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대전 KIA전 3.1이닝 3안타 4볼넷 조기 강판
최재훈 "너무 잘하려다 보니 볼넷 많아져"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한화 선발진의 유일한 약점으로 꼽히는 엄상백이 또다시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강판되며 부진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의 공을 직접 받는 포수 최재훈은, 엄상백의 부진에 대해 "FA 계약으로 인한 심리적 부담이 크다"는 진단을 내놨다.
엄상백은 9일 대전 KIA전에 선발 등판해 3.1이닝 3안타 4볼넷 3실점(3자책점)으로 또 무너졌다. 그는 0-3으로 뒤진 4회초 1사 2루에 책임주자를 두고 조동욱과 교체됐다. 조동욱이 실점을 막으며 추가 자책점은 기록되지 않았다. 팀은 7-4 역전승으로 분위기를 반전시켰지만, 엄상백의 부진은 또다시 숙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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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선발 투수 엄상백. [사진 = 한화] |
엄상백은 항상 실점하며 어렵게 풀어가던 1회를 삼자범퇴로 넘기며 안정적인 출발을 보였다. 하지만 2회 들어 또 제구가 흔들렸다. 첫 두 타자 연속 볼넷을 내준 엄상백은 한준수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해 무사 만루 상황을 자초했다. 김호령을 2루 뜬공으로 잡아내며 첫 아웃카운트를 올렸지만, 김규성에게 또다시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했다.
경기 초반부터 흔들리는 모습에 파트너인 포수 최재훈이 한 번 마음을 잡아줬고, 이후 코칭스태프가 한 차례 마운드를 방문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엄상백은 곧바로 최원준에게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허용하며 0-2가 됐다. 이어 고종욱에게 또다시 볼넷을 내줬다. 그러나 박찬호를 유격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힘겹게 2회를 마무리했다. 단 한 개의 안타만을 내줬지만, 4개의 볼넷으로 2실점을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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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지난 5월 15일 선발투수로 나선 한화의 엄상백이 2이닝 5실점으로 무너졌다. [사진 = 한화] 2025.05.15 wcn05002@newspim.com |
3회는 2회와 다르게 다시 삼자범퇴로 잘 막아냈다. 그러나 4회 1사 후 김호령에게 좌전 안타와 도루를 허용한 뒤 김규성에게 적시 2루타를 맞고 실점했다. 한화는 결국 엄상백을 내리고 조동욱을 투입했다. 엄상백은 2경기 연속 조기 강판으로 고개를 숙였다.
한화는 이번 시즌 개막전 엄상백과 4년 최대 78억원(계약금 34억원·연봉 총액 32억5000만원·옵션 11억5000만원)에 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엄상백은 이번 시즌 15경기 64이닝 1승 6패 평균자책점 6.33을 기록 중이다. 기대했던 역할에 한참 모자라는 성적이다. 특히 이닝 소화력 부족과 잦은 볼넷이 치명적인 약점으로 지적된다. 이번 시즌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실점 이하)를 단 2회밖에 성공하지 못했다.
부진의 핵심 원인은 제구력 저하다.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는 공이 많아지면서 볼카운트가 늘고, 불리한 상황에서 던지는 스트라이크는 타자들에게 노림수가 되기 십상이었다. 실제로 엄상백은 선발로 나선 15경기 중 9경기에서 조기 강판으로 물러났다. 마지막 승리는 지난 4월 18일 대전 NC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무려 두 달이 넘도록 승리가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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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한화의 포수 최재훈이 지난 지난 5월 17일 SSG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서 4회 1타점 적시 2루타를 친 뒤 1루로 뛰고 있다. [사진 = 한화] 2025.05.17 wcn05002@newspim.com |
이러한 상황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포수 최재훈은 경기 후 엄상백의 현재 상태를 언급했다. 그는 "FA(자유계약신분)로 이적해 온 (엄)상백이가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 너무 잘하려고 하다 보니 볼넷이 많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표정에서도 기가 빠진 느낌이 든다. 힘이 없어 보일 때도 있다"라고 전했다.
FA 경험이 있는 최재훈은 "나도 그런 부담을 경험해 봤다"라며, "결국 마음을 내려놓고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니 부담도 줄었다. 상백이도 그렇게 마음을 다잡으면 좋겠다"라고 조언을 건넸다.
wcn050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