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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화랑의 도전은 어디까지?.. 하우저앤워스의 과감한 영역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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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영란 편집위원= 이 엘리트 화랑의 도전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1992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작은 화랑으로 시작해 영국 미국 홍콩 등 전세계적으로 무섭게 뻗어가고 있는 메가 갤러리인 하우저앤워스(Hauser & Wirth)가 모나코와 스페인에서 또다른 도전을 펼친다.

모나코에서 하우저앤워스는 '모나코의 심장'으로 불리는 몬테카를로 카지노, 호텔 드 파리(Hôtel de Paris) 바로 옆에 하우저앤워스의 13번째 분점을 오는 6월 개관한다. 이를 위해 갤러리는 몬테카를로 잔디광장에 미국 미술가 루이스 부르주아의 높이 3.4m의 청동조각 '거미'를 이미 설치했다. 6월 19일부터는 '루이스 부르주아- Maladie de l'Amour'전이 열린다.

[서울=뉴스핌] 이영란 기자= 모나코 몬테카를로 광장에 세워진 루이스 부르주아의 '거미'(1996년작). [사진 하우저앤워스]. 2021.4.20 art29@newspim.com

'하우저앤워스 모나코'의 화랑 면적은 90평으로 그리 크지 않지만 벽면 높이가 9m에 달하고, 중앙에 사각의 채광창이 조성된 유서 깊은 건물이다. 모나코 정부는 그간 지중해변의 관광도시 모나코의 예술적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는데 이번에 세계 최고의 명문화랑인 하우저앤워스를 유치해 이를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한다는 복안이다.

이에 하우저앤워스측은 "프랑스 남부의 활기차고 현대적인 장소에 초대받아 유럽에서의 입지를 강화하는 동시에, 모나코 도심에 뛰어난 예술가들을 지속적으로 소개할 수 있게 돼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모나코는 오래 전부터 아름다운 지중해변 코트다쥐르(Côte d'Azur)를 대표하는 곳으로 수많은 미술가와 작가, 영화제작자들이 머무르고, 여행하며 다채로운 자취를 남겼던 도시다. 이 같은 전통을 하우저앤워스가 어떻게 이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스페인에서 하우저앤워스는 이른바 '섬(島) 아트센터'를 구축한다. 바르셀로나 남단 발레아레스제도의 메노르카섬에 '하우저앤워스 메노르카'를 3년여에 걸쳐 조성하고, 오는 7월 대중에 공개한다. 메노르카의 마혼항에서 배로 15분 거리에 위치한 부속 섬인 이슬라 델 레이(Isla del Rey)의 낡은 해군병원 별채가 하우저앤워스가 제공받은 사이트다.

과거 스페인해군의 요새였던 작은 섬의 18세기 건축물과 용도폐기된 해군병원을 살리기 위해 마혼시는 복합예술공간을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일본의 예술섬인 나오시마 사례 등이 롤모델로 고려되었을 것이다. 그리고는 영국 서머셋에 전원갤러리를 성공적으로 조성한 하우저앤워스를 불러들였다.

[서울=뉴스핌] 이영란 기자= 하우저앤워스 모나코 갤러리 개관전에 내걸린 루이스 부르주아의 조각. 오는 6월 문을 연다. [사진 하우저앤워스]. 2021.4.20 art29@newspim.com

하우저앤워스는 천혜절경을 품은 메노르카의 옛 해군병원 기지에 20세기 현대 거장들의 예술작품을 놓아 야외조각 산책로를 조성하고, 전속작가의 신작을 선보이는 갤러리와 아트샵, 레스토랑을 만들었다. 이에 따라 이슬라 델 레이의 자연, 예술, 푸드, 휴식이 어우러진 사이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개관전으로는 미국 화가 마크 브래드포드의 대형 회화로 구성된 작품전을 오는 7월 선보인다.

하우저앤워스는 해군병원 별채의 복원작업을 파리를 무대로 활동하는 건축가 루이스 라플라스에의뢰했고, 라플라스는 현지 건축가그룹과 협력해 건물 리노베이션을 마쳤다. 또 네덜란드 출신의 조경디자이너 피에 우돌프는 메노르카 기후에 적합한 토착식물을 중심으로 예술센터 안팎에 멋진 정원을 만들었다.

하우저앤워스측은 메노르카 사이트의 핵심 미션을 '예술, 교육, 지속가능한 환경'으로 정하고, 앞으로 각종 강연 및 워크샵, 영화 상영 등을 통해 지역 사회와 방문객에게 다양한 참여프로그램을 제공할 방침이다. 또한 현지 파트너십을 통해 섬의 환경생태계를 보존하는 메노르카 보존기금을 조성하고, 지역 포도원 및 농장과 연계한 레스토랑(Binifadet)도 운영한다.

