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문화·연예 문화·연예일반

속보

더보기

존재의 궤적 켜켜이 담아낸 김근중의 단색추상 'Natural Being'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강렬한 색채로 변화무쌍한 인간의 본질 탐구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존재의 이면 꾹꾹 눌러담아

[서울=뉴스핌] 이영란 편집위원 = 깊고 아득한 단색의 추상화 속에 보일 듯 말듯 시간이 흐른다. 오돌도돌 도드라진 돌기에는 자연 속 존재들의 태어남과 스러짐이, 그 삼라만상이 켜켜이 담겨져 있다. 강렬한 원색의 추상 작품들을 지긋이 마주하다 보니 문득 '우리는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 것일까'라는 질문이 고개를 내민다. 아무 형상도 없는 그림들이 이렇게 말을 걸고, 철학적 상념에 빠져들게 한다.

[서울=뉴스핌] 이영란 기자= 김근중의 'Natural Being(존재)' 연작이 내걸린 개인전 전시장. Mixed Media, Pigment. 2021 [사진= Courtesy of artist, Gallery We] 2021.10.27 art29@newspim.com

데뷔 이래 존재의 진면목을 탐구해온 화가 김근중이 경기 용인시 수지구의 갤러리위(대표 박경임)에서 개인전을 갖고 있다. 갤러리위의 높고 너른 전시장 1,2층에는 김근중이 올들어 제작한 대형 신작 등 40여 점의 추상화가 내걸렸다. 초대전의 타이틀은 'Natural Being'. 오랫동안 김근중이 천착해온 주제이지만 작품은 확연히 바뀌었다. 10여년간 추구해온 단색화 작업이 더욱 간결하고 묵직해졌다. 대신 색채는 흰색부터 노랑 빨강 분홍 파랑 보라 등 보다 풍부해지며, 압도적인 에너지를 뿜어낸다. 때문에 이번 개인전은 그야말로 색의 향연이자, 색면의 축제다.

우리를 감싸는 빛처럼, 산과 들을 구비구비 흐르는 물처럼 어느 한 곳에 얽매임 없이 자유롭게 작업하길 원하는 작가는 대형 화폭 속에 자신의 오랜 화두를 다시금 녹여냈다. 아울러 틈틈히 제작한 드로잉 80점도 곁들여 자유분방한 조형세계도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김근중이 오랫동안 재직했던 가천대학교 교수직을 작년 2월 정년퇴임한 후 갖는 본격적인 개인전이다. 온전히 전업작가의 길로 접어들며 지난 봄과 여름을 꼬박 매달린 끝에 걸러낸 작업들이란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김근중은 하나의 틀에 얽매이기를 거부하는 작가다. '예술은 틀 밖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고정관념을 벗어나야 하는 게 예술이라고 믿기에 그는 1990년 금호미술관에서 첫 개인전을 가진 이래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해왔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를 나와 대만문화대학교 예술대학원을 졸업한 김근중은 귀국 후 가진 전시에서 수묵풍경 작업을 선보였다. 수묵과 채색으로 동양의 노장사상 속 이상향을 그린 그림이었다.

[서울=뉴스핌] 이영란 기자=대형 신작 앞에서 포즈를 취한 화가 김근중. [사진=이영란 기자] 2021.10.27 art29@newspim.com

그리곤 1990년대부터는 중국 돈황의 막고굴 벽화에 매료돼 벽화의 현대적 변용을 시도했다. 당시 김근중의 이 작업은 국내 미술계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전통벽화 속 기호와 상징을 그만의 방식으로 독특하게 변주했는가 하면, 금속핀이라든가 짚 같은 다양한 오브제를 회화에 곁들이는 시도로 주목받았다. 이어 벽화를 미니멀리즘적 형식으로 표현해 '참신한 조형세계'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2005년부터 김근중은 화려하고 변화무쌍한 모란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전통서화와 민화 속 모란을 오늘의 어법으로 과감하게 형상화해 갈채를 받았다. 그의 모란꽃 그림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뜨거운 호응을 얻어냈고, 패션및 디자인 영역과의 협업도 이끌어냈다. 2010년대부터는 모란꽃을 추상화하는 작업과 함께 색면추상 작업을 병행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김근중의 표현의 대상은 5~10년을 주기로 여러 번 달라졌다. 변화의 폭도 여느 작가보다 몇배 넓다. 하지만 그가 지난 30년간 일관되게 매달린 화두는 'Natural Being', 곧 '자연 속 존재'이다.

