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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교수의 정치분석] (하) 과학교사가 던진 작은 질문

기사입력 : 2025년05월25일 08:00

최종수정 : 2025년05월25일 08:01

국가변화를 위해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가?

이쯤에서 존 F. 케네디 (John F. Kennedy)의 유명한 말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국가가 나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를 묻지 말고, 내가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물어라." 민주주의는 위임이 아니라 실천이고, 대리정치가 아니라 참여정치이다. 시민 각자가 민주주의의 기획자임을 자각할 때, 그 사회는 비로소 건강해질 수 있다.

이제 시선을 한국으로 돌려보자. 우리는 얼마나 토론하고 있는가? 국회의 상임위원회와 본회의 대정부질문은 과연 정책 논쟁의 장으로 작동하고 있는가? 현재 국회의 토론 문화는 설득과 숙의보다는 고성과 망신주기, 정쟁과 장외 선동에 머물러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국회는 단순히 말하는 곳이 아니라, 국가 담론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공간이어야 함에도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책의 근거와 실행 가능성을 검토하고, 장기적 국가 비전을 놓고 야당과 여당이 차분히 충돌할 수 있는 토론이 이루어져야 한다. 스콥스의 재판이 대한민국의 국회에 들어와야 한다. 국회의 품격은 바로 그 나라 정치의 품격이고, 토론의 질은 곧 민주주의의 깊이다. 한국 국회가 세계적 수준의 의회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개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라 토론 방식, 의사진행 구조, 전문성 지원체계 전반을 재정비해야 하는 이유다.

스콥스 재판은 하나의 재판이 어떻게 시대적 담론을 바꾸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그리고 그 담론의 출발점에는 과학교사 존 스콥스와 변호사 클래런스 대로의 질문이 있었다. "당신은 진실에 떳떳한가? 미래세대를 위해 어떤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 질문은 단지 법정에서의 언쟁이 아니었다. 그것은 미국 사회 전체가 자신에게 던졌던 물음이었다. 과학과 종교, 자유와 금기, 보수와 진보의 갈림길에서 미국 시민들은 그 질문을 놓고 토론했고, 결국 시대의 담론은 한 단계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었다.

미국의 과학교사, 만델라 그리고 간디가 대한민국에 던진 공

이 질문은 지금 대한민국에도 던져져야 한다. 우리는 진짜 변화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지금의 정치가, 국회가, 언론이, 그리고 시민 자신이 시대적 질문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스콥스 재판은 우리에게 말한다. 민주주의는 질문을 시작으로 담론을 만들고, 그 담론은 시대를 이끌어갈 방향을 제시한다고. 지금 한국 사회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질문이다. 사회적 담론의 수준을 높이는 질문, 시대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질문, 그리고 그 질문에 응답하고자 하는 시민들과 변화를 꾀하는 개혁가들의 진지한 자세다.

이러한 질문의 힘은 시대와 국가를 초월해 역사의 분기점을 만들어냈다. 넬슨 만델라(Nelson Mandela)는 1964년 리보니아 재판에서 "나는 민주주의와 자유가 있는 사회의 이상을 위해 살았고, 그 이상을 위해 죽을 준비도 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말은 단순한 자기방어가 아니었다. 그는 재판정에서 실질적으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흑인이 자유를 요구하는 것은 왜 죄가 되는가?" "모든 인종이 평등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바라는 것은 처벌받아야 할 행위인가?" 이 질문들은 단지 변론이 아니라, 아파르트헤이트 체제 전체에 대한 윤리적 도전이었다. 동시에 그는 새로운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어떤 정의와 원칙 위에 세워져야 하는지를 선언한 것이기도 했다.

마하트마 간디(Mahatma Gandhi) 또한 1922년 법정에서 자신에게 내려질 유죄 판결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내 죄는 법을 어긴 것이 아니라, 불의한 법에 복종하지 않은 것이다." 그는 법정을 향해 물었다. "법이 정의롭지 않을 때, 시민은 침묵해야 하는가? 제국의 법이 양심과 충돌할 때, 복종만이 정당한가?" 이 질문은 단지 자기 변호를 위한 수사가 아니었다. 그것은 영국 식민 통치의 도덕적 기반 전체를 되묻는 발언이었고, 동시에 인도 독립운동의 방향성과 무폭력 시민 저항의 철학적 정당성을 세상에 제시한 선언이었다.

