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고심도 정부 손 들어줘…2000명 증원 계획 탄력
"긴급성 인정되나 집행정지시 공공복리에 중대영향"
의료계 "재항고해 대법원 판단 받겠다" 신속 결정 촉구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법원이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2000명 증원 처분의 효력을 중단해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항고심에서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방침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행정7부(구회근 부장판사)는 16일 부산대 의대생과 의대 교수, 전공의, 수험생 등 18명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입학정원 증원 처분 집행정지 항고심에서 각하 및 기각 결정했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
재판부는 신청인 중 의대 교수, 전공의, 수험생에 대해 1심과 같이 처분의 직접 상대방이 아닌 제3자에 불과하다며 각하했다.
반면 의대 재학생에 대해서는 "헌법, 교육기본법, 고등교육법, 고등교육법 시행령, 대학 설립·운영 규정 등 관련 법령은 의대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있다"며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해 기존 교육시설에 대한 참여 기회가 실질적으로 봉쇄돼 동등하게 교육시설에 참여할 기회를 제한받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며 신청인 적격이 있다고 봤다.
그러나 의대생의 경우에도 행정소송법 제23조의 집행정지 제도의 요건을 비교형량한 결과 집행정지의 실체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의대생 신청인들의 학습권 침해 등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성은 인정할 수 있다"면서도 "이 사건 처분의 집행을 정지하는 것은 의대 증원을 통한 의료개혁이라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의대생들이 일부 희생하더라도 공공복리를 더 옹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부산대는 기존 정원 125명에 75명 증원이 배정돼 2025학년도 정원이 총 200명이지만 모집인원의 일부 감축으로 결국 내년도 모집인원은 163명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하면서도 의대 정원을 매년 2000명씩 증원하겠다는 정부의 당초 계획에 대해서는 의대생들의 학습권이 심각하게 침해받을 여지가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재판부는 "피신청인들(정부)은 거점 국립대 총장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분의 50% 내지 100% 범위에서 모집인원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한 바 있다"며 "향후 의대 정원 숫자를 구체적으로 정함에 있어서도 매년 대학 측 의견을 존중해 의대생들의 학습권 침해가 최소화되도록 자체적으로 산정한 숫자를 넘지 않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의료계는 이날 법원 결정에 대해 재항고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내년도 대입 일정을 고려하면 대법원 판단이 나오기까지는 물리적 시간이 부족해 이날 결정으로 사실상 27년 만의 의대 증원은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각 대학은 이번 집행정지 결과에 따라 의대 증원을 위한 학칙을 개정하고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대입전형 심의위원회 승인을 거쳐 이달 말 혹은 내달 초까지 대입 수시모집 요강을 발표한다.
의료계를 대리하는 이병철 법무법인 찬종 변호사는 입장문을 내고 "대법원 재항고 절차를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며 "법원은 나머지 6개 항고심 사건에 대해 신속히 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변호사는 "대법원은 기본권 보호를 책무로 하는 최고 법원이고 정부의 행정처분에 대해 최종적인 심사권을 가지므로 재항고 사건을 오는 31일 이전에 심리, 확정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