김근중은 금강경의 '응무소주 이생기심(마땅히 머무는 바가 없는 마음을 내어라)'라는 귀절을 가슴에 품고 작업한다. 끝없이 생겨나고 소멸하는 우주의 수많은 생명체처럼, 인간 또한 자연 속에서 태어났다가 스러지는 필멸의 존재요, 참과 거짓, 쾌락과 고통을 널뛰듯 넘나드는 존재이기에 인간의 이 같은 본질을 여러 겹의 색면추상 속에 집적해내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영란 기자= 캔버스에 거즈를 붙인 뒤 검은 안료와 원색의 안료를 수십 번 바르며 제작한 김근중의 푸른빛 추상화. Plaster Bandage, Pigment 2021 [사진=Courtesy of artist, 갤러리위]. 2021.10.27 art29@newspim.com

수십 번의 붓질과 사포질, 문지르기와 지워내기를 반복하며 마침내 완성된 김근중의 색면회화는 단색이지만 결코 단색이 아니다. 표면의 색채 아래로는 언뜻 언뜻 다른 색깔이 똬리를 틀고 꿈틀거린다. 따라서 김근중의 회화는 엄밀히 말하면 단색추상이 아니다.

우리의 삶이 겉으로 드러난 모습 저 아래로 억겁의 순간들이 포개져 있는 것처럼 그의 추상화 또한 마지막 빛깔 저 아래로 검정, 파랑, 빨강, 노랑 등 무수히 많은 색채들이 겹겹이 입혀져 있다. 한마디로 규정할 수 없는 인간의 불가사해함을 작가는 수많은 색면을 켜켜이 올리며 묻고 또 묻고 있는 것. 따라서 그의 단색화는 눈에 보이는 것의 몇 배를 깊고도 진득하게 품고 있는, 잠재적 추상의 세계요, 은유적 드러냄이라 할 수 있다.

작가는 "이 세계는 내가 존재하기에 존재한다. 이 세계, 이 우주는 내 마음 안에서 일어나는 현상일 뿐이다. 나는 이같은 근원적 명제를 들고, 두가지 방식으로 탐색한다"고 했다. 하나는 돌가루와 접착제, 물, 검정안료를 섞어 캔버스에 5,6회 바르며 요철과 텍스추어를 만든 뒤 다양한 색상의 안료를 접착제와 혼합해 수없이 바르는 방식이다. 이는 현실에서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존재와 사건들의 다채로운 모습에 대한 표현인 것. 안료가 착색되면 형광색이나 여러가지 펄(pearl)을 더해 동시대적 색채를 구현한다. 이후 표면에 물을 뿌리며 수세미로 문지르면서 다양한 색상의 속살이 드러내게 하며 작품을 완성한다. 역사를 관통하며 축적된 존재의 흔적들을 드러내게 하기 위한 마무리다.

[서울=뉴스핌] 이영란 기자=김근중은 이번에 'Natural Being' 대형 신작과 함께 80점의 작은 드로잉을 함께 출품했다. [사진=Courtesy of artist, 갤러리위]. 2021.10.27 art29@newspim.com

또 다른 방식은 거즈를 캔버스에 횡으로 연달아 붙이며 시작한다. 거즈 위에 검정색 돌가루를 발라 표면을 단일한 검정색으로 만든 후 역시 다양한 안료를 십수 겹 바르고 그 위에 반짝이는 펄을 발라 말린 후 물을 뿌리고 수세미로 문질러 부분적으로 표면의 색깔을 벗겨내 화석 내지는 흔적처럼 표현한다.

