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선임기자 = 지난해 발생한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엔진 정밀조사 결과 발표가 전격 무산됐다.
조사 결과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는 유족들의 반대 때문이다.
1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가 이날 오후 3시로 예정됐던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의 엔진 합동 정밀조사 결과 발표가 전격 취소 됐다. 앞서 열린 유족들을 대상으로 한 사전 설명회에서 논란이 일자 브리핑을 전격 취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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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록 전남지사가 무안국제공항에서 열린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00일 추모제'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 [사진=전남도] |
유족 측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조사 결과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유진 유가족 대표는 "지난 7개월 동안 사조위에 언론을 통해서도 사전 질의서를 통해서도 정보 공개를 요청했지만 국제 규정을 이유로 거부당했다"며 "오늘 갑자기 투명한 사조위가 돼서 공개하려는 것은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특히 엔진 조사 결과의 구체적 근거 자료 공개를 요구했다. 김 대표는 "조사 결과에는 '엔진 정밀검사 결과 문제가 없다'고 나왔지만 질문을 하니 '현재까지의 결과'라고 답변해 신뢰성에 의문이 생겼다"며 "결론만 설명하고 과정에 대한 근거는 자료를 공개할 수 없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유족 측 변호사인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황필규 변호사는 "보기에 따라서는 죽은 새와 조종사들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셈"이라며 "조사 결과가 그럴 수 있지만, 그렇다면 엄밀하고 표현 하나도 조심해야 하는데 조심스럽지 않은 내용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유족들은 프랑스에서 실시한 엔진 정밀조사 보고서의 공개를 요구했지만 이마저도 사조위가 거부했으며 관제 기록도 4분 7초 분량만 공개됐을 뿐 사고 전 상황은 전혀 공개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김 대표는 "179명이 왜 돌아오지 못했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다"며 "지금도 전국 6개 공항에 콘크리트 둔덕이 그대로 설치돼 있어 오늘이라도 제2의 제주항공 사고가 나도 이상하지 않다"고 우려를 표했다.
유족들은 사조위에 유가족이 참여할 수 있는 공청회 개최를 요구하며 "투명하게 공개되고 다른 자문위원과 전문가들의 의견이 존중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9일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추락사고로 인해 승객과 승무원 179명이 숨졌다. 새떼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이 사고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조위는 지난 1월 '동체 착륙 후 활주로를 초과해 방위각 시설물과 충돌했다'는 내용의 예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