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정치 국방·안보

속보

더보기

[軍 대민지원 사고 안된다] "보여주기식 무리한 군 동원 지양…재난재해 상황별 사전훈련 필요"

기사입력 : 2023년07월21일 03:00

최종수정 : 2023년07월21일 10:03

채수근 해병대 안타까운 순직 계기
'보여주기식' 무리한 군 동원 자제
소방·지자체·경찰·주민과 사전 협의
구조·지원 능력 '맞춤형 역할' 분담
군 동원 적절성·배치·책임성 제도화

[서울=뉴스핌]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 채수근(20) 해병대 1사단 포병대대 상병(추서 계급)이 지난 19일 경북 예천군 폭우 실종자 수색작업에 나섰다가 강 급류에 휩쓸려 순직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올해 3월 해병대에 자원 입대해 5개월 째 국방의 의무를 하다가 폭우 실종자를 수색하다 목숨을 잃어 국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기록적인 폭우로 물이 불어나고 물살이 센 강에 구명조끼나 로프 등 안전 조치가 미흡한 가운데 일선 장병들이 실종자 수색에 대거 투입된 것에 대한 비판이 쏟아진다.

해병대 1사단이 지난 7월 18일 폭우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경북 예천지역에서 소형고무보트(IBS)를 투입해 실종자 수색에 총력을 쏟고 있다. [사진=해병대 1사단]

◆국방부, 올해 1월 '안전 확보' 공문

국방 재난관리 훈령의 '3장 민간 재난 대응과 복구 항목' 중 28조 '대민지원 기본 지침'에 따르면 "정부부처 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병력과 장비 등을 지원 요청받은 각급 부대의 장은 군 작전 임무 수행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지원한다"고 명시돼 있다.

우리 군의 대민지원에 대한 기본 지침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국방부는 올해 1월 각 군에 대민 지원 지침을 하달하기도 했다. 당시 국방부에서 내린 지침은 '작전 임무 수행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적극 지원하고 안전이 확보된 가운데 지원 태세를 유지하라'는 공문이었다.

전·평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한다는 군의 임무 자체가 법으로 명시돼 있다. 다만 크고 작은 각종 재해 재난과 국내외 행사 때마다 우리 군이 보여주기식 대민 지원에 투입되고 있다는 지적이 그동안 끊이지 않았다.

특히 이번에는 폭우가 계속되고 재난재해 상황이 전국적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우리 군을 무리하게 투입시킨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무리한 투입에는 반드시 크고 작은 사고가 생길 수밖에 없다. 충분한 사전 준비와 협의를 거쳐 현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위험 요인을 사전에 인지한 상태에서 우리 군을 투입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선 부대 지휘관을 지낸 예비역 장성은 21일 "이번 현장 상황을 정확히는 모르지만 기본적으로 안전 대비나 안전 의식은 항시 갖고 있어야 한다"면서 "일선 장병들을 대민 지원에 투입할 때는 반드시 안전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장병 안전 최우선·현지 상황 파악 중요

무엇보다 이 예비역 장성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병들의 안전이 최우선시 돼야 한다"면서 "특히 해병대 장병들은 바다에서 훈련을 했지만 강이나 하천에서는 훈련을 할 일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지형적 특성에 대비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예비역 장성은 "강은 급류도 있고 소용돌이도 있고 바닥이 꺼지는 현상도 많기 때문에 구명조끼를 입었다고 해도 위험 요소가 완전히 제거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대민지원을 하는 현지 상황에 맞는 대비나 특성 파악이 제대로 돼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예비역 장성은 "군인들을 대민 지원과 구조에 투입하는 자체는 군인의 임무 중에 하나지만 너무 무리하게 준비도 없이 급하게 대민 지원에 투입해서도 절대로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이 예비역 장성은 "군인들의 대민 지원도 평소 재난재해에 따른 유형별·상황별·지형별 대응 매뉴얼을 만들고 훈련이 돼 있어야 한다"면서 "대민 지원과 구조에 대한 매뉴얼을 만들고 사전 훈련을 병행해서 그런 것이 갖춰진 다음에 투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예비역 장성은 "보여주기식 군 투입은 이제 자제해야 한다"면서 "즉흥적이고 보여주기식으로 상부 지침에 따라 군 부대 사정과 현장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지침은 절대로 내려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육군 2신속대응사단 장병들이 지난 7월 17일 집중호우 피해를 입은 경북 영주시 갈산리 일대 주택과 도로 인근 토사유실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육군]

◆육군, 사전 위험예지 훈련·위험성 평가

현재 우리 군은 해병대를 비롯해 각 군별로 재난 안전대응 조치 매뉴얼을 갖추고 있다. 다만 현장 지휘관들이 상황에 맞게 판단하고 대응하며 안전 지침을 준수하고 있다. 재난재해 상황과 유형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인 대민지원 안전 대응 매뉴얼을 적용할 수는 없다고 한다.

아무리 대민지원 안전 매뉴얼이 있다고 해도 모든 경우의 수를 대비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육군은 현재 재난재해와 대민지원 상황에 대비해 평소 '위험예지' 훈련과 대민지원 때마다 사전 '위험성 평가'를 하고 있다. 대민지원 투입 전에 미리 지형을 파악하고 육안으로 수색할지 아니면 직접 강으로 들어가서 할지도 확인하고 있다.

