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을 시멘트 연료·원료로 소화...2030년까지 '탈석탄' 목표
'쓰레기시멘트' 인식은 해결과제...매립장 건립 갈등도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국내 시멘트업계 1위인 쌍용C&E의 폐기물 매립장 건립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환경오염 문제를 우려하는 환경단체와 지역주민의 반대 때문이다.
폐플라스틱, 폐비닐 등 폐기물을 시멘트 원료로 소화하는 등 순환자원 활용에 가속도를 내고 있음에도 친환경 산업으로 거듭나기가 녹록치만은 않은 모습이다.
◆쓰레기 매립장 설립 놓고 갈등...환경 문제로 제동
19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C&E는 지난해부터 강원 영월 폐광산 부지에 1700억 원을 투입해 폐기물 560만t을 처리하는 매립장 건립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축구장 25개 크기의 대규모 시설로 시멘트 생산 공정에서 재활용하기 어려운 산업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유해물질 유출 등을 우려하는 환경단체와 지역주민들이 반발로 건립사업이 수개월째 지지부진한 상태다. 환경단체 등은 폐기물 매립장 조성과 관련해 침출수 유출 등 수질오염 발생을 우려하고 있다. 인근 지역주민들이 이용하는 식수가 오염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매립장 부지에서 4.5㎞ 떨어진 곳에서 우라닌이 검출됐다며 질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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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척해 잘게 분쇄한 폐플라스틱과 폐비닐. 시멘트 제조공정에서 열을 내는 부연료로 사용된다. 사진=쌍용C&E |
쌍용C&E는 최근 들어 폐플라스틱, 폐비닐 등 순환자원을 시멘트 생산 원료 및 연료로 사용하고 폐기물 처리업체를 인수하는 등 환경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번 폐기물 매립장 건립 또한 친환경 사업의 일환이지만 정반대인 환경오염 이슈로 멈춰선 셈이다.
회사 측은 최첨단 안전 설비를 통해 환경 오염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며 주민 설득에 나서고 있다. 이현준 쌍용c&e 대표(한국시멘트협회장)는 "영월 매립장 건설과 관련해 최첨단 시설을 갖춘 사업장 계획을 수립하고 환경영향 평가서를 제출하기 위해 준비과정을 진행 중"이라며 "폐광부지에 현대적 매립지를 구축하면 환경문제를 최소화하면서 수도권의 매립지 부족과 같은 국가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에도 환경단체 등을 설득하는 일이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준비과정을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는 단계"라고 덧붙였다.
◆쓰레기 소화하는 시멘트...'친환경' 거듭나기에 사활
쌍용C&E를 비롯한 시멘트업계는 최근 친환경 산업으로 거듭나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이상 줄이겠다는 정부의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S)에 따라 대규모 투자 등을 통해 탄소감축을 위한 순환자원 활용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쌍용C&E는 2019년 1000억원을 들여 동해·영월 공장 내 순환자원 처리 설비를 확충해 지난해 11월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폐비닐 및 플라스틱, 폐타이어 등 폐기물을 유연탄 대신 태워 시멘트 생산 연료로 사용하고 기존 시멘트 원료에 세척한 폐기물을 함께 녹여 혼합시멘트로 만드는 방식이다. 시멘트제조과정 열원을 재사용하는 폐열발전설비도 갖춰 연간 13만톤가량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하고 있다.
시멘트 생산 과정에 폐플라스틱 등 순환자원을 활용하면 석탄 연료로 인한 탄소배출을 줄이고 쓰레기 대란을 해소할 수 있다. 기업에도 이득이다. 유연탄, 석회석 등 원료의 원가부담을 낮추고 탄소배출권 매각 이익 등으로 영업이익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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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C&E 동해공장의 소성로. 2000도에 달하는 고온에서 석회석 등을 구워 시멘트를 만든다. 사진=쌍용C&E |
그러나 '쓰레기 시멘트'라는 부정적 인식은 해결과제다. 순환자원 활용, 탄소배출 감축 등 환경사업에 매진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시멘트에 쓰레기를 섞어 만들었다'는 부정적 시선이 여전해서다. 원용교 쌍용C&E 동해공장장은 "시멘트산업을 놓고 유럽은 에코 시멘트, 중국은 천연 시멘트라 부르지만 한국만 유독 '쓰레기 시멘트'라고 한다"며 "시멘트산업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국내 시멘트업계의 폐기물 등 순환자원 도입률은 해외 국가에 비해서도 낮은 편이다. 유럽(EU 평균)의 경우 순환자원의 화석 연료 대체율이 46%인 반면 국내는 23% 수준이다. 김진만 공주대 건축학부 교수(시멘트그린뉴딜위원회 위원장)은 "시멘트는 2000도씨 이상의 고온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폐기물 등의 안전한 분해가 가능하다"며 "또 폐기물을 시멘트로 고화시키면 유해물질 확산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쌍용C&E는 친환경 사업을 강화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이현준 대표는 "폐타이어 등의 원료 대체율을 높여 유연탄 사용량을 2025년까지 지금의 70~80%까지 줄이고 2030년에는 유연탄 사용량을 제로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그동안 2000억 가량이 투자됐고 앞으로도 3000억 이상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