이들은 모두 법정에서 질문했다. 그리고 그 질문은 법정 바깥 세상을 바꿨다. 시대를 바꾼 지도자는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을 정확히 던질 줄 아는 사람이었다. 오늘날 한국 정치에도 필요한 것은 바로 이 '역사적 질문력'이다. 질문이 시대를 흔들고, 질문이 헌정을 움직이며, 질문이 민주주의를 다시 쓰게 만든다. 지도자는 해답을 독점하는 자가 아니라, 질문을 정직하게 꺼내는 사람이어야 한다.

어떤 질문이, 그리고 누가 이 시대 대한민국을 관통하고 있는 진통과 혼란을 새롭게 바로잡기 위해 이끌어 나갈 것인가?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교 교수

*필자 최연혁 교수는 =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강의와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스웨덴 패러독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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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빙 주한 중국대사 뉴스핌 기고 국제 정세가 혼란스럽고 국지적 충돌과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제 글로벌화가 역풍을 맞고 있고 일방주의와 보호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직면한 많은 국가들은 '겨울이 오고 있다'(Winter is Coming)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 이러한 시기에 중국은 실질적인 행동으로 세계에 안정성과 긍정적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다. 중국은 세계 경제를 안정적 발전으로 이끄는 강력하고 확실한 힘이다. 중국은 세계 2위 경제국, 1위 제조업 대국이자 2위 소비시장이다. 이런 조건하에서 중국 경제는 체제와 수요, 공급, 인재 등 네가지 부문에서 두드러진 우위를 보이며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공고히 하고 있다. 2024년 중국 경제는 5% 성장률을 달성했고 GDP 증가량은 1조 500억 달러에 달했는데, 이는 중간 경제국가의 연간 경제 총량에 해당하는 규모다. 2025년 복잡한 환경과 숱한 도전에 직면한 상황에서도 중국 경제는 안정 성장 추세를 유지하여, 1분기 5.4% 성장을 달성했고 1~4월 상품무역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7.5% 증가했다. 더욱 중요한 성과는 외부의 압박과 억제가 오히려 중국의 기술 돌파를 촉진하는 수많은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으며, 중국은 인공지능(AI), 로봇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잇따라 '딥시크(DeepSeek)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설정된 발전 목표를 달성하며 세계 경제 성장의 가장 중요한 엔진이자 안전 장치 역할을 계속 해 나갈 충분한 자신감과 능력을 지니고 있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주한 중국대사관 다이빙(戴兵) 중국 대사. 사진=중국 대사관 제공.  2025.05.24 chk@newspim.com 중국은 글로벌 협력을 촉진하는 확실한 힘이다. 대외 개방은 중국의 기본 국책으로, 보호주의의 역류가 거셀수록 중국은 더욱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높은 수준의 개방을 추진해나갈 것이며 국제 사회가 모두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할것이다. 중국은 150여 개 국가 및 지역의 주요 무역 파트너이며, 30개 국가 및 지역과 23개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2024년 중국의 평균 수입 관세율은 이미 7.3%로 떨어져 절대 다수 국가보다 낮으며, 43개 최빈국에 대해서는 '무관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얼마 전 성공적으로 개최된 중국 중앙주변공작회의에서는 주변국들과 협력하여 아름다운 미래를 함께 만들어갈 것임을 다짐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동남아 순방과 러시아 방문이 커다란 외교적 성과를 거두었고,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유럽의 여러 국가 지도자들이 중국을 방문했다. 갈수록 더 많은 국가들이 중국과의 동행은 바로 기회와의 동행이며, 중국에 대한 신뢰는 곧 미래에 대한 신뢰임을 인식하고 있다. 중국은 국제 질서를 수호하는 확실한 힘이다. 중국은 현행 국제 질서 속에서 발전해 온 만큼 이 체계의 수혜자이자 지지자, 수호자이다. 중국은 국가 간의 평등 및 호혜 상생을 견지하고 진정한 다자주의를 지향하며, '국력의 크기'를 발언권의 기준으로 삼거나 '자국 우선'을 국제 규칙 위에 두는 것에 반대한다. 국제 사회에서 중국은 책임감 있고 신뢰할 수 있는 대국이다. 중국에 대해 '국제 질서 도전자'라고 지목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많은 한국인들은 이전의 규칙 제정자(rule-maker)가 파괴자로 변해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렸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부당한 관세 전쟁에 직면한 중국은 단호한 대응으로 국가의 정당한 권익을 보호하고 나섰을 뿐만 아니라 국제적 공정성과 보편적 세계 정의를 수호하는데도 앞장섰다. 