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침체 넘어 글로벌로…패션 플랫폼 '출구 찾기'
무신사·W컨셉·에이블리, 아시아 시장 집중 공략
현대백화점도 합류…K패션·뷰티 동반 수출
일본을 교두보로 대만·홍콩·중국, 북미·유럽까지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국내 패션 플랫폼들이 K팝과 드라마 등 K콘텐츠 인기에 힘입어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포화 상태에 이른 내수 시장에서 성장의 한계를 느낀 업체들이 일본을 비롯해 중국, 북미, 유럽까지 무대를 넓히며 K패션 확산에 나선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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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챗GPT 제공] |
◆내수 침체 넘어 글로벌로…패션 플랫폼 '출구 찾기'
12일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올해 현지 오프라인 매장을 열며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무신사는 2021년 첫 해외 법인 '무신사 재팬'을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이어 일본, 태국 등 13개국에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를 열고 국내 브랜드의 해외 수출 허브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말까지 글로벌 스토어의 연평균 성장률은 260%를 기록했다.
대표 사례가 디자이너 브랜드 '마뗑킴(Matin Kim)'이다. 무신사는 지난해 11월 마뗑킴 일본 총판을 맡은 데 이어 올해 4월 도쿄 시부야에 1호 매장을 오픈했다. 매장은 오픈 나흘 만에 주요 품목이 완판되며 일본 소비자들에게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마뗑킴은 올 하반기 일본 외에도 대만, 홍콩에 신규 매장을 예고하며 아시아 전역으로 확장 중이다. 무신사는 또 중국 안타스포츠와 합작해 '무신사 차이나'를 설립, 중국 내 온·오프라인 유통망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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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가 오는 10월 3일부터 팝업스토어를 진행할 예정인 일본 도쿄 시부야 소재 건물 외부 전경. [사진=무신사] |
W컨셉도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섰다. 2017년부터 운영해온 글로벌몰을 최근 전면 개편해 일본어 자동 번역 기능, 현지 결제 시스템, 고객센터 등을 도입했다. 이를 기반으로 큐레이션 중심의 디자이너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워 현지 소비자를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W컨셉의 일본 매출은 올해 상반기에만 전년 대비 20% 늘었다.
에이블리 역시 일본을 주요 거점으로 삼았다. 에이블리는 일본 현지에서 여성 패션 쇼핑몰 '아무드(amood)'를 직접 론칭해 입지를 키우고 있다. 올해 상반기 아무드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50% 성장했다. 에이블리는 일본 내 성장을 바탕으로 지난달 서울 성수동에 글로벌 전용 풀필먼트 센터를 설립, 국내 셀러들의 해외 수출을 지원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많은 성수 지역에 오프라인 매장도 준비 중이다.
이밖에 현대백화점이 운영하는 K-콘텐츠 수출 플랫폼 '더현대 글로벌'은 일본 시부야에 정규 매장을 열고 K패션·뷰티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 이어 오는 10월부터는 대만 신광미츠코시 백화점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 계획이다. 더현대 글로벌은 내년 하반기 대만 주요 도시에서도 K패션·뷰티 팝업을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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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대만 신광미츠코시 백화점 야간 전경 [사진=현대백화점] |
◆일본을 교두보로 대만·홍콩·중국, 북미·유럽까지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단순한 유행이 아닌 구조적 변화로 본다. 과거에는 패션 산업이 해외에서 K뷰티만큼 빠르게 성장하지 못했다. 국가별 체형과 사이즈 차이, 현지 소비 습관이 장벽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K팝 아티스트와 드라마 속 배우들이 입는 의상이 곧바로 트렌드로 연결되면서, 한국 패션 자체가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문화 코드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일본 시장은 73조 원 규모로 한국의 1.6배에 달한다. 이처럼 시장성이 크고 지리적으로 인접한 일본을 교두보로 삼아, 플랫폼들이 대만·홍콩·중국은 물론 북미·유럽으로까지 진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에밀리아 발시테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 시니어 애널리스트는 "유럽 소비자들 사이에서 K패션의 과감하면서도 미니멀한 감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특히 소셜미디어 활용에 적극적인 Z세대·알파세대는 K패션을 단순한 의류가 아닌 자기 표현 수단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유럽 소비자층 중 장년층에게는 여전히 낯설고, 로컬 브랜드의 강한 헤리티지와 신뢰도를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스토리텔링과 현지화 전략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