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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포항지진 2주년' 이재민들 추운 텐트생활 언제까지 '한탄'만

기사입력 : 2019년11월19일 18:02

최종수정 : 2019년11월19일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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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열발전소 인한 촉발지진" 공식발표
시민들 "보상커녕 공식사과 한 번 없어"
국회는 본회의 통과 놓고 '보상' vs '지원' 정쟁만

[포항=뉴스핌] 남효선·은재원 기자 = 2017년 포항지진 이후 해마다 11월 15일은 경북 포항을 비롯 영덕, 울진 등 동해연안 주민들에게 잊지 못할 또렷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포항=뉴스핌] 남효선 기자 = '포항지진' 피해 이재민들이 2년 넘게 머물고 있는 경북 포항시 흥해읍 소재 흥해실내체육관 마당에 걸려 있는 펼침막. 2019.11.17. nulcheon@newspim.com

2년 전 11월 15일 경북 포항 북구 흥해읍 지역에서는 국내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5.4 규모의 강진이 발생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점심식사를 하고 일상으로 복귀해 분주한 일과를 챙기던 포항시민들은 오후 2시 29분쯤 난데없는 굉음과 함께 건물이 기울고, 부서지고, 갈라지고, 창문이 뒤틀리고, 차량의 유리창이 박살나는 죽음의 공포 속으로 몰아넣어졌다.

마침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두고 마지막 수능준비에 몰입하던 포항지역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은 이날 지진 발생으로 학교 건물이 갈라지고 기우는 것을 목격하면서 충격에 빠졌다.

정부는 당시 서둘러 포항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전격적으로 그해 대학수능을 연기했다. 당시 포항지역 학생들은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포항=뉴스핌] 남효선 기자 = 2년 전인 2017년 11월 15일 경북 포항에서 빌생한 규모 '5.4'의 강진으로 주민들이 긴급 대피한 흥해실내체육관을 찾은 이낙연 국무총리가 시민들을 위로하고 있다.2017.11.16. nulcheon@newspim.com

문재인 대통령이 포항여고를 찾아 학생들을 위로했으며, 이낙연 국무총리는 포항 피해지역에서 인근 체육관이나 동사무소, 교회 등지로 긴급 대피한 시민들을 만나 위로하고 현장을 점검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포항에서는 당시 부상자 92명, 이재민 1800여 명이 발생했으며 시설물 2만7317건 등이 훼손돼 3300여 억원의 피해가 났다.

[포항=뉴스핌] 남효선 기자 = '포항지진' 피해 이재민들이 2년 넘게 머물고 있는 경북 포항시 흥해읍 소재 흥해실내체육관 내 구호소의 텐트에 이재민들의 절규가 빼곡하게 적혀 있다. 2019.11.17. nulcheon@newspim.com

◆ '포항지진' 이재민, 3년 째 차거운 콘크리트 바닥 텐트생활..."난민보다 못한 이재민"

시민들을 죽음의 공포로 몰아 넣은 지진이 발생한 지 2년이 지난 2019년 11월 14일 보금자리를 빼앗기고 거리로 내몰린 이재민 중 92세대 208명은 여전히 지진 발생 당시 긴급 대피한 포항시 흥해읍 소재 흥해실내체육관에 머물고 있다. 지진발생 2년이 지났지만 몸하나 제대로 누울 방 한 칸 없이 포항시가 당시 마련해준 엷은 살색의 텐트 속에서 두 번째 겨울을 지나 세 번째 겨울을 맞고 있는 것이다.

지난 17일 전날과 달리 체감온도가 영하권으로 뚝 떨어지면서 이재민들이 3년째 머물고 있는 흥해실내체육관 마당에는 낙엽이 수북히 쌓인 채 적막만 가득했다.

[포항=뉴스핌] 남효선 기자 = '포항지진' 피해 이재민들이 3년째 머물고 있는 경북 포항시 흥해읍 소재 흥해실내체육관에 마련된 구호소 입구에 걸려 있는 현수막. 2019.11.17. nulcheon@newspim.com

"누구 하나 죽어야 해결되나", "불통 포항시는 쇼하지 말고 소통하라"

임시구호소인 흥해실내체육관 옆 울타리와 벽면에는 3년째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서 전기요에 의지해 텐트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이재민들의 분노가 담긴 펼침막이 겨울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이재민이 머무는 실내체육관 현관 문에도 이들의 절규가 빼곡하게 붙어있다. "난민보다 못한 이재민", "포항 63회 미소지진, 책임자를 처벌하라", "지진나고 비 새는 집 살아봐라" 등.

