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제주도 비롯한 인천서도 청약미달 속출
서울 한주간 0.09% 상승에도 지방은 보합
금리, 경기침체 우려 등에 투자심리 개선 더뎌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올해 초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 이후 서울을 중심으로 주택경기가 회복세에 들어섰지만 지방 청약시장은 여전히 찬바람이 불고 있다.
매수 주체가 투자수요에서 실수요로 재편되면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핵심지역으로 매수세가 쏠리고 있다. 실수요가 부족한 지방은 낙수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미분양 아파트가 여전히 쌓이고 있고 금융시장 불안, 경기침체 등으로 집값이 다시 하락장에 들어설 것이란 불안심리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 포스코이앤씨·부영 등 지방서 고전...낙수효과 미미
2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지역 집값이 강한 반등세를 기록하고 있지만 지방은 청약 미달, 집값 약보합이 지속되고 있다.
서울 주택시장이 살아나고 있지만 지방에 미치는 낙수효과가 미미한 상태다. 지방 한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스핌DB] |
이달 포스코이앤씨가 제주도에서 분양한 '더샵 연동애비뉴'는 204가구 모집에 64명 신청에 그쳐 평균 경쟁률이 0.3대 1을 기록했다. 전용면적 84㎡ 국민평형의 분양가가 11억원을 넘어 고가분양 논란이 있었지만 대형 건설사가 시공에 참여한 것을 감안할 때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이다.
같은 달 부영이 경남 창원에서 분양한 '신항 마린 애시앙'은 459가구 모집에 87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 0.2대 1을 나타냈다. 부영주택이 시행과 시행을 모두 맡는 자체사업으로 전용 84㎥가 주변시세와 비슷한 3억2000만원에 수준에 공급됐지만 수요자의 눈길을 잡지 못했다.
수도권에서도 선호도가 낮은 지역이거나 턱없이 높은 분양가를 책정한 단지의 청약 결과는 부진했다. 한화건설이 인천 미추홀구에서 공급한 '포레나 인천학익'은 217가구 모집에 123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이 0.6대 1에 그쳤다. 학익4주택재개발 정비사업으로 한화건설이 시공을 담당한다. 지하철 등 대중교통 이용이 다소 불편하고 주변시세보다 1억원 정도 높은 분양가가 발목을 잡았다.
지방과 서울 아파트값 추이도 크게 엇갈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9%, 수도권은 0.08% 상승했다. 수도권은 주간 단위로 1%대 상승률을 목전에 둔 상태다. 반면 지방은 전주에 이어 0.00% 변동률로 보합세를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전남(-0.05%), 부산(-0.04%), 제주(-0.04%), 광주(-0.02%), 강원(-0.01%) 등이 하락세를 지속한 영향이다.
◆ 금리인상, 경기침체 등 불확실성 여전...투자수요 관망
지방 주택시장 약세가 장기화하는 이유는 집값 하락에 대한 불안심리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및 금융시장 불안, 경기침체 등으로 집값 상승여력이 크지 않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주택을 매수해도 기대할 수 있는 시세차익이 크지 않은 데다 금리인상 여파가 확산하면 부동산 등 자산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
미분양도 불안요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6만6388가구) 중 84%(5만5829가구)가 지방 물량이다. 전국 미분양 10개 중 9개 정도가 지방에 포진된 셈이다. 지방 미분양이 전월(5만8066가구) 대비 3.9%(2237가구) 줄긴 했지만, 매수세가 늘어났기보다 침체로 지방 신규분양이 예년보다 줄어든데 따른 착시효과로 풀이된다. 6월 누계 기준 수도권 분양(승인)은 전년동기 대비 34.4% 줄었지만 지방은 50.9%가 감소했다.
부동산R114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서울을 중심으로 반등세가 강하게 나타나며 집값 바닥론에 힘이 실리는 부위기"라며 "다만 기준금리와 실물경기 여건 등의 대내외 변수가 하반기 주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