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거래에 수요 낮고 부실 위험"...'수표책' 사라져
우리은행, 9월부터 교부 제한...수수료도 1만원→3만원
정진완 은행장, 하반기 경영전략으로 '업무효율화' 전면에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우리은행이 가계당좌예금 교부 기준을 제한하고 수수료도 최대 3배 올린다. 이른바 '수표책'으로 알려진 가계당좌예금은 디지털거래가 보편화되면서 수요가 대폭 줄어든 상품이다. 반면 부실 위험은 비교적 높게 평가된다. 하반기 핵심 전략으로 '업무효율화'를 전면에 내세운 가운데 수요가 낮은 상품부터 축소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오는 9월부터 가계당좌예금 교부 신청 기준을 기존 20매 미만에서 5매 미만으로 대폭 줄인다. 교부 수수료도 기존 권당 1만원에서 3만원으로 3배 올렸다. 발행 한도를 줄이고 수수료를 인상한 것이다.
관련해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은 모두 가계당좌예금 교부 기준으로 1권에 20매로 규정하고 있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의 교부 수수료는 각각 1만원씩이며 신한은행은 1만2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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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25일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2025년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정진완 은행장이 상반기 성과를 점검하고, 하반기 경영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
가계당좌예금은 개인이 수표를 발행할 수 있도록 은행에 개설하는 당좌예금 계좌다. 신용상태가 양호한 개인이 개설할 수 있으며, 전 금융기관을 통틀어 1인당 1계좌만 허용된다. 계좌 개설 시 은행의 신용조사와 보증금 예치 등이 요구된다. 흔히 알려진 '수표책' 활용을 위한 기본 계좌인 셈이다.
우리은행의 이번 조치는 사실상 가계당좌예금 운영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가계당좌예금은 신용평가를 거쳐 개설 여부를 결정하지만 자칫 경기 침체나 개인의 재정 악화로 수표의 부도 발생 시 은행에 손실을 가하기 때문에 위험이 비교적 높게 평가된다. 최근 그룹차원에서 건전성 강화가 숙제로 부상하면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한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장기미사용 수표 사고 예방 위해 기존 20장에서 5장 미만으로 교부 기준을 강화했다"며 "리스크 관리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업무효율화'의 일환으로도 보인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지난 25일 서울 회현동 본점에서 열린 2025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업무 효율화 기반의 고객 확대'를 핵심 전략으로 내세운 바 있다. 특히 하반기 주요 변화 중 하나로 '디지털 환경'을 꼽으며 디지털 환경 변화에 맞춘 사업모델 발굴을 주문했다.
가계당좌예금은 과거 신용거래가 필요한 개인,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활용됐지만 디지털 거래가 보편화되고 마이너스통장 등 대체수단이 등장한 이후에는 수요가 크게 줄어든 상품이다.'업무효율화'를 올 하반기 경영 전면에 내세우면서 수요가 적은 상품부터 손을 댄 것으로 관측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2000년대 이후 은행 창구에서 가계당좌예금을 찾는 고객은 손에 꼽을 정도로 소수"라며 "대체로 고령의 일부 고객이 대부분이고 수요도 저조한만큼 운영 규모를 줄여나가겠다는 것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