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관세 강화·수요 위축 겹치며 물동량 급감
항공사들, 화물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해 대응 중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국제 항공 화물 운임이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항공사들의 2분기 수익성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글로벌 관세 강화, 수요 위축 등 복합적인 악재가 겹치면서 국내 주요 항공사들의 화물 사업 실적도 부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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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I 제공] |
4일 항공업계와 글로벌 항공화물 운송지수 TAC 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홍콩~북미 노선 화물 운임은 1kg당 5.08달러, 홍콩~유럽 노선은 4.39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2월 24일 기록한 6.73달러, 5.49달러 대비 각각 24.5%, 20%가량 하락한 수치다.
특히 프랑크푸르트~북미 노선의 경우 1kg당 운임이 4월 2.49달러에서 5월 2.13달러로 한 달 만에 14.5% 급락하며 주요 노선 중 가장 가파른 낙폭을 기록했다.
글로벌 항공 화물 운임을 반영하는 발틱항공화물운임지수(BAI) 역시 하락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BAI는 1998로, 지난해 12월과 비교해 20% 이상 떨어졌다.
업계는 최근 미국의 고율 관세 도입이 글로벌 항공 화물 물동량에 하방 압력을 더한 결정적인 계기라고 보고 있다. 미국은 지난 5월 2일부터 소액 면세 제도를 폐지하고, 중국과 홍콩 등에서 수입되는 800달러(약 119만원) 이하 상품에 대해 최대 9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여기에 5월 31일까지 건당 75달러였던 우편물 수수료도 6월 1일부터는 건당 150달러로 인상하면서 저가 물품을 중심으로 한 항공 화물 수요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소규모 직구 화물이 일정 수준 미국발 수요를 받쳐주고 있었지만, 이제 이 수요마저 꺾이고 있다"며 "운임도 공급자 간 가격 경쟁이 격화되면서 하락세가 지속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시장 환경 변화는 국내 항공사들의 수익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별도 화물기를 보유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분기 대한항공의 화물 매출은 1조540억원, 아시아나항공은 370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6%, 5.2% 증가한 수치다. 이들의 화물 사업 매출 증가는 알리, 테무 등 중국 전자상거래 물량 증가가 주요 동력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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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프레미아가 밸리카고에 화물을 적재하고 있다. [사진=에어프레미아] |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올해 2분기는 운임 하락으로 인한 화물사업 반등이 어려울 것이란 주장이 지배적이다.
이에 항공사들은 수익성 방어를 위한 전략 마련에 나섰다.
우선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한 안정적인 수요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화주와의 협력 관계를 강화해 고정 계약 규모를 확대하는 동시에 신규 화주 확보에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계절성 특수 수요 유치와 고부가가치 화물 사업에도 주력해 수익 기반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화물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에어프레미아 등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여객기 하부 밸리카고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최적의 공급 운영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공급 효율성을 높이고, 시장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항공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미국발 규제 강화, 유럽발 수요 위축, 중국 내 제조업 둔화 등 악재가 겹치면서 전방 수요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글로벌 시장 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만큼 항공사들도 공급 전략과 화주 포트폴리오를 유연하게 조정하며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반기에는 계절성 특수 수요와 신규 전자상거래 물량 등 긍정적 요소가 일부 유입될 수 있는 만큼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한다면 점진적인 회복의 실마리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a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