다만 이번 사고처럼 하루 전 똑같은 수색작업을 할 때는 이상이 없다가 갑자기 지반이 꺼지는 돌발 변수가 발생하면 아무리 현장의 안전 매뉴얼이 잘 돼 있고 준수한다고 해도 사고를 막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에 따라 군 관계자들은 "대민 지원을 나갈 때는 그 지역 지형을 잘 아는 주민과 소방 당국, 경찰, 지방자치단체와 사전에 서로 역할 분담을 하고 협의를 거쳐 작업을 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제언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군인들이 대민지원을 할 때 구조해야 될 사람과 보조해야 될 사람을 나눠야 한다"면서 "대민지원의 아주 기본적인 문제인 역할 분담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 근본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군과 사회 전체 '안전의식' 정착 시급

임 소장은 "구명조끼 착용 문제에 앞서 해군 UDT나 SSU 등 특수훈련을 받은 요원들이 실종자 수색과 구조의 주된 임무를 하고 일반 장병들은 보조 임무를 해야 한다"면서 "재난 컨트롤타워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군 동원에 대한 개념이 없는 것 같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임 소장은 "구명조끼나 안전장구를 착용했느냐는 현장 안전조치 문제에 앞서 군 동원의 적절성과 배치의 구조적인 문제부터 시스템화하고 제도화해야 한다"면서 "지금 재난재해 대민지원 안전 매뉴얼 여부 문제가 아니라 우리 군인들이 제대로 맞는 작업이나 임무, 작전에 투입되는지 근본적인 문제가 최우선시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임 소장은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 소재와 관련해 "일선 병사가 훈련을 받다가 순직했고 과실이 있다면 사단장이 책임지면 된다"면서 "다만 1600명의 해병대원들의 동원과 배치에 대한 책임 범위를 해병대사령관이나 1사단장에게 물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선 부대 지휘관을 지낸 예비역 장성은 "과거에는 인명 중시 인식이 부족했다면 지금은 그런 것은 없어졌지만 안전 중시 인식이 아직은 부족한 것 같다"면서 "우리 군의 안전의식이 좀 더 빨리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예비역 장성은 "구명조끼가 소중한 병사의 생명을 못 살렸을지도 모르지만 물살이 센 강에 들어가면서 구명조끼 등 안전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 예비역 장성은 "우리 군뿐만 아니라 이번 오송지하차도 참사를 포함해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 아주 기본적인 안전의식 문화를 하루 빨리 정착해 나가야 한다"면서 "당연히 우리 군은 현장 지휘관 책임 아래 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제언했다.

kjw8619@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특검 "尹, 구속연장 없이 기소도 검토" [의왕=뉴스핌] 김학선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재구속된 이후 조은석 특별검사팀의 출석 요구에 잇달아 불응한 가운데 15일 윤 전 대통령이 수감된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의 모습. 특검은 이날 윤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기간 연장 없이 바로 기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5.07.15 yooksa@newspim.com   2025-07-15 14:38
사진
'반구천의 암각화' 세계유산 등재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선사시대의 생활문화를 엿볼 수 있는 바위그림인 '반구천의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제47차 세계유산위원회는 1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회의에서 한국 정부가 신청한 '반구천의 암각화'를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2010년 세계유산 잠정 목록에 등재된 후 15년 만의 결실이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총 17건(문화유산 15건·자연유산 2건)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반구천의 암각화' [사진=국가유산청] 2025.07.12 alice09@newspim.com '반구천의 암각화'는 국보로 지정된 울산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와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를 포함하는 유산이다.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에는 작살 맞은 고래, 새끼를 배거나 데리고 다니는 고래 등이 생동감 있게 표현돼 선사시대 사람들의 생활상화 생태계를 엿볼 수 있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2010년 '반구천의 암각화'가 세계유산 잠정 목록에 등재된 후 지난해 1월 세계유산 등재 신청서를 유네스코에 제출했다. 이후 서류 및 현장실사 등 심사를 거쳤다. 세계유산위원회는 '반구천의 암각화'에 대해 "탁월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그려진 사실적인 그림과 독특한 구도는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의 예술성을 보여주고, 다양한 고래와 고래잡이의 주요 단계를 담은 희소한 주제를 선사인들의 창의성으로 풀어낸 걸작"이라고 평했다. 이어 "선사시대부터 약 6000년에 걸쳐 지속된 암각화의 전통을 증명하는 독보적인 증거이면서 한반도 동남부 연안 지역 사람들의 문화 발전을 집약해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사진=국가유산청] 2025.07.12 alice09@newspim.com 세계유산위원회는 등재 결정과 함께 사연댐 공사의 진척 사항을 보고할 것과 더불어 반구천 세계 암각화센터의 효과적 운영을 보장하고, 관리 체계에서 지역 공동체와 줌니들의 역할을 공식화하고, 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주요 개발 계획에 대해 알릴 것을 권고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이번 '반구천의 암각화'의 세계유산 등재는 국가유산청과 외교부, 주유네스코대한민국대표부, 해당 지자체가 모두 힘을 합쳐 이뤄낸 값진 결과"라며 "이번 등재롤 계기로 '반구천의 암각화'가 가진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충실히 보존하는 한편, 지역주민과의 긴밀한 협력을 이어가는 적극행정으로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반구천의 암각화'가 세상에 알려진 지 50여 년이 지났지만, 세계유산 등재까지는 쉽지 않은 긴 여정이었다"며 "앞으로도 국가유산청은 '반구천의 암각화'를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서 가치를 지키고 잘 보존·활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alice09@newspim.com 2025-07-12 18:02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