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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외전] 임애리 변호사 "예술인들의 친구가 되고 싶습니다"

기사입력 : 2021년04월01일 14:46

최종수정 : 2021년04월01일 14:46

지난해 <웹툰 작가에게 변호사 친구가 생겼다> 출간
"예술을 '짝사랑'하는 변호사…법률 자문 두려워하지 말았으면"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시작은 우연이었다. 어떤 변호사가 될 것인가 고민하고 있을 때 우연히 만난 한 만화가는 변호사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됐다.

"아직도 기억이 나요. 2016년 한국만화가협회에서 주최한 토론회에 초청을 받아서 참석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어떤 분야에 주력해야 하나 고민이 계속되고 자신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토론회가 끝나고 한 만화작가분이 제 손을 잡으면서 '만화계에는 변호사가 너무 필요하다'라고 했어요. 그때 저는 '아,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구나' 라는 것을 깨닫게 됐죠. 그게 저를 여기까지 이끌었어요."

변호사 생활 10년차. 그 경력 중 반 이상을 '예술인들의 변호사 친구'로 일하고 있는 임애리(35·변호사시험 1회)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를 만났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임애리 변호사가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덕수에서 뉴스핌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3.17 kilroy023@newspim.com

◆신인 변호사, 예술을 만나다

임 변호사는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다. 문학을 근거리에서 접하면서 늘 마음속에 예술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고 한다.

법무법인 덕수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하면서 곧 그 갈망을 채워줄 일을 만났다. 덕수 내 예술에 관심 있는 변호사들이 2015년 '아트로'라는 문화예술 법률 그룹을 만들면서 창립멤버로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이다.

만화가는 아트로를 찾아준 첫 손님이었다. 아트로는 출범 후 각 분야의 현직 예술인들을 모아 세미나를 열었는데, 이를 인상깊게 본 한국만화가협회와 첫 업무협약을 맺게 됐고 현재까지 인연이 이어지고 있다. 수많은 예술인 상담 사례 중 웹툰작가들의 이야기를 먼저 책으로 내게 된 건 이 때문이다.

웹툰은 기존의 만화 출판시장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전에는 작가가 출판사와 직접 계약을 했다면 웹툰 시장에서는 중간에 작가의 계약을 대신 해주는 에이전시라는 새로운 존재가 등장한다.

임 변호사는 "작가는 자신의 저작물임에도 에이전시와 플랫폼이 어떤 내용으로 계약을 했는지 모르기 때문에 수동적으로 정산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에이전시가 계약의 불투명성을 더 강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에이전시와의 계약 과정에서 신인 작가가 일일이 계약 조건을 협상하고 물을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아트로 소속 변호사 4명은 지난해 11월 초보 웹툰 작가들이 옆에 두고 볼 수 있는 <웹툰 작가에게 변호사 친구가 생겼다>라는 책을 출간했다. 창작을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폰트 등 저작권 문제부터 연재 및 출판과 드라마나 영화 같은 2차적 저작물 계약, 작가에 대한 명예훼손 등 법적 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케이스를 총망라했다.

웹툰이나 웹소설 같은 경우 아직 법률적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계약 관계도 많기 때문에 이 모든 개념을 작가들이 알 수는 없지만,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찾아볼 수 있게 만들었다는 게 임 변호사의 설명이다.

◆"예술인들, 법을 너무 두려워하지 말았으면"

임 변호사는 한국만화가협회 외에도 한국예술인복지재단과 서울시립교향악단 등 예술 단체에서 법률 자문을 해주고 있다. 그동안 다양한 예술인들과 상담하면서 그가 느낀 것은 예술인들이 법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두려워한다는 것이었다.

"변호사랑 상담하는 것조차도 좀 무서워하는 분들이 많아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보통은 순수하게 예술 활동에 전념하는 게 예술가의 태도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사람도 많고 지망생이나 신진예술인들의 경우 법적인 문제를 꺼내면 안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그렇죠."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임애리 변호사가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덕수에서 뉴스핌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3.17 kilroy023@newspim.com

실제로 우리나라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예술인들에게는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았다고 한다. 예술을 생계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신성한 무언가로 본 것이다. 하지만 외려 이런 '특별대우'가 현재의 예술계 불공정 관행을 공고하게 만들었다는 비판도 많다.

임 변호사가 처음 예술인들을 상대로 법률상담을 시작했을 때의 일이다. 프리랜서나 예술인을 위해 저렴하게 서비스를 제공해보자는 마음에서 내용증명을 보내는 일 등을 건당 30만원에 책정했는데, 복지재단에 상담을 하러 찾아오는 연극배우들의 계약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배우들이 한 달에 공연료로 받는 돈이 보통 30만원이었다는 것이다.

임 변호사는 "내가 얼마나 이 업계에 대해 몰랐는지 그때 처음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어쩌면 복지라는 말을 쓰는 것도 예술인들의 협상권 자체를 박탈하는 게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며 "돈 얘기는 당당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최근에는 정부에서 이러한 관행을 깨기 위해 근로자만 대상으로 하는 고용보험을 예술인들에게도 가입이 가능하도록 창구를 열어놓거나 예술인 표준계약서를 만드는 등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

예술인들도 많이 변화하고 있다. 임 변호사가 처음 일을 시작했던 2015년에 비해 법률 자문을 구하는 예술가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고, '우리도 알아야 한다'는 의식 아래 웹툰 작가들은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를 결성하기도 했다. 임 변호사는 "요즘은 옛날처럼 그냥 창작활동에만 매진하면 되고 계약 얘기나 돈 얘기를 꺼내는 건 부끄럽다고 하는 건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는 "법적인 문제를 꺼내는 걸 두려워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임 변호사는 자신을 예술을 '짝사랑'하는 변호사라고 설명한다. 막연히 예술이 좋아서 뛰어든 일이지만, 일을 할수록 몰랐던 세계를 알아가는 기쁨을 느끼고 있다고. 그의 사무실에는 예술 작품들이 곳곳에 눈에 띤다. 의뢰인으로 만난 예술인들이 선물한 작품들이다.

"금전적 보상이 아직은 다른 분야에 비해 크진 않을 수 있지만, 한 사람의 예술관을 알게된다는 데에서 기쁨이 아주 커요. 저는 예술인들을 위해 진심을 다하는 친구 같은 변호사가 되고 싶어요. 그러다보면 제가 목표로 하는 일에 한발자국씩 다가가 있지 않을까요." 임 변호사는 활짝 웃는 얼굴로 말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임애리 변호사가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덕수에서 뉴스핌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03.17 kilroy023@newspim.com

◆임애리 변호사 약력

▲변호사시험 1회 합격 ▲現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 ▲한국만화가협회 법률 자문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법률 자문 ▲서울시립교향악단 법률 자문▲서울시 문화예술불공정피해상담센터 법률상담관 ▲서울지방변호사회 형사당직변호사단 ▲서울지방변호사회 민사소액사건소송지원변호사단 ▲한국저작권위원회 저작권 입문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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