포항시가 선정한 흥해지역 식당에서 공급해온 식사를 이재민들이 공동급식하는 식당 벽에 붙여진 '언론 보도 기사'도 눈길을 끈다. 이강덕 포항시장이 '포항지열발전소' 건설 착공을 기해 '지역발전을 앞당기는 원동력'이라고 찬사한 모 신문사의 기사가 전지 크기로 확대 복사돼 붙어 있다. 이후 문제의 '지열발전소'는 정부에 의해 '포항지진' 발생의 주범으로 공식 발표됐다.

실내체육관으로 들어서는 현관에는 포항시청 공무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포항시청 공무원들도 2년 전 '포항지진' 발생과 함께 이곳 흥해실내체육관에 임시 거처가 마련되면서 이재민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이들의 얼굴에도 피로가 역력했다. 공무원들은 "그렇다고 여기 계시는 이재민들에 비할 수 있겠습니까. 이분들은 2년 넘게 이곳에서 추운 겨울을 나고 있는데..."라며 말을 줄였다.

[포항=뉴스핌] 남효선 기자 = '포항지진' 피해 이재민들이 3년째 머물고 있는 경북 포항시 흥해읍 소재 흥해실내체육관 구호소의 신발장에 어린 아이들의 신발이 놓여 있다. 2019.11.17. nulcheon@newspim.com

체육관 안에는 이재민 208명이 거주하는 텐트가 빼곡하게 설치돼 있다. 모두 221개 동이다.

텐트 천장과 사방 벽에는 '피해보상'과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쪽지들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아무런 대책도 제시하지 못하는 정부와 지역 정치권, 포항시장 등 선출직 공직자들에게 쏟는 원망들이다.

70대 한 이재민은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소 때문에 발생했다고 정부가 발표한 후부터 수없이 국회로 오르내리고 포항시청도 드나들며 하루빨리 특별법을 제정해 현실적인 피해보상을 해줄 것을 요구했다. 국회의원도 시장도 특별법 제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만날 때 뿐이다. 구호소에는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생활하는 가족들도 있다. 하루빨리 사람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해줘야 할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민들은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24시간 교대근무를 하고 있는 포항시 공무원들이 119나 병원으로 신고해 진료를 받고 있다.

지진으로 인한 스트레성 질환이나 트라우마 등에 대해서는 2년 전 지진 발생 당시에는 정신심리 치료 전문가들이 상주했으나 지난해부터 모두 철수한 상태이다. 포항시청 주민복지 관계자는 "흥해읍의 지진트라우마센터를 이용하고 있다"며 "오는 20일 이들 이재민과 주민들을 대상으로 '치유캠프'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포항시청 공무원과 구청 직원들의 업무 과중도 문제다. 임시구호소에는 포항시청 본청 직원들과 구청 직원들이 주말과 야간을 나눠 2인1조로 24시간 교대 근무를 서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교대근무 외에 본 업무와 당직근무, 태풍, 가축 전염병 등 재해 발생 시 비상근무에 투입되는 등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포항=뉴스핌] 남효선 기자 = '포항지진' 이재민들이 3년째 머물고 있는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소재 흥해실내체육관 마당에 '이주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펼침막이 다시 찾아온 겨울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2019.11.17. nulcheon@newspim.com

◆ 지진 피해 이재민 이주대책은 어디까지

'포항지진' 발생 2년 만인 지난 15일 흥해실내체육관 거주 이재민 3가구가 처음으로 국민임대주택으로 이주를 시작했다. 포항시가 전날 LH대구경북지역본부와 '포항지역 지진피해이재민 주거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포항시는 지난 8월 이주대책계획을 수립하고 같은 달 9일부터 24일까지 흥해실내체육관 거주 이재민들을 대상으로 이주희망 신청을 접수했다.

전체 92가구 중 이주 희망을 신청한 가구는 62가구. 그러나 신청한 62가구 전체가 국민임대주택으로 이주하겠다는 의사를 최종적으로 밝힌 것은 아니다.

이주희망 신청 62가구 중 반드시 이주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가구는 현재까지 33가구이다. 나머지 29가구는 신청은 했지만 이주 결정은 유보하고 있다.

