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경찰 충돌로 5명 사망, 70여 명 부상
印 정부 "선동적인 발언이 폭력 사태 불러"
시위 주축 "여당의 공약 미 이행과 지역 청년 실업이 시위 촉발"
[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히말라야 산맥에 위치한 인도 최북단 연방 직할지인 라다크에서 수백명이 참가한 시위가 벌어졌다. 라다크의 자치권을 요구하는 시위가 폭력 사태로 번지며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시위대 측은 이번 시위가 "인도 Z세대의 혁명"이라고 주장했다.
25일(현지 시간) 민트 등에 따르면, 전날 라다크 중심지 레(Leh) 지역에서 수백 명이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이끄는 인도국민당(BJP)의 레 지역 본부 사무실을 습격해 방화를 저질렀고, 지역 행정책임자 사무실과 경찰 차량에도 불을 질렀다.
시위대는 경찰과도 충돌했다. 시위대가 돌을 던지고 경찰이 곤봉을 휘두르거나 최루탄을 쏘면서 5명이 사망하고 경찰관 포함 70명이 부상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인도 정부는 환경 운동가 소남 왕축(58)의 도발적 발언이 폭력 사태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인도 내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24일 오전 11시 30분경 (소남 왕축의) 도발적인 연설에 의해 선동된 시위대가 단식 투쟁 장소를 떠나 정당 사무실과 레 선거관리위원회(CEC)의 정부 사무실을 공격했다"며 "경찰은 방어 차원에서 총을 쏠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안타깝게도 일부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왕축은 지난 10일부터 단식 투쟁을 벌여왔다. 라다크 지역의 주 승격 요구 시위를 주도해 온 왕축이 연설 중 '아랍의 봄'과 네팔의 'Z세대 시위' 등을 언급하면서 국민을 오도했다는 게 인도 연방 정부의 주장이다.
내무부는 "왕축이 도발적인 발언으로 시위대를 선동한 것은 분명하다"며 "그러나 폭력 사태가 벌어지는 와중에 그(왕축)는 단식을 철회하고 구급차를 타고 마을로 도망쳤다.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카빈더 굽타 라다크 부지사는 방글라데시 및 네팔에서 최근 일어난 청년 시위와 비교한 사람들이 이번 폭력 사태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굽타는 영상을 통해 "오늘 이 일을 막지 않았다면 그들은 레 전체를 파괴하고자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왕축은 24일 저녁 TV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폭력 사태는 BJP가 2020년 했던 공약을 지키지 않고 지역 청년층의 수년간의 실업으로 촉발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청년들은) 지난 5년간 실업 상태였고, 특히 고위직 일자리는 거의 없었다. 민주주의가 위축됐다"며 "이것(수요일의 시위)은 Z세대 혁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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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다크 로이터=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24일(현지 시간) 인도 최북단 연방 직할지 라다크의 중심 지역인 레(Leh)에서 자치권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며 5명이 사망하고 70여 명이 부상했다. 2025.09.25 hongwoori84@newspim.com |
히말라야 산맥 북쪽에 있는 라다크는 해발 3000m 이상의 고산지대다. 현재 약 30만 명이 거주 중으로, 과거 외교와 국방을 제외한 자치권을 가진 잠무·카슈미르주에 속해 있었다.
그러나 2019년 8월, 인도 연방정부는 잠무·카슈미르주의 헌법상 특별지위를 박탈한 뒤 잠무, 카슈미르, 라다크로 분리해 연방 직할지로 편입했다.
민트에 따르면, 잠무, 카슈미르와 달리 라다크에는 의회가 없다. 중앙 정부의 직접 통치를 받게 되자 왕축 등은 라다크에 특별지위를 부여해 지방자치단체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자치권을 요구해 왔다.
인도 연방정부는 라다크의 요구 사항을 검토하기 위해 고위급 위원회를 구성했다. 지난 3월 라다크 대표단과 아밋 샤 연방 내무장관이 델리에서 만났지만 회담은 진전 없이 마무리됐다.
이후 라다크에서는 지방 자치권 확대를 요구하는 여러 시위가 잇달아 발생했다. 특히 왕축 등 주축 세력이 10일부터 단식 투쟁에 돌입하자 연방정부 내무부는 내달 6일 회담을 갖자고 제안했지만, 라다크 측은 이에 불만을 표시했다. 이미 10여 일 넘게 단식 투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10월 초의 회담일은 너무 멀다는 이유에서였다.
급기야 단식 투쟁 중이던 일부 사람들이 건강 악화로 병원으로 이송되면서 대규모 시위의 도화선이 됐다고 민트는 지적했다. 시위대는 연방정부의 회담 지연과 무관심으로 좌절감을 느꼈다고 매체에 전했다.
hongwoori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