스페인 남단의 발레아레스 제도는 메노르카 외에 마요르카, 이비자 섬으로 이뤄진 지중해변 군도로, 매년 여름 유럽 각지에서 많은 휴양객이 몰려드는 곳이다. 하우저앤워스가 스페인 메노르카 마혼시로부터 '섬 예술센터' 건립 제안을 받은 것은 영국 서머셋(Somerset)에서의 성공적인 전원갤러리 운영이 계기가 됐다. '하우저앤워스 서머셋'으로 인해 전세계 각지에서 예술사이트를 함께 만들보자는 제안이 화랑에 줄을 잇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뉴스핌] 이영란 기자= 스페인 남단 메노르카의 작은 부속 섬에 하우저앤워스가 섬 예술센터를 조성했다. 개관은 오는 7월. [사진 하우저앤워스]. 2021.4.20 art29@newspim.com

하우저앤워스는 지난 2014년 영국 런던 남서부 서머셋의 농장과 18세기 건축물을 사들여 자연과 예술, 농장과 호텔이 어우러진 대규모 전원갤러리 '하우저앤워스 서머셋'을 조성했다. 하우저앤워스의 오너인 이반 워스(Iwan Wirth)와 마누엘라 워스(Manuela Wirth) 커플은 4명의 자녀들을 런던 대도시에서 키우기 보다는 자연 속에서 자라게 하고 싶어 농촌지역 여러 곳을 답사해왔다. 그러다 2007년 발견한 곳이 런던 남서부의 서머셋이었고, 결국 더슬레이드 농장지대를 인수해 뜻하지 않았던 복합예술센터와 전원갤러리를 만들게 된 것이다. 영국 서머셋에 스위스 커플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컨셉의 대규모 예술여행지(아트 데스티네이션)를 조성하자 세계적인 미술전문지 아트뉴스는 2015년 이들 부부를 '세계 미술계 파워 인물 1위'로 선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서머셋 프로젝트가 알려졌을 때만 해도 '과연 누가 런던에서 기차를 갈아타고 서머셋 외곽의 브루톤(Bruton)까지 발길을 주겠느냐'고 고개를 내젓는 이들이 많았다. 갤러리측은 개관당시 매년 4만명 정도가 이 복합예술센터를 찾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내다봤다.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2019년까지 5년간 무려 65만명이 찾으며 엄청난 화제를 불러모았다. 영국의 많은 교육기관과 학교들이 단체로 이곳을 찾았다. 또 전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유명인사들과 예술팬들이 앞다퉈 서머셋을 방문했고,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국의 영향력있고 안목있는 미술관계자들 다수가 서머셋 브루톤을 찾아 산책로를 걷고,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맛보고, 전시를 관람한 바 있다.

하우저앤워스의 서머셋 갤러리는 25만평에 달하는 더슬레이드 농장과 영국 문화부 지정 '보존되어야 할 사적지'로 등재된 1760년대 건물에 모두 5개의 갤러리와 교육시설, 레스토랑, 호텔, 작가 레지던스, 책방이 들어차 있다. 낡은 건축물의 내부만 손봐서 꾸민 예술호텔은 객실숫자가 적은 탓도 있지만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방을 잡기 어려운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현재는 코로나팬데믹 사태로 운영이 잠정 중단됐으나 작품 전시회 등은 곧 재개될 예정이다.

한편 하우저앤워스는 런던 도심(Savile Row)을 비롯해 취리히, 뉴욕, 로스앤젤리스, 홍콩 등 대도시에 화랑을 두고 있다. 또 알프스의 유명 휴양도시인 생 모리츠와 뉴욕 롱아일랜드의 사우샘프턴 등에도 화랑을 개설했다. 스키장과 해변으로까지 직접 찾아가 예술 속에서 삶을 즐길 것을 제안하고 있는 셈이다. 하우저앤워스는 생 모리츠 스키장 인근에 알렉산더 칼더의 크고 작은 조각을 설치하는 등 단순히 작품판매 뿐 아니라 공공장소에서의 예술 구현에도 힘을 쏟아왔다. 최근에는 이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미술사를 연구하는 세계 각국의 박사생들과 연구자들을 후원하는 인스티튜트를 설립하고, 연구기금을 지급하는 펠로십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인스티튜트는 주요 미술가들의 화집과 서적을 출판하는 출판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갤러리가 아닌 박물관 미술관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뉴스핌] 이영란 기자= 영국 런던 남서부의 하우저앤워스 서머셋 복합예술센터. 너른 정원과 예술산책로가 유명하다. [사진 하우저앤워스]. 2021.4.20 art29@newspim.com

하우저앤워스는 당장의 상업성 보다는 장래성있고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견지한 작가들을 전속작가로 기용해왔다. 이 같은 목표가 장기적으로는 적중해 오늘날 성공의 요체로 분석된다. 마틴 크리드, 로니 혼, 폴 매카시, 제니 홀저, 래시드 존슨, 수보드 굽타, 조지 콘도, 장엔리, 쩡판츠, 안리 살라, 다케사다 마쓰타니 등 57명의 쟁쟁한 작가가 현재 하우저앤워스의 전속작가다(한국 작가는 이반 워스가 한때 백남준과 일했지만 아직 전속작가는 없다). 최근에는 신디 셔먼이 전속작가로 합류했는데 하우저앤워스는 작가들과 한번 인연을 맺으면 어지간해선 헤어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또 한스 아르프, 헨리 무어, 존 챔벌레인, 알렉산더 칼더, 에바 헤세의 유작(Estates)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게다가 갤러리 내에 지속가능한 환경을 고려하는 전문가를 별도로 기용해 탄소배출 문제, 환경보존문제, 기후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다루게 하고 있어 이채롭다. 이쯤 되면 하우저앤워스는 단순한 화랑이라기 보다는 예술, 교육, 작가양성, 환경보호, 지역커뮤니티와의 협력 등을 두루 아우르는 새로운 예술기관으로 분류하는 게 더 맞을 듯하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에 무려 13곳의 분점을 두고, 대규모 예술사이트만 해도 두 곳이나 조성한 세계 정상급 화랑의 과감한 투자와 도전이 과연 어떤 결실을 맺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내년은 이 화랑이 개관 3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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