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원고 승→2심 원고 패
"출연자 의사 무시한 채 동시 출연으로 의제할 이유 없어"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같은 날' 이뤄진 다수의 공익법인 등에 대한 주식 출연에 시간적인 선후관계가 확인된다면 각 출연 시점을 기준으로 합산 대상 주식을 확정해 증여세 과세가액 불산입 한도 내의 주식을 계산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밀알미술관과 남서울은혜교회 등이 과세당국을 상대로 낸 증여세부과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오뚜기 창업주인 고(故) 함태호 명예회장은 2015년 11월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오뚜기 주식 중 1만7000주를 남서울은혜교회에, 3000주를 밀알미술관에, 1만주를 밀알복지재단에 각각 증여했다.
원고들은 2016년 2월 출연받은 주식 중 밀알미술관의 2000주를 제외한 2만8000주가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 제48조 제1항 '공익법인 등이 내국법인의 주식을 출연받은 경우 내국법인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5를 초과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고 증여세를 신고했다.
하지만 과세당국은 제외된 2000주에 대해서도 증여세를 부과했다. 원고들이 주식을 같은 날 증여받아 수증시기가 동일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밀알미술관은 과세 예고통지에 불복해 국세청에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했고, 국세청은 2018년 수증 주식 비율에 따라 안분 계산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청구를 일부 채택했다.
이에 과세당국은 남서울은혜교회에 대한 증여세 과세가액을 73억5600만원으로 감액 경정하고, 밀알미술관에 대해선 13억4400만원으로 증액 경정했다. 원고들은 과세처분이 위법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2000주를 제외한 나머지가 비과세 초과 부분에 해당한다며 과세당국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으나, 2심은 주식 출연이 같은 날 이뤄졌다면 과세가액 불산입 한도 초과 여부는 이를 모두 합산해야 한다며 판결을 뒤집었다.
이처럼 해석하지 않을 경우 주식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전혀 과세할 수 없게 된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의 판단을 다시 뒤집었다. 다수의 공익법인 등이 같은 날 출연받은 주식을 모두 동시에 출연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공익법인 등이 출연받은 주식이 증여세 과세가액 불산입 한도를 초과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는 '출연 당시'를 기준으로 합산해 정하도록 하고 있다"며 "같은 날 다수의 공익법인 등에 출연된 주식의 시간적 선후관계가 확인된다면 각 출연 시점을 기준으로 합산 대상 주식을 확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출연자가 증여세 과세가액 불산입 한도 등을 고려해 주식을 순차로 출연했음에도 그 출연이 같은 날 이뤄졌다는 이유만으로 출연자의 의사를 무시한 채 각 주식이 동시에 출연된 것으로 의제해야 할 합리적인 이유도 찾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끝으로 재판부는 "원심은 주식 출연의 시간적 선후관계 등에 관해 심리한 뒤 밀알미술관에 대한 부분의 적법 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