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미국에 260억 달러 투자키로...5개월 만에 50억 달러 늘어
추가 투자 핵심은 '로봇 공장' 신설...특유의 '선제 대응' 결단
정의선 회장의 로봇 '진심' 보스턴다이나믹스에서 구현
[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이 당초 발표했던 210억 달러(한화 약 29조원)에서 50억 달러를 늘린 260억 달러(한화 약 36조원) 미국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한미 관세협상 및 한미정상회담 일정에 맞춰 투자액을 과감히 증액함으로써 위기를 기회로 바꾸겠다는 정의선 회장의 '선제 대응' 결과다. 비율로 보면 투자 규모가 단숨에 약 24% 증가했다.
특히 정 회장이 현대차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보고 있는 로봇 분야 투자를 늘리며 현대차그룹의 미래 경쟁력 확보와 미국 현지화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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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D.C. 로이터=뉴스핌]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마이크 존슨(공화루이지애나) 미국 연방 하원의장,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가 자리한 가운데 연설하고 있다. |
◆ 현대차그룹, 대미 투자액 260억 달러로...5개월 만에 50억 달러 늘려
현대차그룹은 26일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 직후 올해부터 4년간 미국에 26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3월 트럼프 대통령이 배석한 백악관에서 발표한 210억 달러보다 약 7조원 증가한 액수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투자 핵심 분야는 '제철, 자동차, 로봇'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투자를 통해 미국 정부의 정책에 대응하는 한편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기회를 확대해 모빌리티를 비롯한 미래 사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동시에 한국과 미국의 경제 협력이 더 확대되고, 양국의 경제 활성화가 촉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루이지애나 주에 270만톤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한다. 저탄소 고품질의 강판을 생산해 자동차 등 미국 핵심 전략산업에 공급할 예정이다.
루이지애나 제철소가 완공되면 현대차그룹은 미국내에서 철강-부품-완성차로 이어지는 밸류 체인을 구축하게 돼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동차 생산능력도 확대한다. 지난해 70만대였던 미국 완성차 생산능력을 큰 폭으로 확대하고 전기차, 하이브리드, 내연기관 차 등 다양한 차종 라인업을 선보여미국 소비자의 니즈에 더 신속하게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부품 및 물류 그룹사들도 설비를 증설해 부품 현지화율을 높이고 배터리팩 등 전기차 핵심부품의 현지 조달을 추진하는 등 완성차-부품사간 공급망을 강화한다.
3만대 규모의 로봇 공장도 신설한다. 신 로봇 공장을 미국 내 로봇 생산의 허브로 자리매김시킴으로써 향후 확대될 로봇 생태계의 중심 역할을 한다는 구상이다.
현대차그룹은 로봇은 물론 자율주행, AI, SDV 등 미래 신기술과 관련된 미국 유수의 기업과 협력을 확대하고, 보스턴다이나믹스(Boston Dynamics), 모셔널(Motional) 등 현대차그룹 미국 현지 법인의 사업화에 속도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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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다이나믹스의 로봇 '스팟'과 함께 등장하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차] |
◆ 추가 투자 핵심은 '로봇 공장' 신설...정의선 회장의 '선제 대응' 결단
지난 3월 투자 계획과 이번 계획에서 눈에 띄는 차이는 '3만대 규모의 로봇 공장 신설'이다. 장소와 시기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루이지애나 제철소와 같이 미국 현지에 양산형 로봇 공장을 짓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의선 회장은 최근 로봇 사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미래 모빌리티 시장 선점을 위한 전기차(EV) 및 수소전기차 개발에 집중하면서도 로봇 사업에 아낌없는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정 회장은 최근 공개된 미국 매체 오토모티브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제조 시설은 소프트웨어 중심의 AI, 디지털 트윈 및 기타 첨단 기술을 통해 차세대 제조 기술을 위한 혁신 허브로 진화하고 있다"며 "또한 품질 향상과 인간 중심의 작업 환경을 위해 최첨단 로봇기술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제조업의 미래를 사람과 기계의 협업으로 보고 있다. 진정한 힘은 인간과 로봇이 함께 이룰 수 있는 것에 있다"며 "우리 시설에서는 기계가 반복적인 공정을 처리함으로써, 사람은 창의적이고 복잡한 작업에 집중할 수 있어 실제 가치를 창출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의 로봇에 대한 '진심'은 미국 자회사인 보스턴다이나믹스에서 그려지고 있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정 회장이 지난 2021년 직접 사재를 출연해 인수한 로봇 기업이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지난 3월 현대차그룹의 미국 투자 계획 발표 후 보도자료를 통해 "현대차그룹이 새로운 투자의 일환으로 앞으로 수년 동안 수만 대의 보스턴다이나믹스 로봇을 구매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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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다이나믹스가 공개한 영상에서 아틀라스가 스팟 다리 부품을 들어 접는 동작을 구현하는 모습 [사진=Boston Dynamics 유튜브 채널] |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아직 흑자를 내지 못했지만 현대차그룹의 투자는 꾸준하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에 따르면 피지컬 AI를 적용한 글로벌 로봇 시장은 2050년까지 41억5400만 대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며,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만 해도 연평균 60.7%라는 폭발적인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주로 고정된 공정 자동화에 집중되어 있는 기존 로봇 시장과는 달리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이동성과 자율성을 겸비한 차세대 로봇이라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현대차는 로봇 자체의 생산성은 물론 이를 활용한 서비스 로봇 시장 확장 가능성도 고려 중이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최근 엔비디아와의 기술 협력을 통해 기술 고도화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3월 엔비디아의 로봇 AI 플랫폼 아이작 그루트 N1(Isaac GR00T N1)을 아틀라스에 사전 적용하며, 작업 공간 인식·행동 예측 등의 알고리즘 성능을 고도화하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 4월 보스턴다이나믹스를 직접 방문해 타운홀 미팅을 열기도 했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현대차그룹의 미래 비즈니스 계획을 직접 발표하면서 보스턴다이나믹스에 대한 지원 확대 및 AI 투자 증대, 외부 파트너십 및 협력 노력 촉진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최근에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각각 이사회를 열고 정 회장의 이사 경업(競業) 승인의 건을 통과시키며 정 회장이 로봇과 인공지능(AI)을 연구하는 미국 '로보틱스 앤 AI 연구소(Robotics and AI Institute·RAI) 이사로 참여할 수 있는 절차에 착수했다.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