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증권·금융 은행

이창용의 화끈한 데뷔전, '인플레 파이터' 선언

기사입력 : 2022년05월26일 17:42

최종수정 : 2022년05월26일 17:42

이 총재, 기준금리 인상으로 금통위 첫 등판
'성장보다 물가 잡겠다' 시장에 메시지 전달
공직자 스타일 이주열과 다른 '명료한 화법' 주목
"시장에 향후 경제 방향 시그널 전달 잘 돼"

[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취임 후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의 의사봉을 잡았다. 국내외 경제 상황이 엄중한 만큼 '금리인상', '물가‧성장 전망 수정' 결정으로 첫 데뷔를 마쳤다. 그의 이번 결정이 우리 경제에 큰 변화를 가져왔지만 '분명하고 명료한 메시지'로 시장과의 소통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지난 4월 25일 취임한 이창용 총재는 26일 처음으로 통방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했다. 지난달에 이어 연속으로 금리를 올린 것은 2007년 7, 8월 이후 15년 만의 일이다. 또 우리나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3.0%에서 2.7%로 하향 조정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4.5%로 기존 전망치보다 1.4%p나 올려잡았다. 10여년 만에 물가 4%대 전망이 나온 것이다.

이 총재는 이번 기자간담회에서 성장보다는 물가 잡는 데 사활을 걸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성장보다는 물가의 부정적 파급효과가 더 크다"며 "취약 계층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지만 현 상황을 실기해서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확산되고, 그 결과 물가가 높아지면 실질 임금이 하락하고 경제 불안이 커져 취약계층이 중장기적으로 더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2022.05.26 photo@newspim.com

이 총재는 전임 이주열 총재보다 말의 속도가 빠르고 그만큼 내용도 많다. 이 때문에 정식 취임 전부터 한은 관계자들은 '이주열 총재보다 초당 말하는 속도가 빨라 고생 중이다'라는 말이 나왔다. 이 전 총재는 정책 부서 등과 철저하게 사전에 조율된 발언만 시장에 내보냈고, 금리 인상 신호도 단계적으로 제시해 시장에 충격을 최소화 하는 전형적인 '공직자' 스타일이었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 따른 큰 변화의 결단을 내렸지만 학계에 오래 몸담았고, 글로벌 시장에서 활동한 이력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시원시원한' 화법이 이번 간담회 때 드러났다는 평가다. 이 총재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를 지냈다. 이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내고 시아개발은행(ADB) 수석이코노미스트,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담당 국장직을 역임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 전 총재는 조곤조곤한 화법이었다면 이 총재는 시원시원하다. 학계에 계실 때도 (이런 화법으로) 유명했던 걸로 알고 있다"며 "오늘 간담회에서 질문이 끝나고도 마지막 교통정리를 해주면서 시장에 향후 경제 방향에 대한 시그널을 잘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례적으로 이 총재는 기자들의 질문을 다 받은 후에 '오늘 결정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라면서 금통위원들의 물가에 대한 인식에 대해서 한번 더 요약해서 전달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오늘은 한은이 일단 물가를 먼저 잡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했다"면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코멘트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총재가 마지막에 정리 멘트까지 해주면서 충분히 메시지가 전달 된 것 같다"면서 "이 총재는 메시지를 명료하고 분명하게 시장에 전달하려는 편이고 기존의 중앙은행 총재와는 다른 모습이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2.05.26 mironj19@newspim.com

이날 이 총재는 연말 기준금리 수준, 중립금리, 기간 등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시장참가자들의 혼란을 줄이고 전문가들의 기존 전망을 뒤엎는 결과를 낳았다. 그는 "올해 연말 기준금리가 2.25~2.5%로 올라간다고 보는 시장 예측치가 합리적인 기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현재의 기준금리가 중립금리보다 낮다며 중립금리 수준으로 수렴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당초 예상했던 연말 기준금리를 2.25%로 봤으나, 이날 간담회 이후 2.50%로 수정했다. 윤 연구원은 "내년 물가 전망이 충격적으로 굉장히 매파적으로 본다"며 "기존 7월까지 인상 이후 10월 종료될 것으로 보았던 경로에서 7월과 8월까지 인상이 단행된 이후 10월 혹은 11월 중 경제체력 뒷받침과 물가정점 여부를 확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준수한 경제 펀더멘털 판단 속 한은은 당분간 물가에 방점을 둘 것"이라며 "여전히 선제적 대응이 중요함을 강조한 가운데, 직접적으로 '당분간'이 '수 개월'임을 인정했고, 5~7월 물가 상승률이 5%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한만큼 7~8월 연속 인상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판단돼 4분기 추가 인상 거쳐 연말 기준금리 2.50%를 예상한다"고 제시했다.

