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조 규모의 로열티 수익 예상
FDA 허가 이어 유럽 진출도 청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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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알테오젠의 피하주사 제형 기술이 적용된 머크(MSD)의 '키트루다 큐렉스'가 미국 허가를 받았다. 제품이 시장에 안착할 경우 알테오젠은 연간 1조원 규모의 로열티 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정맥주사(IV) 중심이던 항암제 투여 방식에 변화가 시작되면서, 알테오젠의 기술력이 글로벌 항암제 시장 판도를 바꿀지 주목된다.
22일 알테오젠에 따르면 파트너사인 머크가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키트루다 피하주사(SC) 제형 제품인 키트루다 큐렉스에 대한 품목 허가를 획득했다. 이번 허가는 흑색종, 비소세포폐암, 두경부암, 요로상피암, 위암, 자궁경부암, 담도암 등 고형암 38개 적응증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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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트루다 큐렉스 |
키트루다는 면역항암제 중 가장 많은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항암제이자 전체 의약품 매출 1~2위를 다투는 초대형 블록버스터 약물이다. 지난해 전 세계 매출 규모는 295억 달러(41조)로 집계됐다.
기존 키트루다는 정맥주사(IV) 제형으로 투여에 30분 이상 소요된 반면, 알테오젠의 인간 유래 히알루로니다제 기술 'ALT-B4'가 적용된 키트루다 큐렉스의 투약 방식은 3주에 한 번 1분 혹은 6주에 한 번 2분으로 단축된다. 인간의 피하조직에는 '히알루론산'이라는 성분이 있어 약물이 잘 퍼지지 않고 한 번에 많이 투여하기 어려운데, 알테오젠의 ALT-B4 기술이 피부 속에 통로를 만들어 약물이 빠르게 흡수되도록 돕기 때문이다.
치료 방식이 피하주사 제형으로 전환되면 환자와 의료기관 입장에선 이점이 크다. 환자는 주사 투여를 위해 오랜 시간 병원에 머무를 필요가 없어 치료 부담이 줄어들고, 의료진 입장에서는 진료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다.
키트루다SC는 연매출 40조 원에 달하는 키트루다의 시장 지위를 강화하고, 특허 만료 이후에도 매출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전략적 무기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키트루다는 오는 2028년 특허가 만료되면서 바이오시밀러의 등장으로 매출이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돼왔다.
머크는 이달 말 키트루다 큐렉스를 미국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2028년에는 전체 키트루다의 매출 절반 이상을 SC 제형이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30년 키트루다 큐렉스의 연 매출은 20~30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알테오젠은 머크와 지난 2020년 ALT-B4에 대한 비독점적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지난해 2월 해당 기술을 키트루다SC에 독점 사용하도록 계약 내용을 변경하면서 4억 5200만 달러 규모의 딜이 성사됐다. 이번 허가에 따라 단계별 마일스톤을 추가 수령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키트루다 큐렉스 판매에 따라 알테오젠이 확보하는 로열티 수익이 연간 1조원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선아 하나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알테오젠은 키트루다 SC 출시 후 5년이 흐른 2030년 연간 로열티로만 12억달러(약 1조6700억원)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미국 허가에 앞서 키트루다SC의 유럽 진출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 또한 키트루다SC에 대해 '긍정적 의견(positive opinion)'을 제시했다. 유럽 최종 허가는 연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알테오젠은 키트루다SC의 미국 허가를 계기로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SC 제형 치료제 개발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머크 외에도 일본 다이이찌 산쿄와 항체약물접합체(ADC) 치료제인 '엔허투SC'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엔허투는 다이이찌산쿄와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개발한 HER2 표적 ADC 치료제로 연매출 5조원을 넘는 블록버스터 약물이다. 지난 6월 엔허투SC 임상이 개시되면서 ADC 계열 신약에 대한 추가 기술이전 기대감이 높아졌다.
엄민용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알테오젠은 역대 계약사와 모두 다품목 계약 이력이 있다"며 "엔허투SC 임상 1상에 성공할 경우 다이이찌 산쿄의 후속 물질 SC 제형 개발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알테오젠은 스위스 제약사 산도즈와도 ALT-B4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산도즈가 개발하는 바이오시밀러 SC에 알테오젠의 원천기술을 적용하는 내용이다.
양사는 지난 2022년 바이오시밀러 한 제품에 대한 독점적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가, 지난해 7월 기존 계약을 대체하는 새로운 계약을 맺었다. 앞서 단일 품목에만 적용 가능했던 계약 내용을 다수의 파이프라인으로 확대했다. 재계약을 통해 알테오젠이 받게될 로열티는 1조 규모로 관측된다.
키트루다 큐렉스 허가를 계기로 알테오젠이 안정적인 수익 흐름을 확보하면서 코스피 이전 상장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의 몸집이 커지고 있어 코스피 이전 상장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고 투자 기반을 넓혀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돼왔다. 이에 알테오젠은 오는 10월 열리는 이사회에서 코스피 이전 상장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키트루다SC 허가로 글로벌 항암제 시장 구도가 재편되면서 알테오젠의 플랫폼 기술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으로 본다"며 "한국 기업의 원천 기술이 적용돼 블록버스터 상업화로 이어진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s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