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유입 감소와 기술직 기피 현상 심화
단기 처방 넘어 구조적 개편 시급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국내 건설산업의 기술인력 수급 불균형이 단기적 인력난을 넘어 구조적 문제로 고착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방향과 산업계의 실행 전략 모색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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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 기술인력 확보를 위한 실행과제. [자료=한국건설산업연구원] |
14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은 '건설현장 기술인력 확보 전략 및 실행과제 연구'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최근 10년간 건설 관련 학과의 입학생과 재적학생 수는 전반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건축설비공학과와 토목공학과는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했다. 건축학과와 도시공학과는 증가세를 보이며 전공 간 유입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청년 유입 감소는 대학 전반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전체 대학의 입학생 수는 8%, 재적학생 수는 16% 줄었다. 이 같은 인구구조 변화의 영향은 산업 세부 부문별로 다르게 나타난다. 건설산업에서는 중소 건설현장이 부정적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기술인력 자격 보유자 중 기사 자격 취득자는 2014년 이후 153% 증가했으나, 20대 비중은 감소하고 40~50대 이상 중장년층 비중은 꾸준히 확대되며 기술인력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수요 측면에서는 시공과 설계·엔지니어링 분야 모두에서 기술인력 고용 규모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시공 분야의 기술인력 비중은 2004년 18%에서 2023년 27%로 9%p(포인트) 증가했다. 안전·품질 규제 강화와 기술 고도화 등 산업구조 변화가 고용 수요를 견인한 결과로 풀이된다.
기술인력의 고용 규모는 건설경기와 무관하게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다. 앞으로 디지털 전환이나 친환경·스마트 건설기술 등 다양한 영역에서 기술인력의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건설현장이라는 근무 환경과 최근의 현장에 대한 책임 가중 등으로 직업적 매력이 줄어든 탓에 건설 기업은 역량 있는 기술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건산연이 2023년 231개 건설사를 대상으로 건설현장 기술인력의 채용이 어려워진 원인을 조사한 결과 근무 여건 및 복지 부족, 임금 수준에 대한 불만족, 과다한 업무량, 직무 비전의 부족 등이 지적된 바 있다. 현장 업무의 증가와 현장관리자에게 집중되는 책임 및 이에 상응하지 않는 권한·보상 구조는 건설산업의 직업 매력도를 저하시키고, 청년 유입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보고서는 원활한 인력 수급에 집중한 단기 처방에서 나아가, 청년 부족과 사회적 인식 변화라는 환경변화에 맞춰 역량 있는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한 과제로 ▲여성, 은퇴 기술인 등 다양한 건설 인재 확장 ▲기술 역량에 대한 정당한 보상 체계를 구축하는 기술 중심 체계 조성 ▲직무의 비전을 명확한 제시를 통한 지속적인 성장 추구 ▲근무 여건과 조직문화 등 건설 문화의 전면적 개선 ▲산·학·연의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미래 준비 협력체계 구축 등이 제시됐다.
성유경 건산연 연구위원은 "건설 기술인력은 복잡한 이해관계와 제도·정책 속에서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끄는 존재"라며 "산업계, 정부, 학계가 각자의 역할을 분담하고 협력해 지속가능한 인재 생태계를 구축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