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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고재, 키아프리즈 맞아 대규모 단체전…7인 작가로 '한국성' 탐구

기사입력 : 2025년08월20일 14:37

최종수정 : 2025년08월20일 14:37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학고재에서 키아프리즈 기간을 맞아 대규모 단체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회화와 조각, 설치, 사운드 등 총 90여 점을 선보인다.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학고재에서는 본관과 신관을 아우르는 대규모 단체전 '흙으로부터'가 기자간담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전시에 참여한 박영하·이진용·박광수·로와정·지근욱 작가가 참석했다.

이번 전시는 '한국적인 것'에 대한 탐구를 '흙'이라는 물질에서 찾아보려는 시도로, 조선시대 도자기부터 근현대 작가 7인의 작업을 조망한다. 흙은 우리가 공유하는 지구의 조건이자, 인류의 보편의 기억이 퇴적된 존재론적인 상징으로, 어린 시절의 기억처럼 우리 안에 잔존하는 흙의 감각을 불러내 오늘의 정체성과 미학, 그리고 세계 감수성과의 연결 지점을 탐색해 보고자 기획됐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학고재 대규모 단체전 '흙으로부터' 전시 전경. 2025.08.20 alice09@newspim.com

이날 신리사 학고재 전시기획팀장은 "이번 '흙으로부터'는 올해 키아프리즈 기간을 맞아 준비한 기획전이다. '한국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 전통과 역사를 어떻게 바라봐야하는 것인가를 사유하기 위해 기획됐다"고 밝혔다.

전시의 시작은 조선시대 도자기에서 출발한다. 불의 시간을 통과해 시대의 사상을 담아낸 도자 속 흙의 정신은 김환기와 송현숙, 박영하와 이진용, 박광수와 로와정, 지근욱이 차례대로 담아낸다.

신 팀장은 "'흙으로부터'에서는 분청사기부터 백자, 흑자 등 여러 도자기를 보실 수 있다. 분청사기는 고려 말에서 조선시대로 넘어가는 시대에 탄생했다. 고려 말에는 신흥 사대부의 부상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시대적 요구에 응답해 탄생했지만, 내세보다 현세를 중시하고 청렴한 정신성을 핵심으로 삼은 새로운 가치관 아래 전국 각지에서 대량생산이 일어났다. 이후 왜구 침략으로 해안가에서 내륙으로 옮겨진 가마터에는 점토와 유약의 질이 떨어지자 상감청자를 하얗게 칠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질감과 표현법을 창조했다. 이번에 소개되는 '분청자 초엽문편병' 역시 생동감 있는 기법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전시장 곳곳에는 백자를 시작으로 달항아리, 주병, 그리고 흑자가 놓여져 있었다. 신 팀장은 '표형문자입주병'에 대해 "총 4개의 시문이 적혀 있다. 술이 주는 정취와 더불어 탐욕을 취하면 안 된다는 글귀가 적혀 있는 것이 특징"이라며 "이 작품은 18세기~19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흙으로부터' 전시에 참여한 이진용 작가. 2025.08.20 alice09@newspim.com

'분청자 초엽문편병'과 함께 전시된 작품은 바로 박영하 작가의 '내일의 너'이다. 작가는 호주 고대 원주민이 미술에서 쓰던 천연 안료를 복원해 사용했는데 이를 캔버스 위에 겹겹이 쌓아 자연과 인간의 근원적 연결을 그려냈다.

박 작가는 해당 작품에 대해 "그림을 시작할 때부터 추상예술을 하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나와 닮은 것, 체질적으로 비슷한 걸 찾아 나섰고 흙이 결국 모든 것의 근본이자 기본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 시대에 맞는 추상 예술은 어떤 것일까, 어떤 방향일까에 대해 생각하며 작업했다"고 말했다.