포항시 지진대책국 이주대책팀 관계자는 "포항시와 LH가 업무협약을 통해 체결일인 14일부터 60일 이내에 신청 대상자들이 이주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15일 3가구 이주를 시작으로 당초 이주 입장을 분명히 밝힌 이재민 33가구는 늦어도 오는 12월까지는 모두 이주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나머지 이주를 신청했으나 최종 결정을 유보한 가구는 60일 이내 이주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주희망 신청자는 이 기간 내에 순차적으로 정해진 국민임대주택으로 이주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민들이 이주하는 곳은 포항시 북구 장량동 소재 국민임대주택이다. LH 1단지와 5단지로 나눠 이주된다.

포항시와 LH 간 업무협약에 따라 이사 비용은 포항시가 일괄적으로 100만원씩을 지원한다. 임대주택 보증금은 이주 후 거주 기간인 2년을 기준으로 이를 월 임대료로 전환해서 50%는 포항시가 부담하고 50%는 LH 측이 감면하는 방식으로 지원한다.

지난 15일 3가구를 시작으로 이주가 시작됐지만 그렇다고 이재민들의 이주대책이 원만하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흥해실내체육관 거주 이재민 중 이주희망 자체를 신청하지 않은 30가구가 그대로 남아 있는데다 인근인 흥해읍 약성리 소재의 컨테이너에도 이재민 33가구가 임시로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항시 이주대책 관계자는 "남아 있는 이재민들을 위한 대책은 현재까지 뚜렷하게 마련된 것은 없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국민임대주택을 당초부터 신청하지 않은 30여 가구의 이재민 대부분은 '포항지진' 발생 당시 흥해읍 한미장관맨션에 살던 주민들이다.

이재민들이 선뜻 국민임대주택으로의 이주를 거부하는 것은 정부와 포항시의 피해 보상과 연관된다.

지진발생 이후 포항시는 정밀안전점검을 통해 피해지역을 조사하면서 문제의 한미장관맨션 피해 규모를 '소파(小破)'지역으로 구분했다. 그러나 인근인 대성아파트와 대웅파크맨션, 정림뉴소망타운, 해운빌라, 대웅빌라 등 6개소의 다세대주택은 '전파(全破)'로 분류됐다.

'전파' 판정을 받은 6개소 다세대주택 지역의 경우 포항시가 일대를 '흥해지구 도시재생사업' 대상지로 정하고 새 타운 조성을 추진함에 따라 피해주민들은 보상금을 받고 이주할 계획이다. 포항시는 정밀안전점검을 통해 주택 피해를 소파·반파(半破)·전파로 나누고, 재난지원금도 전파 900만원, 반파 450만원, 소파 100만원씩 분류해 5만6515건, 643억원을 지급했다.

반면 소파 판정을 받은 한미장관맨션 주민들에게는 100만원의 재난지원금만 주어졌다. 한미장관맨션 이재민들은 "언제 무너질지도 모르는 아파트를 어떻게 100만원으로 고쳐서 살수 있냐"며 "'전파' 판정을 받은 인근 아파트 주민들처럼 자신들도 정당하게 보상하고 지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미장관맨션 이재민들은 "지진으로 부서지기는 마찬가지인데 누구는 '전파' 판정받고 누구는 '소파' 판정 받느냐"며 "'전파'로 다시 판정하고 추가 지원금을 받을 때까지는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항시는 "한미장관맨션 문제는 현재로서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 지진특별법이 마련돼야 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등 대책이 마련이 가능한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포항=뉴스핌] 남효선 기자 =2017년 11월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으로 무너진 아파트. 2017..11.16. nulcheon@newspim.com

 임시컨테이너 이재민 "타 지역으로는 못간다...흥해에 새 보금자리 만들라"

임시구호소가 있는 흥해실내체육관에서 멀지 얺은 곳인 약성리의 임시 컨테이너에 머물고 있는 이재민들의 상황도 여의치 않다. 약성리 임시 컨테이너 거주 이재민들은 대부분 '포항지진' 당시 흥해읍 일대 단독주택에 거주하던 주민들이다.

이 곳 주민들도 정밀안전진단을 거쳐 '전파' 혹은 '반파' 판정을 받았다. 이곳 컨테이너에는 당초 33가구가 이주했으나 현재는 25가구가 임시로 거주하고 있다.

