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기자회견서 "법적·정치적 책임 물을 것"
대선 후보 지위문제 다시 법원에 넘겨질 가능성
한동훈 "다른 후보 출마 막아"·안철수 "흑역사"
[서울=뉴스핌] 이재창 정치전문기자 = 국민의힘이 사상 초유의 대선 후보 교체를 강행했다. 사실상 후보 의사와 관계없는 강제 교체다. 후보 단일화를 약속하고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를 끌어내리고 한덕수 후보로 교체한 것이다.
김 후보가 강력히 반발하면서 법적 조치에 나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김 후보는 10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반드시 법적 정치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김 후보 측이 어떤 법적 조치를 취할지는 알 수 없지만 가처분 신청이나 무효 소송 등이 이뤄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당의 대선 후보의 운명이 다시 법원의 판단에 맡겨질 수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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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치고 국회를 나서고 있다. 2025.05.09 pangbin@newspim.com |
당 지도부가 후보 교체의 근거로 내세운 것은 당헌 제74조 2항의 특례 규정이다. 이 조항은 '대통령 후보자의 선출 규정에도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는 대통령 후보자 선출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후보자선거관리위원회가 심의하고, 최고위원회의(비상대책위원회)의 의결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관건은 '상당한 사유'의 해석이다. 이를 놓고 당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후보 선출을 위한 예외 규정일 뿐 후보 교체 등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주장과 후보 개인의 사정과 정치 상황도 사유에 포함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나경원 의원은 최근 이 조항에 대해 "대선 후보자 선출의 여러 규정에 대한 예외를 정하기 위한 규정"이라며 "예컨대 당 대표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려면 1년 6개월 이전에 사퇴해야 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을 위한 예외 규정일 뿐"이라고 했다.
나 의원은 "이미 우리 당의 경선 절차가 완료돼 대통령 후보자로 선출되고 당선 공고까지 된 이후, 후보자를 교체하는 것까지 규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74조의 2를 아무리 확대 해석해도 그렇게까지 자의적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이는 법치주의와 당의 민주적 절차의 근간을 부정하는 것으로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했다. 김기현 의원은 "무리한 방식으로 당헌·당규에 명시가 안 된 것을 확대 해석하면 안 된다"고 했다.
김 후보의 김재원 비서실장은 "74조 2항은 절차적인 문제가 생겼을 때 최고위 또는 비대위 의결로 수정할 수 있다는 얘기지, 선출된 후보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반면 주진우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은 "후보자 개인의 사정, 정치적인 상황도 '상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맞섰다. 후보 단일화 등 정치 상황도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서울 남부지법은 후보 지위를 확인해 달라는 김 후보의 가처분 신청에 대해 "현재로선 국민의힘은 김문수 대통령 후보자 지위를 전면 부인하고 있지는 않다"며 "가처분 판단을 구할 필요성과 실익이 없다"고 했다. 재판부가 판단할 당시에는 김 후보가 후보 자격을 유지한 상태라 판단 자체를 하지 않은 것이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당이 김 후보의 자격을 박탈한 상황인 만큼 김 후보가 어떤 법적 조치를 취할지와 법원의 판단이 어떻게 내려질지 주목된다.
법적인 문제와는 별개로 후보 교체의 정당성도 도마에 올랐다. 경선 참여자들이 일제히 원색적으로 이를 비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당이 똘똘 뭉쳐도 모자랄 판에 심각한 분열상을 보이는 상황에서 국민은 어떤 판단을 할지 주목된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의힘 친윤들이 새벽 3시에 친윤이 미는 1명을 당으로 데려와 날치기로 단독 입후보시켰다"며 "직전에 기습 공고하여 다른 사람의 입후보를 물리적으로도 막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도 이렇게는 안 한다. 김문수 후보가 저를 막으려고 한덕수 후보와 친윤들을 한 팀처럼 이용한 과오가 있는 것은 맞고, 설령 경선에서 선출된 후보를 교체할 사정이 생겼다 가정하더라도, 다른 경선 참여자들을 배제하고 왜 당원도 아닌 '특정인 한덕수'로 콕 찍어서 교체해야 하는 건지 설명 불가능하다"며 "비공개 샘플링한 여론조사 때문이라는 변명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안철수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후보 단일화가 아니라 후보 교체 정치공작극과 다름이 없다. 후보 단일화가 아니라 대선 패배주의에 따른 당권 장악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세계 민주 정당사에서 전무후무할 흑역사와 치욕의 날로 기록되고 말 것"이라고 밝혔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X이 계엄으로 자폭하더니 두X이 한밤중 후보 약탈 교체로 파이널 자폭을 하는구나"라고 썼다.
leej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