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GMP·cGMP 인증 앞세워 경쟁력 강화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신사업 확장 전략으로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에 뛰어든 전통 제약사들이 속속 성과를 내고 있다. 신약 개발 대비 리스크가 낮고 장기적인 매출 안정성이 높아 제2의 캐시카우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보령은 최근 글로벌 제약사 체플라팜과 조현병 치료제 '자이프렉사정(성분명 올란자핀)'의 글로벌 공급을 위한 CDMO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을 통해 보령은 내년 말부터 유럽과 북미 등 최대 46개국에 판매되는 자이프렉사정을 생산해 체플라팜에 공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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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화학 화성공장 전경 [사진=유한화학] |
자이프렉사정은 유럽 의약품 품질관리 기준인 EU-GMP 인증을 받은 예산공장에서 생산한다. 2019년 준공된 예산공장은 고형제의 경우 연간 최소 8억7000만정, 주사제는 600만 바이알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주사제 생산시설의 경우 생산 모듈화를 통해 5배 이상 확대 생산도 가능하다.
해당 공장에서는 지난해 보령과 수주 계약을 체결한 대만로터스의 항암 주사제가 생산 중이다. 주사제에 이어 경구제 CDMO 계약을 체결하며 글로벌 기준의 생산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보령은 글로벌 제약사의 오리지널 의약품 국내 권리를 인수한 후, 글로벌 품질 인증 기준을 갖춰 직접 생산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생산 역량을 확대하기 위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cGMP 인증을 준비 중이다.
유한양행도 자회사 유한화학을 통해 CDMO 사업을 영위 중이다. 글로벌 제약사 등에 원료의약품(API)을 공급하는 합성의약품 위탁생산을 사업 모델로 삼고 있다. 생산공장은 경기도 안산과 화성에 각각 위치하고 있으며 주로 항바이러스와 항생제 원료 생산이 매출의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 4월 화성공장 증설 공사를 완료하며 총 99만5000리터의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유한화학은 지난해 9월과 올해 5월 길리어드사이언스와 각각 1076억원, 888억원 규모의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 원료의약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수주 물량이 확대되면서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유한화학은 지난 2018년~2020년까지 영업손실을 내며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했으나 2021년 79억원을 시작으로 2022년 66억원, 2023년 52억원, 2024년 12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최근 길리어드의 HIV 예방 주사제 '예즈투고'(성분명 레나카파비르)가 FDA 승인을 받은 가운데, 유한화학이 이 제품의 원료의약품을 공급하면서 매출이 확대될 것이란 기대감이 모인다. 2030년 기준 예즈투고의 매출액은 연간 4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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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티젠바이오 전경 [사진=에스티젠바이오] |
동아쏘시오홀딩스의 CDMO 자회사 에스티젠바이오도 지난해 미국 FDA와 유럽 EMA 실사를 통과하며 수주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99억원 규모의 의약품 위탁생산 계약에 이어 이달 초 46억원 규모의 계약을 따냈다. 최근 수주 금액은 140억원을 넘어섰다.
에스티젠바이오는 원료의약품(DS)부터 무균주사제(PFS) 충전 형태의 완제의약품(DP)까지 원스톱 생산 역량을 갖춘 만큼 향후 수주 물량이 확대될 것이란 기대가 모인다. 실적 또한 반등 흐름을 탔다. 올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63.8%, 556.1% 증가한 191억원, 19억원을 기록했다.
대웅제약도 자회사 대웅바이오를 활용한 CDMO 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9월 경기도 화성시 향남에 바이오공장 준공을 완료했으며,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해 FDA가 요구하는 cGMP 기준에 맞춰 설계했다.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 생산공장의 cGMP와 EU-GMP 인증 경험을 바탕으로 오는 2028년 대웅바이오 공장에 대해서도 cGMP 승인을 획득하겠다는 목표다. 미생물 기반의 바이오의약품 뿐만 아니라 완제의약품 생산 역량을 모두 갖춘 전문 CDMO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CDMO 사업은 투자 대비 위험이 낮고 한 번 계약을 맺으면 장기간 안정적인 매출 확보가 가능하다"며 "글로벌 수준의 생산 역량과 인증 체계를 갖춘 기업들이 잇따라 성과를 내면서 CDMO가 전통 제약사들의 새로운 성장축이자 현금창출원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봤다.
s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