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부채 137조 돌파… 정책사업 수행 확장 영향
LH 측 "실 부채는 이보다 적어, 부채비율도 양호"
이재명 정부의 공공주택 확대 정책에도 '문제 없다'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새 정부가 부동산 정책으로 주택공급 확대를 내세운 가운데, 전국 임대·공공주택 조성을 진두지휘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아직 수익 전환 시기가 되지 않은 사업이 대부분이라 부채 규모는 더욱 늘어날 수 있으나, 공급에 지장이 생길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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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2025~2028년 재무 전망. [그래픽=홍종현 미술기자] |
◆ LH "이자 부담 있는 부채는 100조원 미만…재무 건전성 양호"
16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 2023년 말 기준 비금융 공기업 107곳 중 LH의 부채 총계가 136조9975억원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국토부 산하 공기업인 한국도로공사(37조3819억원)와 국가철도공단(20조9860억원), 한국철도공사(20조2700억원)과 비교해도 3~6배 이상이다. 2019년 111조1569억원이던 LH 부채는 2022년 130조1833억원으로 3년 만에 17.1% 늘었다. 지난해에는 160조1055억원을 기록하며 2년 전보다 약 30조원(23.0%) 증가했다.
김경호 국회예산정책처 예산분석실장은 "3기 신도시 등 정부 정책사업 수행에 따른 차입과 사채 발행액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LH의 지난해 단기차입금은 3조6506억원으로 전년(3조147억원) 대비 21.0% 뛰었다. 유동 사채 증가율은 61.1%(3조3342억원→5조3703억원)이다.
LH는 분양선수금, 임차인 보증금 등 이자를 부담하지 않는 회계상 부채를 빼면 실제 부채는 100조원보다 적다고 해명했다. LH 관계자는 "분양선수금 등은 사업이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해소되는 구조이며, 이자 부담 부채의 절반 이상은 주택도시기금으로부터 융자한 금액으로 상환기간이 길고 후순위 채권에 해당한다"며 "이자율도 1~2% 수준이므로 부담이 상당히 낮다"고 말했다.
주택공급 관련 정책 사업을 확대하면서 부채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나, LH의 사업구조 특성상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LH는 3기 신도시와 서울 서리풀지구 등 수도권 신규택지 4곳의 택지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LH는 중장기(2024~2028년) 재무관리계획안을 통해 2028년 부채가 236조원에 이를 것으로 자체 추계했다.
LH 관계자는 "택지개발 사업은 초기에 토지보상과 대지조성 등으로 인해 대규모 사업비가 집중 투입되고, 회수는 통상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용지 등 매각을 통해 이뤄진다"며 "신도시 개발사업 회수액은 토지보상 착수 이후 7년이 경과된 시점에 투자액을 초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LH가 예상한 2028년 차입금은 226조9000억원으로 지난해(164조4000억원) 대비 38.0%(62조4000억원) 높다. 사채 또한 52조1000억원에서 76조4000억원으로 47%(24조3000억원) 늘어난다. 이 경우 부채비율은 221.4%에서 232.2%로 오를 수 있으나, 회수 시점 도래 시 부채는 점진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LH는 부동산 시장 회복이 예상되는 2027년부터 본격적으로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는 예측을 내놨다. 3기 신도시 등 기투자분 매출인식 시기와 맞물리면 5개년 평균 2조1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 새 정부 공공주택 확대 정책에… LH 책임도 커졌다
여전히 우려의 시선은 존재한다. 이재명 정부가 공공주택 확대를 통한 주택 공급 증대를 주된 부동산 정책 기조로 삼아서다. 수도권과 주요 광역도시를 중심으로 한 기존 신도시 재편과 새로운 자족형 주거지 조성을 병행할 계획이다.
1기 신도시는 신속한 재개발을 통해 낙후된 기반시설을 정비하는 한편 일자리와 주거, 교육, 문화시설이 조화를 이루는 3기 신도시 개발에도 속도를 낸다. 청년을 위해 직장과 주거시설이 근접한 주거복합플랫폼 주택을 조성하고, 맞춤형 주거설계지원 사업도 추진하기로 했다. 국가 재정을 투입해 청년 맞춤형 공공분양과 고품질 공공임대 주택 확대 또한 약속했다.
2022년 제20대 대선 당시 기본주택(100만가구)을 포함해 전국 311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것과 달리 아직 구체적인 공급량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상당 부분이 신규 택지개발이나 특정 수요자를 대상으로 한 공공주택임을 감안하면 LH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봉인식 경기연구원 북부자치연구본부장은 "질 좋은 주택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면 주거안정 차원에서 공공주택 공급이 보장돼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생겨나기 마련"이라며 "이 경우 LH와 같은 공급자는 재정부담 증가 위기를 직면하게 된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LH가 정부의 제도적, 정책적 지원에 기반해 자본적정성을 관리하고 있는 만큼 재원 문제로 공공주택 사업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은 작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정부 주도로 대규모 출자를 받을 수 있는 위치의 공기업인 데다 외국 차입이나 사채를 발행할 때도 정부가 원리금 상환을 보증해서다.
이은정 한국신용평가 선임애널리스트는 "공공사업에서의 손실보전이나 차입금 후순위 인정 등을 고려하면 정부의 지원 의지도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공사가 법적·제도적 보호를 받으며 안정적인 사업활동을 영위할 수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공기업이 대규모 정책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금 부담을 자체적으로만 해결하라고 요구하는 현 구조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무조건적인 수익성 개선을 요구하기보단 기업별 특성에 기반을 둔 평가지표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범준 가톨릭대 교수는 "정부 정책사업 추진으로 기인한 부채 증가를 자구책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문제가 제기된다"며 "공기업이라는 특수성과 정책 환경 등 제약에 걸려 이미 재무구조가 악화된 이후에는 수익성을 개선해 지속 가능한 부채로 전환하지 않는 이상 자발적인 재무 건전성 회복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