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사실혼·스토킹방지법 예외 시 일반 형사 사건 처리
해외서는 가정폭력에 포함 또는 여성폭력방지법으로 다뤄
피해자 보호조치도 적극적인 입법 필요성 제기
[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최근 잇따른 교제폭력으로 피해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국내 법체계의 미흡한 교제폭력 대응과 피해자 보호조치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30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대전에서 30대 여성이 교제하던 남성에게 흉기에 찔려 숨졌다. 이 여성은 지난해 11월부터 가해 남성을 주거지 무단침입, 재물손괴 등 교제폭력으로 신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계속되는 교제폭력] 글싣는 순서
1. 법 적용·피해자 보호조치 미흡…해외에서는 다르다
2. 높은 재범 위험·스토킹 확대…대응 강화 방안은?
3. 미온적 대응-교제살인 '악순환'…법·제도 개선 시급
![]() |
지난 28일에는 울산의 한 병원 주차장에서 30대 남성이 20대 여성에게 흉기를 휘둘러 중상을 입혔다. 사건 발생 전 경찰은 두 차례에 걸쳐 교제폭력으로 신고를 접수 받은 상태였다.
지난 26일에는 경기도 의정부에서 노인보호센터에서 근무하던 50대 여성을 60대 남성이 흉기로 살해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 남성은 스토킹 혐의로 3차례 신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이달에만 교제폭력으로 인한 사망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이러한 교제폭력의 발생 원인으로는 교제폭력에 대한 대응이 미흡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여성긴급전화 1366 운영실적'에 따르면 스토킹과 교제폭력 상담은 1만4553건으로 전년 대비 61.4% 늘었다.
하지만 이들 피해자 중 많은 수는 교제폭력에 대응하는 법의 부재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국내 법체계에서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을 처벌하는 법은 가정폭력처벌법과 스토킹처벌법이 있는데 교제폭력은 이들 중 어디에도 포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교제폭력이 발생하더라도 피의자-피해자의 관계가 사실혼이나 스토킹 외의 관계일 때는 일반 형사사건으로 처리된다.
반면 해외의 경우는 교제폭력을 가정폭력에 준하는 폭력으로 보고 있다. 유럽에서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가정폭력에 '친밀한 파트너 폭력'을 포함하고 있다.
호주에서도 교제폭력을 가정폭력 관계 법률에서 규율하고 있으며 미국 연방법도 여성폭력방지법에 교제폭력의 정의를 규정하고 있다.
즉 국내에서는 교제폭력에 적용될 수 있는 법 체계가 없지만 해외 사례에서는 가정폭력의 범위를 넓히거나 여성폭력방지법으로 교제폭력에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교제(데이트) 관계 판단에서 당사자 간 상호 작용의 성격, 형태, 지속 기간, 빈도, 정서적·성적 친밀성의 정도 등을 고려하되 이에 제한되지 않게 판단 기준을 제시하고 실무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제 폭력에 대한 국내외의 피해자 보호조치에도 차이가 있다. 국내에서는 적용될 수 있는 법의 부재로 가정폭력이나 스토킹이 아닐 경우 보호가 어려운 경우가 있으며 보호조치가 이뤄지더라도 가해자에 대한 직접적 제지가 어렵다.
반면 프랑스에서는 보호공백을 막기 위해 청구 시 24시간 내에 발령되는 즉각보호명령제도가 있으며 스웨덴에서는 교제폭력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온·오프라인 모두 접근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호주 역시 즉각적인 안전보장을 위한 긴급명령으로 피해자를 보호하며 미국에서는 가정폭력 민사보호 명령에 따른 보호를 교제폭력 피해자에 제공한다.
김 부연구위원은 "교제폭력은 폭력 상황이 종료된 뒤에야 신고할 수 있는 경우가 다수인데 지속성, 반복성, 재발위험성을 감안하면 진행 중이지 않은 상황에서도 응급조치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며 "가해자의 접근금지 보호조치의 실효성을 담보하고 2차적인 강력범죄 발생 방지를 위해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이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ori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