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혁신의 공존, '지속 가능한 도시' 교토를 걷는 법
[서울=뉴스핌] 정태선 기자 = 천년 고도 교토. 일본의 옛 수도라는 수식어는 익숙하지만, 오늘의 교토를 구성하는 디테일은 오히려 낯설다.
지리학자 정치영은 이 도시의 '살아 있는 현재'를 기록하기 위해 직접 교토 골목골목을 걸었다. 그렇게 완성된 책이 바로 '교토의 방식'이다.
이 책은 단순한 여행서가 아니다. 도시라는 유기체가 어떻게 시간을 견디며 갱신되는지, 전통과 혁신이 어떻게 충돌 없이 공존할 수 있는지를 '읽는 법'으로 풀어낸 도시 인문서다.
저자인 정치영 교수는 고려대학교에서 지리교육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지리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역사지리학을 전공해 지역의 옛 경관과 지리적 상황을 복원하는 연구에 집중해왔으며, 현재는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 일본 교토대 초빙학자 등을 역임했다. 근대 일본인의 서울·평양·부산 관광, 사대부, 산수유람을 떠나다 등 지역과 역사, 지리를 넘나드는 저서를 다수 펴냈다.
정치영 교수는 이 책에서 교토라는 도시를 일상, 건축, 정원, 축제, 생활문화, 계절이라는 여섯 개 키워드로 분석하며, 한 도시가 '어떻게 지속 가능한 존재로 남을 수 있는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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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예가 거리 곳곳에 불쑥 솟아 있는 이케즈이시(意地石)다. 공간을 효율적으로 쓰기엔 불편하고 보기에도 어색하지만, 이는 골목 분쟁을 방지하기 위한 지역 공동체의 묵계에서 비롯된 장치다. 교토 사람들은 이를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둔다. '그대로 두는 것'이 바로 이 도시가 변화하는 방식이다.
책은 특히 교토의 마치야(전통 목조건축)를 주목한다. 낡았지만 여전히 쓰이는 공간, 허물지 않고 카페나 상점으로 전환해 쓰는 방식은 도시 경제와 전통 보존의 균형을 보여준다. 도시가 살아 있는 문화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교토는 증명하고 있다.
저자가 가장 강하게 메시지를 던지는 대목은 3장 '정원' 편이다. 교토의 정원은 단순한 조경이 아니다. 정원에 깔린 도비이시(飛石)는 걷는 사람의 보폭을 고려해 배치됐고, 정원을 청소하는 행위 자체가 도시를 유지하는 철학으로 기능한다. 일상의 동작이 곧 도시 관리의 방식이자 미학이라는 것이다.
지리학자다운 저자의 시선은 교토대에 세워진 작은 노벨상 기념비에도 머문다. 화려한 석상 대신 화단 한 구석의 작은 돌기념비는 '조용하지만 내실 있는 기념'이라는 교토적 태도를 상징한다. 교토는 과시하지 않지만, 모든 것이 단단하게 지속된다.
'교토의 방식'은 도시가 단지 배경이 아니라 '살아 있는 태도'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낡은 것의 존재 이유를 묻고, 도시가 인간의 리듬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한 모범 답안처럼 읽힌다. 느리지만 지속가능한 도시, 교토가 한국 도시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wind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