공동락 연구원은 "이 총재가 간담회를 통해 7월 금리인상 여부를 확인 시켜줬고, 8월 인상 가능성 까지 엿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말이 많고 명료한 화법'으로 이성태, 김중수 전 총재의 스타일을 적절히 섞어 놓은 듯 하다는 평가다. 이성태 전 총재는 굉장히 말이 없지만 클리어 한 타입으로 기자간담회도 15분 내외로 끝나는 것으로 유명했다. 반면 김중수 전 총재는 말이 많고 클리어 하지 않았다. 필터를 거치 않은 말이 많아 논란이 많았다.

윤여삼 연구원은 "이창용 총재는 워낙 자유로우시고 학자적 스타일도 강하다. 전달 화법은 클리어한 편이다"라며 "이번에 중립금리도 밝히시려고 하시는 걸 보면서 오픈마인드 총재로 봤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간담회에서 숫자를 나열하고 근거를 중시하면서 데이터 디펜던트(경제지표 의존)한 모습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jyoon@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단독] 李정부 국정 5개년 책자 나왔다 [서울=뉴스핌] 윤채영 지혜진 기자 = 이재명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이 담긴 책자가 발간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이날 뉴스핌이 확보한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 책자에는 123대 국정과제에 대한 주요 내용과 구체적인 입법 방향 등이 담겼다. [서울=뉴스핌]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국민보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5.08.13 photo@newspim.com 국정기획위원회가 지난 13일 1호 과제로 발표한 개헌에는 대통령 권력 구조 개편도 포함됐다. ▲4년 연임제 및 결선투표제 도입 ▲감사원 국회소속 이관 ▲대통령 거부권 제한 ▲비상명령 및 계엄 선포 시 국회 통제권 강화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 도입 ▲중립성 요구 기관장 임명 시 국회 동의 의무화를 추진하겠다고 명시했다. 또 5·18 광주 민주화운동 정신 등 헌법 전문 수록과 검찰 영장 청구권 독점 폐지, 안전권 등 기본권 강화 및 확대, 지방자치와 균형발전을 위한 논의기구 신설, 행정수도 명문화 등이 개헌 과제로 포함됐다.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법 개정도 추진된다.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재외국민 투표 관련 규정을 개정해 국민투표법 위헌을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개헌 찬반 투표는 2026년 지방선거나 2028년 국회의원 선거 때 실시하겠다고 명시했다. [서울=뉴스핌] 뉴스핌이 확보한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 책자. 2025.8.20 ycy1486@newspim.com 이번 책자에는 국정기획위가 지난 13일 대국민보고대회에서 공개한 123대 국정과제보다 훨씬 세부적인 내용이 담겼다. 당초 국정위는 이날 국정운영 5개년 계획도 공개하려 했다가, 돌연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비공개 결정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위 소속으로 활동했던 한 위원은 뉴스핌과 통화에서 "갑자기 보안을 강조하면서 내부 자료는 절대 공개하지 말라고 했다"며 "이유는 모른다"고 전했다.  ycy1486@newspim.com 2025-08-20 15:55
사진
美, 인텔 이어 삼성도 지분 내놔라?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법(CHIPS Act)상 보조금을 활용해 인텔 지분 확보를 추진 중인 가운데,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다른 반도체 기업에도 같은 방식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삼성전자, 마이크론, TSMC 등 미국 내 공장 건설과 투자를 진행 중인 반도체 기업들을 상대로,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 시절 약속된 정부 보조금 제공과 맞바꿔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실화하면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파장이 불가피하다. 미국 정부에 지분을 넘기고 싶지 않다면 보조금을 포기해야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기업들의 순익 전망과 투자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미국의 산업정책이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한다는 업계의 불만과 비난 또한 커질 수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성격상 귀담아 들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러트닉 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거래에서 실질적 이익을 얻어야 한다고 본다"며 "왜 1천억 달러 규모의 기업에 돈을 줘야 하는가. 우리는 약속한 보조금을 지급하되, 그 대가로 지분을 받아 미국 납세자들에게 혜택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인텔 지분 10%를 확보할 경우 최대 주주가 될 수 있지만, 러트닉 장관은 "경영권에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치는 전례가 없는 것이며, "이는 대기업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확대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될 것"이란 진단이다.  로이터는 "마이크론은 인텔에 이어 반도체법 보조금을 가장 많이 받는 미국 기업이며, 삼성전자와 TSMC 역시 주요 수혜 대상"이라며 "이번 검토는 미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직접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6월에도 비슷한 조치가 있었는데, 트럼프 정부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승인 조건으로 '황금주(golden share)'를 확보해 주요 경영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 [사진=삼성전자] wonjc6@newspim.com   2025-08-20 08:31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