랑콜리' '전쟁과 전쟁' 등의 작품을 썼다.
크러스너호르커이는 지난 2015년 헝가리 작가로는 처음으로 맨부커상(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