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ESS 시장 7조원까지 성장 전망
LG엔솔·삼성SDI·SK온 모두 미국행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미국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ESS 시장이 확대되는 가운데 관세 부과로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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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 미국 공장 전경 [사진=LG에너지솔루션] |
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중국산 ESS 배터리에는 41%의 관세가 적용되고 있으며, 내년에는 58%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이로 인해 미국 내에서 중국산 배터리의 입지가 점차 좁아질 전망이다. 반면 ESS 시장은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모르도르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미국 ESS 시장은 올해 36억8000만 달러(약 5조2561억원)에서 2030년 50억9000만 달러(7조2700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환경 변화에 맞춰 국내 배터리 3사는 미국 ESS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가장 빠르게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는 모양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현지에서 LFP(리튬인산철) 기반 ESS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국내 유일 기업이다.
가시적인 성과도 만들었다. 최근 5조9442억원 규모의 ESS용 LFP 배터리 공급 계약 소식을 발표했다. 공식적으로 고객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테슬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계약으로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시장 내 영향력이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I도 발빠르게 대응 중이다. 오는 10월부터 미국 인디애나주에 위치한 스텔란티스와의 합작 공장인 스타플러스 에너지 공장 일부 라인에서 ESS용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배터리의 현지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LFP 기반 ESS 배터리도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SK온은 고객사들과의 대형 계약 협상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미국 내 복수의 ESS 운영사와 GW(기가와트시) 단위 공급 계약을 논의 중이며, 연내 수주 성과가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대중 관세 부과가 국내 업체들의 입지 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 국내 배터리 3사의 ESS 시장 점유율은 3%에 불과했다. 나머지 대부분은 CATL, BYD 등 중국 업체들이 차지했다. 특히 미국 수출량 기준으로는 중국산 ESS 배터리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관련 업계 설명이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그동안 ESS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낮은 가격이었지만, 고율의 관세 부과로 가격 메리트가 점차 약화될 것"이라며 "대표적으로 테슬라의 경우 과거에는 중국 제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지만, 최근에는 미국 내 생산 기반을 갖춘 기업들과의 협업을 확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지금이 미국 시장 내 K-배터리 입지를 키울 수 있는 결정적 시점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에서의 낮은 점유율은 중국산 배터리의 가격 경쟁력에 밀렸기 때문인데, 고율 관세가 적용되면서 이 구도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배터리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미국 ESS 시장은 향후 수년간 가장 빠르게 성장할 분야 중 하나로 지금이 국내 기업에겐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LFP 기술 내재화와 현지 생산 능력을 얼마나 빠르게 확보하느냐가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밝혔다.
a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