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6년째 '무늬만 축제" 비판…허위 세일 가격 제보도 잇따라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코리아세일페스타(이하 코세페) 마지막날인 15일. 서울 중구 명동을 찾은 30대 중반 여성 A씨는 겨울옷을 사기 위해 매장을 돌았지만 마음에 드는 옷을 찾지 못했다. 게다가 매장 자체가 손님이 없어 썰렁했다. 그는 인근 다른 백화점에 행사장도 가 봤지만 직원으로부터 코세페 세일 행사장은 지난주에 이미 철수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국내 최대 쇼핑 축제인 '코리아세일페스타(코세페)'를 두고 '무늬만 축제'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일 현장이나 온라인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찾기가 어렵고 판매 가격의 할인율도 낮아서다.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라는 이름으로 올해 역대 최다 기업이 참여하고 있지만 유통업체 쪽이나 소비자들의 호응은 여전히 높지 않아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 유통 현장과 괴리된 '코세페'...유통업계 "6년째 '무늬만 축제"
[뉴스핌 Newspim] 홍종현 미술기자 (cartoooon@newspim.com) |
18일 업계에 따르면 코세페 추진위원회가 주최하고 정부가 후원하는 이번 행사는 15일까지 2주간 온·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열렸다. 올해는 역대 최다 기업인 2053곳이 코세페에 참가했다. 참여 업체 중 절반 이상인 1179곳이 삼성과 LG 등 주요 제조 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이었다.
이처럼 올해 코세페는 '위드코로나' 시행과 함께 호기를 맞은 것처럼 보였지만 주요 참여 업체인 백화점·대형마트 등 관련 업체들의 반응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대형 마트와 백화점 업계 관계자들은 "주요 행사로 코세페를 배정하는 등 힘을 쏟는 분위기가 아니다"며 "행사에서 빠지기에는 눈치가 보이고 정부 지침 때문에 다른 행사와 병행해 진행한 것"이라고 입장을 내비쳤다.
이처럼 유통업체들이 코세페에 소극적인 이유는 판매 효과를 크게 누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코세페에 참여한 유통업체와 소비자의 수요를 면밀히 파악하거나 금전·세제적 지원 등 유통업 전반에 대한 실질적인 고민이 없다"고 지적했다.
유통업체들이 할인폭을 크게 높이기 어려운 현실도 있다. 제조 업체들이 도매가를 낮추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파격적인 가격으로 판매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블프'의 경우 제조사들이 직접 가격을 크게 낮춘 상품을 내놓기도 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11월에 미리 계획됐던 다른 행사와 겹치면서 '코세페'로 더 큰 할인폭을 제공해야 하는 압박이 컸다"며 "정부 지원이 전무한 상황에서 유통업에 공급하는 제조업 마진은 줄어들지 않고 유통업체 팔만 비튼다"고 볼멘 목소리를 냈다.
유통업체들 사이에선 '내수 진작'이라는 코세페 타이틀 분위기만 내는 수준에서 진행할 수 밖에 없었다는 푸념도 나왔다. 실제로 행사 기간 '페스타(축제)'란 이름과 달리 거리에 있는 '코세페' 깃발 외엔 이 팻말을 단 물건을 찾아보기 어렵다. 코세페에 참여한 업체의 직원조차 코세페를 모르는 경우가 있었다.
이는 온라인도 마찬가지다. 온라인에선 '빅스마일데이' '십일절' '쓱데이' 등을 각기 다른 이름과 날짜로 개별 행사를 진행했다. 이커머스 관계자는 "코세페를 내걸고 동일한 기간에 행사를 하면 업체간 출혈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자체적으로 100억이상 쿠폰을 뿌리는 업체도 있는 상황에서 '코세페'라는 명맥만 유지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정부 측은 행사관련 인력으로 3명을 투입했지만 한정된 인력과 예산 상에서 홍보 등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이다. 산업자원통상부 관계자는 "11월 행사 기간은 유통 업계와 관계자들과 협의한 날짜로 코세페 행사 비용 50억 중 절반은 지자체의 지역 행사 등에 분배됐다"며 "나머지는 예산은 지역화폐 발행 등 대형마트나 백화점에 비해 경제적 여력이 부족한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에게 주로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 내수 진작 위해 시작된 코세페..."쇼핑하다 가짜 세일" 분통 잇따라
[서울=뉴스핌] 코리아세일페스타 공식 홈페이지 캡처. 지난 17일 '냉장고'로 세일 상품을 검색하자 다양한 전자기기 '성지'가 나타났다. |
하지만 소비자 사이에선 '가짜 세일'에 대한 불만이 여기저기서 제기됐다. 코세페 세일을 이용해 저렴하게 책상을 사려 있던 B씨는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B씨는 "기존 판매가가 21만4000원 하던 책상을 코세페에서 할인한다기에 가봤다더니 정상가를 30만원으로 책정해 놓고 할인가로 기존 판매가와 똑같이 걸어 놓았다"고 말했다.
코세페 운영위원회 측은 이에 대해 2000여곳이 넘는 업체들이 참여하는 데 할인이 진짜인지 아닌지 일일히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해당 가구 매장에서의 실제 할인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코세페 공식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쇼핑도 쉽지 않다. 세일 물품과 가격 검색이 불편하다. 소비자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품목인 디지털·가전 제품의 경우도 대부분 재조립 상품인 리퍼나 전시품 등 중고 상품이었다.
'성지(가전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매장을 뜻하는 은어)' 내세운 온라인 업체도 다수다. 최신 핸드폰과 스마트 시계 등을 카카오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가격을 묻고 대답하는 형식이었다. 삼성 등 참여 기업이 직접 판매하는 세일 품목은 코세페 공식 사이트에서 찾기 어렵다. 해당 업체의 사이트에 들어가도 '코세페' 배너가 따로 없다.
운영위 측은 "가격만 제시하거나 배너만 올려놓는 등 가이드라인이 있는 건 아니다"며 "기업의 할인 정책에 간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운영국에 따르면 10여명의 직원들이 모니터링·오류 등에 대한 상담 등 코세페 전반에 운영을 맡고 있다.
코세페는 박근혜 정부가 메르스 사태 직후 내수 활성화 목적으로 기획했다. 초기엔 유통업체를 앞세워 정부가 주도하는 방식인 탓에 직매입 중심인 미국의 '블프'보다 할인폭도 낮고 세일 품목도 제한적이라는 한계도 있었다. 이에 2019년부터 민간 주도의 행사로 바뀌었다. 별도 추진위를 꾸리고 정부는 후방에서 지원하는 체계로 변경하고 참여 업체도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으로 늘어났지만 유통가에선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코세페가 6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보여주기식 행정에 그치는 행사여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차별화 없인 코세페의 존재 의미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며 "코세페 외에도 문화적 요소를 결합하거나 큰 폭의 할인 해택 없인 소비자들의 기대감을 충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람들이 많이 찾을 요인을 만들거나 좋은 물건을 값싸게 살 수 있도록 해야 코세페 정례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aaa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