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비둘기파 발언' 효과 하루 만에 증발
옵션 시장은 여전히 '방어적'
이더리움 '견조'…기관 매수에 1만달러 기대론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비트코인 가격이 주말 사이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초단기 급락 후 반등 현상)'를 겪으며 일시 11만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장기간 보유 물량을 쥐고 있던 한 '고래(whale)'의 대규모 매도세가 주말 유동성이 얇은 시장을 강타한 것이다.
암호화폐 전문매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주말 한 투자자가 약 3조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한꺼번에 매도하면서 11만달러 선이 무너졌다. 이후 낙폭을 일부 만회하며 11만1,000달러 선을 회복했으며, 한국시간 25일 오후 8시 20분 현재는 24시간 전보다 3.16% 하락한 11만1071달러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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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차트, 자료=야후 파이낸스, 2025.08.25 koinwon@newspim.com |
온체인 분석업체 룩온체인은 한 대형 보유자가 최근 5일간 2만2,769BTC(약 25억9,000만달러, 3조5951억원)를 매도해 47만2,920ETH(약 22억2,000만달러)로 교환한 사실을 포착했다. 이 투자자는 탈중앙화 파생상품 거래소 하이퍼리퀴드(Hyperunite)에서 5억7,700만달러 규모의 이더리움 롱 포지션까지 추가로 오픈해 시장 내러티브를 이더리움 강세 쪽으로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대형 고래들이 사실상 투자 심리를 조종하며 시장을 흔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온체인 분석 플랫폼 타임체인인덱스는 "(이번에 매도된) 대량의 BTC는 원래 6년 전 후오비(HTX) 거래소에서 유입된 물량으로 최근까지 비활성 상태였다"며 "(해당 주소가) 이번에 2만4,000개를 하이퍼유나이트로 전량 이체하며 매도 압력을 키웠으며, 계속해서 매도 중이고 여전히 15만개 이상의 BTC를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파월 '비둘기파 발언' 효과 하루 만에 증발
이번 급락은 불과 지난 금요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잭슨홀 연설 효과를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파월 의장은 당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이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지 않을 것이라며 사실상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에 비트코인은 하루 만에 11만2,500달러에서 11만6,900달러까지 4% 가까이 뛰었지만, 주말 고래 매도와 대규모 청산으로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지난 24시간 동안 전체 암호화폐 시장에서 비트코인 2억3,800만달러, 이더리움 2억1,600만달러를 포함해 5억5,000만달러 규모의 포지션이 청산됐다.
◆ 옵션 시장은 여전히 '방어적'
비트코인 파생상품 시장은 파월 의장의 완화적 발언에도 불구하고 방어 심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가상자산 데이터 분석 업체 암버데이터에 따르면 세계 최대 암호화폐 옵션 거래소인 데리빗(Deribit)의 '25델타 리스크 리버설(25-delta risk reversal)' 지표가 12월 만기까지 여전히 음수 구간을 유지하고 있다.
이 지표가 음수라는 것은 풋옵션(하락에 베팅하는 권리)이 콜옵션(상승에 베팅하는 권리)보다 더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는 의미다. 즉, 투자자들이 단기 반등보다는 급락 위험에 대비한 '보험'을 더 선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파월의 발언이 단기적으로 위험자산 랠리를 자극했음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 시장에선 여전히 하방 리스크를 우려하는 방어적 태도가 강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 이더리움 '견조'…기관 매수에 1만달러 기대론
반면 이더리움(ETH)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25일 현재 24시간 전보다 3.9% 하락한 4,565달러에 거래되고 있으나,1주일 전에 비하면 약 9% 오른 수준이다. 기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에서 이더리움으로 비중을 옮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가상화폐 거래소 BTSE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제프 메이는 "연준의 금리 인하가 현실화되면 상대적으로 시가총액이 작은 이더리움이 더 큰 상승 여력을 가질 수 있다"며 "기관 자금이 스테이블코인·스마트컨트랙트 생태계를 기반으로 한 이더리움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시덱스의 최고투자책임자(CIO) 사미르 케르바지 역시 "이더리움의 새로운 사상 최고가는 비트코인에 국한되지 않은 수요가 존재함을 보여준다"며 1만달러 돌파 기대감을 언급했다.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