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고객 관계 고려, 애널리스트 비판에 매도 기피 심화
금투업계 "애널 신뢰도 회복부터, 정확한 시장 반영 가능"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올해 상반기중에 국내 증권사 중 40% 가량이 매도 리포트를 하나도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사인 기업의 눈치를 보던 관행에 더해, 애널리스트들에 대한 신뢰도 하락이 매도 리포트 작성을 더욱 기피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매도 리포트가 0건인 회사는 DB·KB·NH·교보·대신·다올·LS·SK증권 등 29개 사였다. 특히 매도나 중립 의견은 내지 않고 '매수 리포트'만 내는 증권사도 넥스트·부국·CMS·한양증권 등 4개사나 있었다. 결국 33개사가 매도 의견을 내지 않고 있다. 전체 증권사 48개사 중 70%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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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2025.05.01 stpoemseok@newspim.com |
매도 리포트 비중이 1% 미만으로 사실상 매도 리포트를 내지 않는 증권사도 DS투자증권(0.6%)·메리츠증권(0.5%)·미래에셋증권(0.6%)·신영증권(0.7%)·iM증권(0.7%) 등 5개나 됐다.
결국 38개사의 리포트에서는 매도 보고서를 찾기 어려운 셈이다.
외국계 증권사와 비교할 경우 매도 리포트 비중 격차는 더욱 뚜렷해진다. 같은 기간 골드만삭스의 매도 리포트 비중은 17.3%였다.
이외에도 ▲도이치(14.3%) ▲모간스탠리(15.9%) ▲JP모간(12.8%) ▲크레디트스위스(CS)(10.5%) 등 외국계 증권사들의 매도 리포트 비중은 10%대를 넘겼다.
이처럼 매도 리포트의 비중이 적은 이유는 증권사가 국내 기업과의 관계를 신경 쓰기 때문이다. 증권사는 기업공개(IPO), 유상증자, 회사채 발행 등 기업금융(IB) 서비스를 개별 기업에 제공한다. 매도 의견을 제시하면, 해당 회사와의 관계가 악화해 IB 부문이 위축될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특히 IB 부문은 증권사의 주요 사업 부문 중 하나기 때문에, 증권사 입장에서 매도 리포트를 쓰면서까지 기업과의 관계를 악화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또 매도 리포트를 제시하면 해당 종목의 거래도 줄기 때문에, 증권사가 중개 수수료 감소도 의식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매도 리포트 기피가 국내 증시에 대한 과대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시에 매도 리포트 수가 적은 것은 오래된 일"이라며 "과도한 낙관론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해결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동시에 애널리스트에 대한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현재 애널리스트들의 신뢰도가 낮아서, 매도 리포트를 쓴 애널리스트에 대한 비난이 과한 측면이 있다"며 "예를 들어 애널리스트가 의도적으로 주가를 낮추기 위해 매도 리포트를 썼다고 비난하는 일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처럼 매도 리포트에 대한 투자자 불신이 줄어들어야 애널리스트들도 적극적으로 매도 리포트를 쓸 수 있을 것"이라며 "애널리스트 교육 등 전문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증권사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stpoems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