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전원합의체, 종전 판례 뒤집고 사건 파기환송
"피고인의 재판청구권 보장하는 헌법합치적 법률 해석 필요"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와 검사의 항소가 경합한 경우 비약적 상고의 항소 효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비약적 상고의 항소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던 종전 대법원 판례가 모두 뒤집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9일 강도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대법원 전원합의체. 2021.06.16 pangbin@newspim.com |
A씨는 강도죄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집행을 종료한 지 3년이 지나지 않아 또 다시 강도와 폭행, 업무방해죄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A씨의 강도죄 등 범죄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3년 및 전자장치 부착 명령 10년 등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7월 1심 법원에 항소장이 아닌 비약적 상고장을 제출했다. 비약적 상고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심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대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상소다. 형사소송법 372조에 따라 1심 판결에 법령을 적용하지 않았거나 법령 적용에 착오가 있을 때, 1심 판결 이후 형의 폐지나 변경 또는 사면이 있을 때에 제기할 수 있다.
같은 시기 검사 또한 1심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항소기간 내에 항소장을 접수하지 않았던 A씨는 같은 해 9월에 심신장애 및 양형부당, 전자장치 부착기간 과다를 주장하는 항소이유서를 원심 법원에 제출했다.
원심은 A씨의 항소에 대한 판단 없이 검사의 항소 만을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A씨의 적법한 항소 제기가 없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종래의 대법원 판례는 A씨 사례처럼 비약적 상고와 검사의 항소가 경합했을 경우 비약적 상고의 항소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은 달랐다.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효력을 부여하지 않으면 1심 판결에 불복의사가 있더라도 다툴 수 없어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가 항소기간 준수 등 적법 요건을 모두 갖췄고 피고인이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다툴 의사가 없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비약적 상고의 항소 효력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형사소송법은 상고 효력을 잃은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의 항소 효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에 관해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며 "피고인의 헌법상 기본권인 재판청구권을 보장할 수 있는 헌법합치적 법률 해석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의 항소 효력을 인정하더라도 형사소송절차의 명확성과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다"며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와 검사의 항소가 경합한 경우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의 항소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던 종전의 대법원 판결과 결정들을 모두 변경한다"고 밝혔다.
한편 안철상·노태악·민유숙 대법관은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의 항소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형사절차 규정에 대한 문언 해석의 중요성과 소송 절차상 안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다. 민 대법관은 "비약적 상고와 항소에 있어서 피고인의 의사가 서로 구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종래의 판례를 변경함으로써 비약적 상고를 제기한 피고인의 상소심 재판을 받을 권리가 보장되고, 하급심 판결의 위법 사유를 시정할 수 있는 소송 당사자의 절차적 권리가 보다 확대되었다는 데 이번 판결의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s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