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변우석 등 유명인 사칭해 2차 구매 유도
대선 정국 틈타 정당 관계자 명의로 숙박 예약도
경찰, '초국경 범죄'..."범행 수법 정교"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최근 유명인을 사칭하는 '노쇼(No-show, 예약 후 현장에 나타나지 않는 것)'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군부대와 관공서 위주로 일어나던 사기가 연예계, 정치권까지 확장되는 모양새다.
노쇼 사기는 2단계 속임 구조를 갖추고 있다. 1단계에서는 피해자가 운영하는 업체 물품에 대해 주문하고, 2단계에서는 피해자 물품과 함께 결제한다며 피해자 업체에서 취급하지 않는 다른 업체 물품을 대신 구매해 달라고 요청하는 방식이다.
사기꾼들은 돈을 목적으로 2단계 대리 구매 금액이 최종 목표로 1단계 주문은 2단계 금전 편취를 위한 미끼다. 피해자가 다양한 이유로 2단계 송금을 하지 않으면 1단계 주문에 대한 노쇼로 끝나 노쇼 사기라는 명칭이 붙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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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21일 연예계 등에 따르면 유명인을 사칭하는 이른바 '노쇼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진은 배우 변우석 [사진=바로엔터테인먼트] 2024.06.03 alice09@newspim.com |
21일 연예계에 따르면 가수 임영웅, 배우 강동원, 변우석 등 유명 연예인을 비롯해 영화, 방송 프로그램 제작진까지 사칭하는 노쇼 사기가 발생했다.
방송인 박명수 씨의 매니저 박명수 매니저 한경호 씨는 20일 자신의 SNS를 통해 "명수 형은 양주나 와인을 드시지 않는다. 명수 형과 저를 사칭해 금전적 이득을 노리는 사기 행위에 각별한 주의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임영웅 소속사 물고기뮤직은 "당사와 소속 아티스트 임영웅의 이름을 사칭해 식당 예약을 빌미로 노쇼 피해를 유발하거나 고급 주류 배송 및 금전 제공을 요구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는 보이스피싱과 유사한 방식으로, 유명인의 이름과 소속사를 도용해 금전적 이익을 노리는 신종 사기 수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5일 경남경찰과 지자체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거창군에서 배우 강동원의 영화 촬영 제작진을 사칭한 한 남성이 식당에 전화를 걸어 예약을 문의했다. 이 남성은 단체 식사를 예약하면서 1병당 300만원 수준의 와인 2병을 자신이 지정한 특정 업체에서 구매 대행하도록 유도해 안내받은 업체에 600만원을 결제하는 방법으로 돈을 가로챘다.
변우석 소속사 바로엔터테인먼트는 지난 8일 "최근 당사 직원을 사칭해 금전적 이득을 취하려는 사기 행위가 발생하고 있다"며 "당사 소속 연예인 매니저를 사칭하며 소상공인 및 업체에 접근, 회식 등을 명목으로 특정 상품(주로 와인 등)을 선결제하도록 요구한 뒤 준비가 완료되면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는 '노쇼' 수법으로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해는 연예계를 넘어 제21대 대선 정국이 한창인 정치권으로 확장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당직자를 사칭한 노쇼 사기범은 지난 18일 제주 서귀포시의 한 펜션에 전화를 걸어 "이재명 후보의 제주지역 선거운동원 30명이 19일부터 2박3일간 묵을 것"이라고 예약을 했다.
또 이들이 먹을 도시락을 대신 구매해 준비해달라고 요구했다. 사기범은 "이 후보가 지정한 도시락 업체에 주문을 해야 한다"고 속여 해당 숙박업주는 400만원의 도시락 대금을 피해를 입었다.
경북 구미에서는 지난 15일 원평동의 한 숙박업소에 국민의힘 선거캠프 관계자라고 밝힌 이가 전화로 15개 객실을 3박 일정으로 숙박 예약을 했으나 사기로 밝혀졌다. 같은 날 원평동의 도시락 업체에는 정당 관계자라고만 밝힌 사람이 도시락 15개와 30개를 예약 주문했으나 노쇼 범죄였다. 안동에서도 15일 한 숙박업소에 정당 관계자라고 밝힌 사람이 객실 15개를 예약했으나 노쇼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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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쇼 사기 개요도 예시 [자료=경찰청] |
이 같은 노쇼 사건은 동남아시아에 있는 콜센터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20일 주의를 당부하며 노쇼 사기는 비대면 기반 초국경 범죄인만큼 예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본인은 물론 주변 상인과 가족, 친지, 친구에게도 예방법을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예방 방법은 휴대전화로 대량 주문이 들어오면 연락 온 전화번호가 아닌 해당 공공기관과 사무실의 공식 전화번호로 직접 확인하는 것이다. 또 업체에서 취급하지 않는 다른 물품을 대리로 구매해달라는 2차 주문은 노쇼 사기의 전형적인 형태로 단호하게 거절하는 것이 좋다는 설명이다.
국수본 관계자는 "노쇼 사기는 어려운 경제 상황에 놓여있는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대량 주문을 통해 현혹하고, 공범들과 미리 짜놓은 시나리오대로 범행에 빠져들게 하는 등 범행 수법이 정교하다"며 "비대면은 모든 것이 가짜일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앞으로도 경제적 취약계층을 노리는 각종 범죄 예방과 단속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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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지역 캠프 사칭에 이용된 명함 [사진=더불어민주당 경남선대위] 2025.05.16 |
calebca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