결과적으로 중국의 이런 대응은 국제 사회의 많은 나라들이 적극적 협상을 통해 경제∙무역 갈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여지를 넓혀줬다. 중국은 줄곧 각국의 운명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중국과 한국은 중요한 이웃이자 협력 파트너로서 더욱 그러하다고 여겨왔다. 중한 수교 이후 33년 동안 양국 간 각 분야에서의 교류와 협력은 커다란 성과를 거두었으며, 양국 외교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 최근 몇 년간 중한 양국의 국가 상황과 지역 정세, 세계 구도에 모두 큰 변화가 있었고, 중한 관계의 복잡성도 다소 커졌다. 양국은 경험과 교훈을 총정리해 재인식, 재출발해야 한다. 이때 가장 근본적인 것은, 중한 우호 협력의 강화가 양국과 양국 국민의 근본적 이익에 가장 부합한다는 점이다. 한국 정국에 변화가 일어나고 국제 정세 변화의 충격도 마주한 가운데, 대다수의 한국 국민은 국가적 통합을 강화하고 경제와 민생을 발전시키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의 많은 지인들은 중한 관계를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한국이 대내외적 도전에 대응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현재 중한 관계는 지난 날을 토대로 앞날을 개척하는 중요한 단계에 놓여 있다. 중국의 대(对)한국 정책은 확실하며, 중국은 최대한의 성의와 노력으로 중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심화할 의향이 있다. 한국이 시대 물결과 국제 흐름을 파악하고 바른 방향을 견지하며 중국과 함께 중한 관계를 건전하고 안정적이며 긍정적으로 발전시키길 희망한다. 글 = 주한 중국대사관 다이빙(戴兵) 중국대사 서울= 최헌규 중국전문기자(전 베이징 특파원) chk@newspim.com 2025-05-24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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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천 암각화' 세계유산 등재 유력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국가유산청은 26일(한국시간)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로부터 '반구천의 암각화'에 대한 유네스코 자문심사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이코모스, ICOMOS)의 심사결과 세계유산 목록의 '등재 권고'를 통지받았다고 밝혔다. '반구천의 암각화'는 국보로 지정된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와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를 포함하는 단일유산으로, 국가유산청은 지난 2010년 '반구천의 암각화'가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된 이후 2024년 1월에 세계유산 등재 신청서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제출했다. 이후 서류 및 현장실사 등 엄격한 심사 절차를 거쳐, 이번에 이코모스로부터 세계유산 '등재 권고' 의견을 받게 됐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사진=국가유산청] 2025.05.26 alice09@newspim.com 이코모스는 '반구천의 암각화'에 대해 탁월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그려진 사실적 그림과 독특한 구도는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의 예술성을 보여주고, 다양한 고래와 고래잡이의 주요단계를 담은 희소한 주제를 선사인들의 창의성으로 풀어낸 걸작이며, 선사시대부터 약 6천 년에 걸쳐 지속된 암각화의 전통을 증명하는 독보적인 증거이면서 한반도 동남부 연안 지역 사람들의 문화의 발전을 집약하여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점에서 '반구천의 암각화'가 세계유산 등재 기준 '인간의 창의성으로 빚어진 걸작'과 '현존하거나 사라진 문화적 전통이나 문명의 유일한 또는 적어도 독보적인 증거'를 충족하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 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지닌 유산이므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할 것을 세계유산위원회에 권고했다. 이번 권고에 따라, 오는 7월 6일부터 16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되는 제47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반구천의 암각화'의 등재 여부가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등재가 확정되면 우리나라는 총 17건(문화유산 15건, 자연유산 2건)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된다. 국가유산청은 "'반구천의 암각화'가 세계유산으로 최종적으로 등재될 때까지 지방자치단체 및 관계 부처와 긴밀히 협력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alice09@newspim.com 2025-05-26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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