주거용 컨테이너는 '포항지진' 발생 이후 포항시가 컨테이너 33개 동을 지어 조성한 '희망보금자리 이주단지'이다. 이들은 이번 흥해실내체육관 이재민들을 대상으로 한 국민임대주택 이주 계획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또 이들은 흥해읍 피해지역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흥해지구 도시재생사업' 구역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컨테이너 주거 이재민들의 요구도 "정당한 피해 보상을 실시하라"는 것이다. 특히 이들 이재민 대부분은 흥해읍을 중심으로 생활터전을 닦아 온 까닭에 흥해읍 외 타 지역으로는 이주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생활 근거지인 흥해읍에서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대책을 세우라는 것이 이들의 요구이다.

컨네이너에서 아이들과 생활하고 있는 한 이재민은 " 컨테이너 바깥에서 차 문닫는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벌렁거린다. 컨테이너 바닥 울리는 소리에도 가슴이 뛰어 조심스럽게 걷는다"며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현재 이들에게는 전기요금 50%를 감면해주는 지원외는 별다른 지원은 이뤄지 않고 있다.

포항시 이주대책 관계자는 "현재 컨테이너 사용 기간도 2년이 경과하면서 만료시점에 와 있다"며 "현재로서는 이들 이재민들에 대한 2년간 거주를 연장하는 방안 외는 별 다른 대책이 없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포항=뉴스핌] 남효선 기자 = 정부가 '포항지진'의 발생원인으로 공식 발표한 문제의 포항시 북구 흥해읍 소재 지열발전소. 2019.11.17. nulcheon@newspim.com

여야 국회의원 앞다퉈 발의한 '지진특별법'은 정쟁에 제자리 걸음

지난 18일 '포항지진특별법' 제정을 위해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법안소위의 심사가 또 무산됐다. 법안소위는 법안에 담을 '보상'과 '지원' 용어를 놓고 여·야와 정부 간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였으나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무위로 끝났다.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을 학수고대하며 '특별법' 법안 심의 결과에 목을 매던 포항시민들의 기대는 또 다시 물거품이 됐다.

여야와 정부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포항지진특별법'은 오는 21일로 예정된 마지막 법안소위로 넘어가게 됐다. 마지막 법안심사일인 오는 21일 심사에서도 의견일치를 이루지 못하면 '포항지진특별법'의 이번 정기국회 내 통과는 사실상 물건너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산자위 법안소위의 무산 소식이 전해지자 포항시민들은 "언제까지 포항시민들을 정쟁의 도구로 삼을 거냐'며 국회와 정부의 행태를 비난했다.

마정화 포항 지진범시민대책본부 집행위원장은 "포항지진특별법 재정은 여야의 정쟁이 될 수 없다. 이번 법안심사에 거는 기대가 컷다. 그러나 지진특별법으로 지칭되는 포항시민들의 생존권도 여야 정치권의 정쟁에 휘둘렸다"며 "이번 정기국회 내 통과되지 않는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 포항시민의 생존권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극한 투쟁을 예고했다.

마 위원장은 "2년 전 포항지진이 발생하고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 이낙연 총리, 여야 중진 국회원들이 대거 포항 피해 현장을 찾아 조속한 치유와 복귀를 약속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든 국회든 어느 누구도 공식사과 한 마디 하지 않았다. 더구나 '포항지진'이 원인이 지열발전소에 의한 '촉발지진'으로 정부가 공식 발표까지 하고 국회의원들이 앞다퉈 특별법을 발의한 지 1년 가까이 지나고 있다"면서 "언제까지 포항시민들이 차거운 콘크리트에서 겨울을 나고 생업을 포기한 채 거리로 뛰쳐나와야겠느냐"고 반문했다.

[포항=뉴스핌] 남효선 기자 = 경북 포항지역 시민사회단체, 피해주민, 출향인들이 지난달 30일 국회 광장에서 '포항지진특별법 연내 제정, 국회 통과'를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펼치고 있다.[사진=뉴스핌 자료사진] 2019.11.19. nulcheon@newspim.com

 '지진특별법' 제자리걸음 이유는

지난 18일 산자위의 법안심사에서 쟁점이 된 것은 '보상'과 '지원'이라는 법안에 담을 용어다.

