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티스 기술이전 신약, 마일스톤 수령 예고
앱클론 지분 투자로 차세대 모달리티 확보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종근당이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에 기술이전한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마일스톤을 수령하게 되면서 연구개발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적극적인 연구개발 투자에 이어 최근 지분 투자를 통해 차세대 모달리티 확보에 나선 가운데, 종근당의 체질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종근당은 지난 22일 'CKD-510'에 대한 마일스톤 69억원 수령을 예고했다. 2023년 종근당으로부터 해당 물질을 기술이전받은 노바티스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 2상 임상시험계획서(IND)를 제출한 데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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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KD-510는 비히드록삼산(NHA) 플랫폼 기술이 적용된 HDAC6 저해제다. 종근당은 해당 물질을 온몸의 근육이 위축돼 힘이 약해지고 손과 발에 변형이 생기는 희귀질환인 샤르코마리투스병 치료제로 개발해왔다.
2022년 열린 유럽심장학회에서 CKD-510의 전임상 결과가 공개되며 심방세동 치료제로서의 개발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고령화에 따라 심방세동 등 심장질환 발병률이 증가하면서 관련 치료제에 대한 수요가 높아져 CKD-510가 새로운 치료 옵션이 될 것이란 기대가 모이고 있다.
CKD-510 기술이전은 종근당이 글로벌 제약사에 신약 후보물질을 기술이전한 첫 사례로 1조7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딜을 성사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기술이전 역사에 한 획을 그엇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의 결실을 맺은 것이다.
다만, 2023년 기술이전 이후 임상 진척 소식이 없어 대규모 기술이전 성과에도 불구하고 종근당의 기업 가치가 저평가됐다는 시각이 있었다. 이번 마일스톤 수령을 계기로 이같은 우려가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승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종근당과 노바티스의 딜은) 국내 기술수출 계약금 Top 3안에 드는 역대급 규모의 계약이었으나, 이후 추가적인 임상 진전이 부재해 종근당 가치에서 제외돼 왔다"며 "미국 임상 2상 진입 예정 공시를 통해, 잊혀져왔던 CKD-510의 가치 상승이 본격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종근당은 그간 내수 중심의 성과를 통해 국내 전통 제약사로의 입지를 굳혀왔으나,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 확대를 통한 차세대 성장 동력 확보도 멈추지 않았다. 실제 최근 3년간 연결재무제표 기준 연간 매출액 대비 9% 이상의 연구개발비 투자를 이어왔다. 2023년 연구개발비는 1513억원, 2024년 1574억원, 올 1분기 388억원으로 집계됐다.
주요 파이프라인 영역도 다양하다. CKD-510를 포함해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CKD-508, 고형암 치료제 CKD-512,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CKD-702, CKD-703 등이 있다.
자체 개발에 그치지 않고 신약 포트폴리오 확장을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에도 나서고 있다. 종근당은 최근 항체 신약개발 기업 앱클론과 전략적 지분 투자 및 공동 연구개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종근당은 신주 발행을 통해 앱클론의 기명식 보통주 140만주(지분 7.3%)를 취득하고, 앱클론이 개발하고 있는 혈액암 CAR-T(키메라 항원수용체 T세포) 치료제 'AT101(네스페셀)'의 국내 판매 우선권을 갖기로 했다. AT101은 앱클론이 2025년 신속허가 신청을 목표로 현재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는 약물로, 개발이 완료되면 종근당은 국내 상업화를 통해 CAR-T 치료제 시장에 본격 진출할 전망이다.
종근당은 이미 다양한 바이오의약품 영역으로 시선을 넓히며 꾸준히 R&D 기반을 다져왔다. 2022년에는 서울성모병원에 유전자치료제 연구센터 '젠투씨'를 개소하며 개발 난이도가 높다고 평가되는 유전자 치료 분야로의 진출도 시도한 바 있다.
종근당 관계자는 "오픈 이노베이션 기회를 모색하던 중 앱클론이 보유한 신약 파이프라인이 혁신적이라는 판단에 협력관계를 이어가기로 결정했다"며 "연구개발 부문에 있어서 신규 모달리티 확장에 관심을 기울이며 항체약물접합체(ADC)와 세포유전자 치료제, 첨단 바이오 의약품 등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향후 기존 신약 파이프라인에 대해서도 좋은 기회가 있으면 기술이전을 할 수도 있다"며 "약물의 성격과 적응증에 따라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연구개발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s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