이렇듯 김근중의 회화는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20~30회의 붓질과 문지르기, 갈아내기 기법이 동원되는 등 많은 시간과 공력을 요한다. 쉬운 길도 있을 법한데 일부러 복잡하고 지난한 과정을 고집한다. 이에대해 작가는 인간을 포함한 여러 존재들이 장구한 역사를 관통하며 드러났다 사라지는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캔버스와의 끈질긴 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근중은 그간 금호미술관, 국제갤러리, 동산방화랑, 겐지다끼갤러리(도쿄) 전시를 필두로, 통인옥션갤러리, 고려대학교박물관, 김세중미술관까지 21회의 개인전을 개최했고,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그의 작품은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뮤지엄을 비롯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호암미술관 금호미술관 토탈미술관 우양미술관 한국방송공사 SK본사 사옥 등에 소장돼 있다. 김근중의 'Natural Being' 전시는 12월 25일까지 이어진다. 일요일과 월요일은 휴관.

art29@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국정원 "로저스 대표 위증 고발 요청"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이 해럴드 로저스 쿠팡 대표를 위증 혐의로 고발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인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문회 도중 "국정원이 오늘 청문회를 모니터링하던 중, 청문회를 지켜보던 국정원장이 로저스 대표를 위증죄로 고발해 달라고 과방위에 요청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전달해 왔다"며 "구체적인 위증 내용도 함께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사안은 간사에게 전달해 내일 청문회 종료 시점에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 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에서 의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5.12.30 pangbin@newspim.com 로저스 대표는 이날 청문회에서 쿠팡이 정부 및 수사기관을 거치지 않고 정보 유출자를 접촉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저희는 피의자와 연락하는 것을 원치 않았지만 여러 차례에 걸쳐 그 기관(국가정보원)에서 피의자와 연락하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명확한 지시나 명령이 있었느냐'는 추가 질의에는 "명령이었다. 지시 명령"이라고 주장했다. '국정원 누구와 소통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현재 이름은 없지만 해당 이름을 전달하겠다"고 답했다. 로저스 대표는 해킹에 사용된 장비의 포렌식과 관련해서도 "정보기관이 복사본을 보유하고 있고, 원본은 경찰에 전달했다"며 "그 기관이 별도의 카피를 만들어 우리가 보관하는 것도 허락했다"고 말했다. 또 '셀프 면죄부 조사 아니냐'는 지적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한 조사"라며 "이사회도 한국 법에 따라 협력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 측은 로저스 대표의 주장과 선을 긋고 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날 청문회에서 "포렌식 검사와 로그 분석의 주체는 과기정통부가 주관하는 민관합동조사단과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경찰청"이라며 "국정원이 지시하거나 조사를 주도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배 부총리는 "국정원은 증거물을 국내로 반입하는 과정에서 훼손이나 분실을 방지하기 위한 기술적 지원을 한 것으로 안다"며 "이를 조사 지시나 개입으로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국정원도 별도의 입장을 내고 로저스 대표의 발언을 부인했다. 국정원은 지난 26일 공지를 통해 "쿠팡 사태와 관련해 국정원은 쿠팡 측에 어떠한 지시를 할 위치에 있지 않으며, 어떠한 지시를 한 바도 없다"고 밝혔다. 다만 "외국인에 의한 대규모 정보 유출 사태를 국가안보 위협 상황으로 인식해, 관련 정보 수집·분석을 위한 업무 협의를 진행한 바는 있다"고 설명했다. mkyo@newspim.com 2025-12-30 18:00
사진
이혜훈 "내란은 민주주의 파괴"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내란은 민주주의 파괴하는 일이며 실체파악 잘 못했다"라며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2025.12.30 yym58@newspim.com   2025-12-30 10:27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