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제품 25% 관세 발효 앞두고 방미
무죄 확정 12일 만에 첫 해외 일정
[서울=뉴스핌] 김정인 김아영 기자 = 한미 간 상호관세 협상이 막바지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미국 출국길에 올랐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산 제품에 25% 상호관세 부과를 예고한 상황에서, 관세 발효를 불과 사흘 앞두고 이뤄진 방문이라는 점에서 협상 지원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정부가 협상 여지를 넓히기 위해 삼성전자의 미국 내 투자와 기술 협력을 핵심 설득 논리로 활용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회장은 29일 오후 3시50분경 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미국 워싱턴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공항에서 취재진의 질문에는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고 간단한 인사만 남긴 채 출국장으로 향했다. 업계는 이번 출장 목적에 대해 글로벌 파트너사와의 비즈니스 협력 논의와 신사업 구상이 주요 의제지만, 시점상 관세 협상 전략과 맞물린 방문이라는 점에 무게를 두고 있다.
◆ 삼성의 투자 확대, 유력 협상 카드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운영 중이며, 같은 주 테일러 지역에서는 내년 가동을 목표로 신규 파운드리를 건설하고 있다. 2030년까지 미국 내 반도체 생산 거점 강화를 위해 370억달러(약 54조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한 상태다. 이 회장의 이번 출장 결과에 따라 투자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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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특히 삼성전자는 전날 테슬라와 22조7648억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맺고 내년부터 텍사스 테일러 공장에서 테슬라의 차세대 칩 'AI6'를 생산하기로 했다. 재계는 이 같은 대규모 투자와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이 미국 정부의 반도체 산업 부흥·투자 유치 전략과 맞물려 관세 협상에서 한국 측의 지렛대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 역시 이를 근거로 일자리 창출과 미국 내 직접 투자 확대를 강조하며 관세 완화나 조건부 조정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럽연합(EU)과 일본이 최근 협상을 통해 상호관세율을 15% 수준으로 낮춘 사례가 있다는 점도 협상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 사법 리스크 해소 후 본격 행보
이번 방미는 이 회장이 지난 17일 대법원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지 12일 만에 이뤄진 첫 해외 일정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받는다. 이 회장은 판결 이후 외부 일정을 최소화하고 경영 현안에 집중해왔으며, 지난 24일에는 비공개로 이재명 대통령과 만찬을 가진 사실이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대미 투자 및 관세 협상 대응 방안이 논의됐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당초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열리는 구글 캠프 참석이 첫 해외 일정으로 예상됐으나, 전략적 필요성이 높은 미국행을 우선한 것으로 해석된다.
kji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