김정재 자유한국당 의원을 중심으로 한 야당 의원들은 "포항지진이 정부 지원 연구개발사업인 '지열발전소'가 촉발시킨 것으로 정부가 공식 발표한 만큼 정부가 '보상'의 개념에서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정부는 "지열발전소를 운영한 것은 넥스지오라는 업체이며 현재 포항시민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만큼 보상이 아닌 '지원'"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용어 논쟁이 지속되자 이철우 경북지사는 지난 15일 홍의락 의원(더불어민주당)과 김기선 의원(자유한국당) 등 국회 산자위 여야 간사와 잇따라 면담을 갖고 '보상(야당 측 용어)'과 '지원(여당·정부 측 용어)'을 아우르는 '보상지원'의 새로운 용어를 절충안으로 제시하는 등 '지진특별법 연내 제정'을 위해 동분서주해왔다.

이 과정에서 여야가 주말협상을 통해 절충안으로 제시된 '보상지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제자리 걸음하던 '지진특별법'이 이번 정기국회서 통과될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를 안겨주었다. 그러나 지난 18일 열린 법안심사 소위 결과는 당초 쟁점에서 한 걸음도 진전하지 못한 채 무산됐고 오는 21일로 예정된 마지막 심사로 넘겨졌다.

'포항지진특별법' 제정이 화두로 떠오른 건 지난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부가 지난 3월 20일 '포항지진'을 인근 지열발전소에 의한 촉발지진'으로 공식 발표하면서다.

정부가 '포항지진을 지열발전소에 의한 촉발지진'으로 공식 발표하자 지역의 여야국회의원들은 앞다투어 '포항지진특별법안'을 쏟아냈다.

포항지진특별법을 첫 발의한 의원은 포항 북구가 지역구인 김정재 의원(자유한국당, 포항북구)이다. 김 의원은 지난 4월 1일 '포항지진 진상조사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안'과 '포항지진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안' 두 건을 대표발의했다. 그러나 이 법안들은 '선 특위구성 후 법 제정'을 주장하는 민주당과 '선 법 제정'을 주장하는 한국당이 충돌하면서 파열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어 하태경 의원(바른미래당, 부산 해운대구갑)이 지난 5월 10일 국가가 지진 피해지역 종합지원계획과 연도별 실행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2017년 11월15일 포항지진 및 여진의 피해구제 등을 위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또 같은 해 7월 23일 홍의락 의원(민주당,대구 북구을)이 '지열발전사업으로 촉발된 포항지진의 진상조사 및 피해구제 등을 위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포항지진'과 관련, 모두 4건의 법안이 발의된 셈이다.

이처럼 국회의원들이 앞다투어 특별 법안을 쏟아내고 정부와 지진 관련 학계 등 이른바 전문가 집단에서 '지열발전소에 의한 촉발지진으로 규정된 포항지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자 포항지역은 '국가 보상'이라는 기대감으로 고무됐다.

실제 포항지역 시민사회는 지진 피해 시민 등 1만2867명과 함께 '포항지진 공동소송단'을 구성하고 국가와 넥스지오·포스코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현재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이 진행하고 있다.

또 시민들로 구성된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는 앞서 발표한 한국지질학회 등 연구단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포항지열발전소 입지를 선정할 당시 활성단층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관계기관들의 대응도 미흡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윤운상 넥스지오 대표와 박정훈 포항지열발전 대표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고소장 접수 후 8개월 만인 지난 11월 5일 사업주관 업체인 넥스지오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등 4곳을 압수수색하는 등 강제수사에 들어갔다.

앞서 지난해 3월 대한지질학회는 "포항 지진 원인이 지열발전소에서 시추공에 주입한 물이 약한 단층을 자극하면서 일어난 유발 지진"이라는 입장을 공식 발표했었다.

당시 지질학회는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소 지열정을 파고 물을 주입하는 과정에서 물 압력이 주변으로 전달되면서 지진이 나기 직전인 임계응력 상태에 있었던 단층에서 작은 미소지진을 남서방향으로 순차적으로 유발했으며 시간 경과에 따라 포항지진이 촉발됐다"고 설명했다.

