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11일(현지시간) 영국을 제외한 유럽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소폭 내렸다.
미국과 중국이 영국 런던에서 이틀간 진행했던 2차 고위급 무역 협상의 결과가 투자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오히려 악재로 작용하는 양상이었다.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다소 완만한 오름세를 보였다는 긍정적인 발표가 나왔지만 상황을 바꾸지는 못했다.
영국은 주택 공급 확대와 공공의료 부문 증액 등을 담은 정부 지출 조정안이 발표되면서 장중에 다시 한번 사상 최고치 뚫었다.
범유럽 지수인 STOXX 600 지수는 전장보다 1.48포인트(0.27%) 떨어진 551.64로 장을 마쳤다. 이 지수는 3거래일 연속 내림세를 기록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는 38.66포인트(0.16%) 하락한 2만3948.90에,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28.43포인트(0.36%) 내린 7775.90으로 마감했다.
반면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11.27포인트(0.13%) 오른 8864.35로 장을 마쳤다. 개장 직후 8882.44까지 치솟으며 지난 3월 3일 기록한 역대 최고치(8871.31)를 다시 한번 장중 돌파했다.
이탈리아 밀라노 증시의 FTSE-MIB 지수는 27.33포인트(0.07%) 떨어진 4만180.24로, 스페인 마드리드 증시의 IBEX 35 지수는 87.00포인트(0.61%) 하락한 1만4134.10에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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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증권거래소[사진=로이터 뉴스핌]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중국과의 무역 협상이 완료됐다"고 알렸다. 중국은 (미국에) 희토류를 선공급하고, 미국은 중국 유학생에 대한 제한을 없애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또, 미국에 중국 제품에 매기는 관세는 55%, 중국이 미국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는 10%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 같은 협상 결과에 대해 로이터 통신은 "유럽 투자자들은 (시장에서) 신중하게 반응했다"며 "협상은 휴전으로 끝났지만 분석가들은 '투자자들이 더 실질적인 진전을 기대했었다'고 분석했다"고 말했다.
캐피털닷컴의 수석 시장 분석가 다니엘라 하손은 "런던 협상에서 주요 돌파구가 나올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와 달리 결과는 한 달 전과 같은 내용을 반복했을 뿐"이라고 진단했다.
미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BLS)은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 대비 0.1%, 전년 대비 2.4%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전월 대비 0.2%, 전년 대비 2.5% 오를 것으로 전망했었다.
유럽 시장 전문가들은 한때 미국 시장을 대신해 투자자들의 각광을 받던 유럽 시장이 트럼프의 변덕스러운 관세 정책으로 광범위한 경계감에 휩싸이게 됐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최근 유럽 시장의 가장 강력한 동력은 국방 지출 증가와 유럽중앙은행(ECB)의 잇따른 금리 인하였는데 이제 그 힘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ECB 관계자들은 금리 인하 사이클이 종료될 것이라는 발언을 연신 내놓고 있고, 트레이더들은 올해 말까지 ECB의 추가 금리 인하는 한 차례 정도만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하손 분석가는 "(얼마전까지) 투자자들은 유럽 시장에 몰려와 저평가된 주식 시장에서 활발하게 움직였지만, 이제는 이 추세를 이어갈 다른 요인이 무엇인지 탐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영국 정부는 이날 정부 예산을 2.3% 늘리는 예산안 조정 결과를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공공의료 국민보건서비스(NHS) 예산을 향후 3년간 연 3%씩 늘려 오는 2028~2029년도에는 연 290억 파운드(약 54조원) 증액하기로 했다. 총액 기준으로는 2320억 파운드 규모가 될 전망이다.
서민들을 위한 사회 주택 건설에는 향후 10년간 연평균 390억 파운드를 지출하겠다고 했다. 이는 현재 23억 파운드를 크게 웃도는 규모이다.
또 사이즈웰C 신규 원전 프로젝트에 140억 파운드, 과학 연구개발(R&D)에 860억 파운드, 런던 외 지역 교통 인프라에 160억 파운드를 투자하기로 했다.
주요 섹터 중에서는 유틸리티 업종이 0.43% 올라 긍정적 영역을 이끌었고, 소매업은 1.7% 내려 하락폭이 가장 컸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 자라(Zara)를 소유한 스페인 인디텍스(Inditex)의 1분기 매출이 예측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4.4% 하락한 영향이 컸다.
인디텍스는 2~4월 회계연도 1분기 매출이 82억7000만 유로로 시장 예측치 83억9000만 유로를 밑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