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자민당 총재 사임을 발표하면서, 누가 차기 자민당 총재가 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민당은 국회의원과 당원 표의 비중을 동일하게 하는 '풀 스펙' 방식으로 내달 4일 조기 총재 선거를 실시할 것이 유력시 되고 있다.
집권당 총재가 총리를 맡는 일본의 정치 구조상 자민당 총재 선거는 일본의 차기 총리를 뽑는 선거와 마찬가지다.
9일 블룸버그 통신은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차기 총리 유력 후보와 예상되는 정책을 이미 시장에 반영하기 시작했으며, 그 중심에는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 담당상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서 있다.
재정 규율파로 평가되던 이시바 총리의 사임 소식이 전해진 8일 일본 시장에서는 앞으로 적극적인 재정 지출을 동반한 경기 부양책이 발동될 가능성과 일본은행(BOJ)의 추가 금리 인상 시기가 늦춰질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주가는 큰 폭으로 상승했고 환율은 엔화 약세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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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장중 사상 처음으로 4만4000엔을 돌파한 닛케이주가 [사진=로이터 뉴스핌] |
◆ 다카이치 당선 시 주가 상승·엔화 약세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은 적극적인 재정 지출과 완화적 통화정책을 결합한 스탠스로 시장에서는 전형적인 비둘기파로 평가된다.
BOJ의 금리 인상에는 부정적 태도를 보여온 만큼, 당선 시 엔화 약세가 심화되고 수출 기업 실적 개선 기대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1엔의 엔저가 기업 이익을 1% 가까이 끌어올린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식시장에서는 경기 부양책과 엔저 효과에 힘입어 수출 관련주와 에너지 관련주에 매수세가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과도한 재정 지출은 장기적으로 재정 악화 우려를 키워 리스크 요인으로 지적된다.
채권시장은 국채 발행 확대 부담으로 장기금리가 상승하고, 수익률 곡선이 가팔라지는 전개가 예상된다. 단기적으로는 금융완화 기대가 금리 억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재정 리스크 프리미엄이 장기 금리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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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이시바' 후보로 꼽히는 다카이치 사나에 전 일본 경제안보담당상 [사진=로이터 뉴스핌] |
◆ 고이즈미 당선 시 엔화 걍세·채권 안정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BOJ의 정책 정상화에 긍정적인 입장으로 평가된다. 당선 시 금리 정상화가 가속화하면서 엔화는 강세로 전환될 전망이다.
이는 수출 기업에는 부담이지만, 물가 안정과 소비자 구매력 회복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주식시장은 총재 선거 기간에는 기대감으로 상승세를 이어가겠지만, 고이즈미 승리 시점이 주가의 정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후에는 차익실현으로 하락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특정 종목군에는 관심이 이어질 수 있다. 시장에서는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이 일본유신회와의 연대를 모색할 경우 '부(副)수도 구상' 등 지역 성장 전략이 힘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간사이전력, 리소나홀딩스, 다이와하우스공업, 긴테쓰그룹HD, 서일본백화점 등 오사카 관련 종목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 금리 정상화 기조는 지방은행의 수익 개선에 기여할 수 있어, 지방은행주 전반도 투자처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채권시장은 재정 규율이 일정 부분 지켜진다는 기대와 함께 수익률 곡선이 평탄화되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단기금리는 인상 압력이 커지는 반면, 장기금리는 억제돼 수익률 곡선 평탄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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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이시바' 후보로 꼽히고 있는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농림수산상 [사진=로이터 뉴스핌] |
goldendo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