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제품은 팔지 않아...中 개발자들이 美기술 중독되게 하는 게 핵심"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엔비디아의 H20 반도체에 대한 대중국 수출 허가는 중국과의 희토류 협상에 따른 결과이며, 중국이 결과적으로 미국 기술에 계속 의존하도록 만들겠다는 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계획이라고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밝혔다.
15일(현지시간) 러트닉 장관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H20 칩 수출 허가와 관련해 지난 6월 영국 런던서 열렸던 중국과의 2차 무역 협상에서 중국이 희토류 자석의 대미 수출을 재개하는 조건으로 엔비디아 H20 칩의 중국 수출을 허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중국 관영 CCTV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가 우리에게 수출을 허가했고, 이로써 우리는 제품을 출하할 수 있으며, 엔비디아는 중국 시장에 H20을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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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날 러트닉 장관은 "이전 바이든 행정부가 작년에 중국에 이런 칩 구매를 허용했고, 그 후 우리가 막았다"면서 "이후 중국과 (희토류) 자석 합의를 하면서 우리는 중국에 칩을 다시 팔기 시작하겠다고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미국이 중국에 허가한 엔비디아 칩이 최신형이 아니며,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위해 중국 기업들이 미국 기술을 계속 사용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러트닉 장관은 "우리는 최고의 제품도, 두 번째로 좋은 것도, 세 번째로 좋은 것도 팔지 않는다"면서 다만 "중국 개발자들이 미국 기술에 중독되도록 할 만큼은 팔아야 한다. 그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번 규제 완화 대상이 된 H20 칩이 엔비디아의 블랙웰(Blackwell) 칩, H100, H200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H20 칩은 2022년 바이든 행정부의 수출 규제에 대응해 출시된 제품이다. 이는 엔비디아의 호퍼(Hopper) 세대 기술을 기반으로 한 것으로, 미국 내에서는 H100이나 H200 칩을 탑재한 완제품 시스템 형태로 판매된다.
엔비디아는 중국 판매를 위해 H20 칩에서 일부 기능을 제거했는데, 그래픽 처리 유닛(GPU) 코어 수를 줄이고 칩 내 구성 요소 간의 대역폭도 낮췄다. 하지만 중국 딥시크(DeepSeek)의 R1 모델 성공은 많은 중국 기업들이 이러한 성능 저하에도 불구하고 해당 칩에 만족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미국이 중국과 무역 협정을 "체결했다"고 발표했지만, 양측 모두 서면 합의를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양국은 서로에게 부과한 관세를 90일간 낮추기로 합의했다.
이번 수출 규제 완화는 엔비디아에게 큰 승리로 평가된다.
젠슨 황 CEO는 이달 초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미국이 핵심 기술의 수출을 중단하면 AI분야의 주도권을 중국에 내줄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H20 칩은 엔비디아의 최상급 칩들보다 성능이 낮지만, 판매 금지 조치 전까지 바이트댄스,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의 주요 AI 기업들이 구입했던 제품이다.
이날 대중 수출 규제 완화 소식에 엔비디아 주가는 4% 상승 마감했다.
한편, 4월에 함께 수출 제한을 받은 경쟁 업체 AMD는 상무부로부터 MI308 칩 수출 허가가 "진행 중"이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