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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모르고 명령을 따른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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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12·3 계엄사태가 군에 얼마나 타격을 줬는지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분명한 것은 그 계엄이 군 사기를 크게 훼손했다는 점이다. 군인은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킨다는 자부심으로 사는 사람들이다. 국민이 신뢰하지 않으면 조직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12·3 계엄사태는 현장에 투입된 장병뿐 아니라 군 전체에 심각한 손상을 입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는 "군인이라도 위법한 명령에 대해선 복종할 의무가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12·3 계엄사태는 핵심 부대 사령관들이 생각 없이 내란 피의자들의 위법한 명령을 따른 결과였다. 국군의 강령 '진정한 용기, 필승의 신념, 임전무퇴의 기상과 죽음을 무릅쓰고 책임을 완수하는 숭고한 애국애족의 정신'은 사라지고 뒤틀린 상명하복과 왜곡된 충성심만 남았다.

박성준 정치부 기자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명령을 따르는 게 정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은 "명령을 거부하지 못한 게 후회된다"며 반성하는 척이라도 했지만 이들은 오히려 불법 지시를 따르지 않는 게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사령관은 "민주주의 국가의 문민통제 체제에서 저 같은 야전에 있는 군인이 대통령이나 장관의 명령이 위법이라 생각해서 반기를 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가"라며 "그게 바로 쿠데타고, 그래서 항명죄가 있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행동이 정당했다고 믿는 이유가 있다. 우리 군대가 헌법이나 민주주의 정신보다 상관에 대한 충성과 복종만 강조한 탓이다. 무지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지휘관은 모르는 것 자체로 죄가 될 수 있다. 무력을 사용하는 군대의 지휘관이 꼭 알아야 할 것은 군인은 '헌법 수호자'라는 점이다. 맹목적 충성이 헌법보다 우선할 수 없다. 알베르 카뮈는 소설 '페스트'에서 '악은 언제나 무지에서 나온다'고 했다.

명령에 따라 유대인을 죽였다는 아돌프 아이히만을 보면서 한나 아렌트는 '선한 사람도 악행은 누구나 저지를 수 있다'는 뜻으로 '악의 평범성'을 말했다. 그러나 '평범한 악'을 처벌하지 않으면 같은 일이 반복된다.

5·18 민주화운동 때 군이 시민을 살상한 이유도 민주화에 대한 이해가 없었던 탓이다. 명령을 따랐던 사령관들이 처벌 대상이 되는 이유다.

parksj@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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