신리사 팀장은 또 다른 공간을 채운 송현숙 작가의 작품들에 대해 "1970년대 파독 간호사로 독일에 넘어간 작가는 낯선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그림으로 달랬다. 작가가 그리는 대상은 대체로 횃대와 말뚝, 고무신, 항아리, 명주실 등인데 한국 전통 사회에서 볼 수 있는 사물들"이라며 "전남 담양의 산골 마을에서 태어난 작가는 어린 시절 기억을 그림으로 담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흙으로부터' 전시에는 김환기 작가의 작품들도 곳곳에 설치돼 있다.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인 김환기는 시대의 상흔과 고독을 회화로 승화시켰다. 1930년대부터 추상미술을 탐색한 그는 1950년대 서울과 파리 시기에는 산과 달, 강 등 자연의 소재를 조형 속에 담아 한국 고유의 정서를 표현했고 1960년대 후반 뉴욕 시기에서는 점, 선, 면을 핵심 조형 요소로 사용했다. 그리고 해당 시기에는 '상징도형' 연작도 다수 제작됐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흙으로부터' 전시에 참여한 박광수 작가. 2025.08.20 alice09@newspim.com

신 팀장은 "이번에 소개되는 '상징도형'은 유화 물감에 모래와 시멘트를 섞어 대지의 숨결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질감을 표현했다. 여기에 한글의 자음과 모음, 상형문자를 연상시키는 기호화된 추상적 형상을 새겼다. 특히 작품에는 하늘 빛이 도는데 흙 속에서 비쳐오는 하늘빛으로 땅과 하늘이 만나는 자연적 풍경을 그려냈다"라며 "또한 이 위에는 미묘하게 다른 빛깔의 빨강과 파랑을 더해 한국 태극 문양에 내포된 음과 양의 조화를 상징했다"고 소개했다.

본관에는 박영하, 이진용, 송현숙 작가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면 신관에는 박광수, 로와정, 지근욱 작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박광수 작가는 "저는 개인적으로 그림과 인물, 풍경이 흔들리고 스며들면서 무너진 상태를 표현하고 있다. 색이나 형태 사이의 구질이 서로 투영되거나 비춰지고, 침투하는 걸 그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전시에서는 인간이 물리적이나 감각적으로 땅과 접촉하는 상태를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그림으로 구성했다. 대표적으로 '땅과 화살'의 경우 인간의 수명보다 오랜 세월을 보낸 인간의 모습에서 시작을 한 작품"이라며 "수명보다 오랜 세월을 보낸 인간은 경화된 물질로 몸이 이뤄졌을 거라고 상상했다. 그리고 먼 곳에서 오래 활공하다 땅에 박힌 모습을 표현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학고재 대규모 단체전 '흙으로부터' 전시 전경. 2025.08.20 alice09@newspim.com

동시대 조건이나 일상적 사건을 관찰하며 그 과정에서 포착된 경계의 지점을 다양한 매체와 형태로 구현하는 로와정 듀오 아티스트는 이번 '흙으로부터'에서 설치작품 'N'을 선보인다. 해당 작품은 '못'으로만 구성돼 있다. 작가는 "못은 본래 대상을 고정하는 도구인데, 작품 속 못은 어떤 것도 지탱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십자 못, 일자 못을 통해 '3+1x2/2-4'라는 수식이 있다. 이를 계산하면 '0'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작품은 엄청 가까이서 봐야만 그 의도를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작품은 한계선 이상으로 들어오는 걸 저지하는데, 저희는 여기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작품을 감상하고 만질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설치 작업과 함께 사운드 작업을 함께 했는데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러브 이즈 어 루징 게임(Love Is A Losing Game)'을 사용했다. 여기서 가사 '루징 게임'을 제외한 모든 사운드는 제거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무언가를 이기려 하지 않아도 모든 걸 품고 가능케 하는 대지를 표현하고자 했다"고 부연했다.

마지막으로 지근욱 작가는 반복적인 선 긋기를 통해 무한히 확장하는 우주적 리듬을 각기 다른 작품에 그려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스페이스 엔진(Space Engine)' 연작은 행성의 고리를 추적하던 기존 실천을 확장해 우주를 연금술적 물성으로 감각하게 한다. 작가는 그 감각을 확장해 대기와 대지가 만나는 연금술적 장면을 담아냈다.

이처럼 김환기·송현숙·박영하·이진용·박광수·로와정·지근욱, 그리고 조선시대 도자기들로 꾸며진 '흙으로부터'는 오는 9월 13일까지다.

alice0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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