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상법 개정 속도전...'선 개정 후 보완론' 힘얻어
재계, '기업인 손보기 악용' 배임죄 폐지가 글로벌 기준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이사 충실 의무를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당인 민주당이 오는 4일 종료되는 6월 임시국회내 처리를 공언한데다, 야당인 국민의힘도 "주주 보호를 위해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재계는 '경제 헌법'격인 상법 개정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사항이기도 한 데다 집권 초기 민주당이 상법 개정에 속도전을 내며, 재계에선 사실상 대응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상법 개정을 전제로 그 동안 재계가 요구해온 배임죄 폐지 등 부작용 최소화 관련 입법 및 여론전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 李정부 공약·민주당 상법 개정 속도전...'선 개정 후 보완론' 힘얻어
1일 재계에 따르면,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전날 경제 6단체와의 간담회에서 "상법이 개정되면 주식시장이 다시 한번 뛰어오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우려하는 문제가 발생하면 얼마든지 제도를 보완하고 수정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코스피5000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오기형 의원은 "기업들의 입장에서 처벌이 너무 과하다는 비판을 다양하게 듣고, 하반기에 특이사항을 논의하면서 정기국회 과정에서 처리해 보려고 한다"고 언급했다. '선 개정 후 보완론'이 힘을 얻고 있어, 재계도 더 이상 막을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 |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 일단 시행을 하면서 부작용이 있으면 수정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더 이상 반대만 하기도 힘든 상황"이라며 "야당인 국민의힘과 함께 배임죄 폐지 및 완화 등 최대한 부작용을 최소화는쪽으로 설득하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우선 재계가 강조하는 부작용 최소화 대안은 배임죄 폐지다. 그동안 재계를 중심으로 기업인에 대한 배임죄 적용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돼 왔다. 과거 정경유착 관행으로 정부가 검찰을 동원한 '기업인 손보기' 수사의 대표적 죄목이 배임죄였다. 그러다 보니 기업 총수나 최고경영자(CEO)가 경영상 판단을 내릴 때 배임죄를 우려해 적극적인 투자나 인수합병(M&A) 활동에 제약이 있어왔다.
현재 한국에는 형법상 배임죄 및 업무상 배임죄에 더해 상법상 특별배임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상 배임죄 규정을 두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 없이 형법, 상법, 특경법 등 세 법에나 배임죄를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 재계, '기업인 손보기 악용' 배임죄 폐지가 글로벌 기준
문제는 배임죄의 요건이 모호해 검찰 등 수사기관에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자의적인 적용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특히 형법에는 배임죄의 요건 가운데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가 정확히 무엇인지 규정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이 기업인의 투자 결정 등 순수한 경영상 판단을 배임죄로 기소했다가 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과거 김승연 한화 회장, 이재현 CJ 회장, 이석채 전 KT 회장 등이 배임죄 무죄 판결을 받거나 법원에서 형량이 가벼워졌다.
재계 관계자는 "배임죄는 너무 자의적이고 사후적인 판단이라 경영 판단의 원칙을 우선시하는 미국 등 주요 국가에는 없는 제도"라며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에서도 횡령이 아니라 배임죄로 처벌했는데 논란이 많지 않았느냐.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차원에서라도 배임죄는 폐지하는 것이 글로벌 기준에도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