[포항=뉴스핌] 남효선 기자 = '포항지진' 2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소송단을 통해 정부를 상대로 법정 투쟁을 벌이고 있는'포항 지진범시민대책본부'가 기자회견을 열고 '포항지진특별법' 정기국회 내 제정,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2019.11.14. nulcheon@newspim.com

포항시민사회 "12월 국회 무조건 처리를"

'포항 11.15촉발지진 범시민대책위원회(공동대표 이대공·공원식.허상호.김재동, 범대위)와 '포항 지진범시민대책본부(공동대표 모성은, 범대본)' 등 포항지역 시민사회단체, 시민, 출향인사 3000여 명은 지난달 30일 국회 앞 광장과 청와대 앞에서 대규모 시위를 가진 데 이어 '포항지진' 발생 2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포항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기국회 내 포항지진특별법을 반드시 제정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 시민사회단체는 호소문을 통해 "대통령과 해당 부처 장관, 여야 당 대표와 원내대표 등이 피해 현장을 방문해 한결같이 특별법 제정을 약속했다"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법 제정 약속을 반드시 지켜줄 것"을 거듭 요구했다.

'포항지진' 2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포항지역 시민사회단체인 '포항 11.15촉발지진 범시민대책위원회'가 포항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포항지진특별법 연내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2019.11.14. nulcheon@newspim.com

특히 소송단을 통해 정부를 상대로 법정 투쟁을 벌이고 있는 범대본도 기자회견을 통해 "국회에 계류 중인 포항지진특별법을 올해 중 반드시 통과시켜 줄 것"을 촉구했다.

범대본은 "포항지진특별법이 지금까지 미뤄지는 것은 국회의원들이 본연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처사"라고 비난하고 "포항지진특별법안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제정, 통과되지 않으면 지역 여야 정치인 모두 포항을 떠나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포항지진특별법 제정은 뒤로 미룬 채 쓸데없이 정쟁만 일삼는 국회는 당장 해산돼야 한다"며 "지역 여야 정치인부터 특별법 제정에 힘을 합칠 것"을 요구했다.

범대본은 "국민들은 모두 국가의무를 착실히 이행하고 있는데 정작 국가는 국민들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가가 제 역할을 다해 특별법을 제정해 줄 때까지 납세거부운동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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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신공항 공사기간 22개월 연장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국토교통부와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이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를 연내 재입찰하기로 했다. 앞선 사업자 선정이 네 차례나 유찰되고 수의계약 추진도 중단되면서 표류하던 사업에 대해, 정부와 공단이 정상화 로드맵을 마련해 다시 추진에 나선 것이다. 부산 강서구 가덕도신공항 예정지 부지가 내려다보이는 대항전망대에 위치한 비행기 모형 [사진=최지환 기자] 21일 국토교통부와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은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를 설계·시공 일괄입찰(턴키) 방식으로 연내 입찰 공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덕도신공항 사업이 네 차례 유찰되고 현대건설 컨소시엄과의 수의계약 절차가 중단된 이후 사업 지연 우려가 커진 데 따른 조치다. 정부와 공단은 입찰방식과 공사기간, 사업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기술 검토를 거쳐 사업 재개 방안을 마련했다. 가덕도신공항 공사는 부산 강서구 가덕도 일대 666만9000㎡에 활주로와 방파제 등을 포함한 공항 시설 전반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본래 개항 목표는 2029년 말이었으나, 올 5월 기존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된 현대건설 컨소시엄(이하 현대건설)이 해상과 육상을 아우르는 대규모 고난도 공사임을 고려할 때 108개월의 공사 기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자 국토부가 지위를 박탈하면서 착공이 지연되고 있다.  입찰은 턴키 방식으로 추진된다. 해상 연약지반이 두껍게 분포한 가덕도 지역 특성을 고려해 토석 채취, 연약지반 처리, 방파제 설치, 해상 및 육상 매립, 활주로 설치 등 복합 공정을 유기적으로 연계할 수 있도록 시공사의 책임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선택이다. 공사기간은 연약지반 안정화 확보에 중점을 두고 기존 84개월에서 106개월로 연장했다. 정부는 지반 계측을 통해 안정화가 앞당겨질 경우 후속 공정을 신속히 연계해 전체 공기를 탄력적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해상공사 장비 제작 기간과 공사용 도로 개설 등 사전 준비 기간도 반영됐다. 공사비는 당초 10조5000억원에서 건설투자 GDP디플레이터 상승률을 적용해 10조7000억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공단은 종합적 사업관리(PgM) 체계 도입을 통해 토목·건축·항행시설 등 복수 프로젝트를 통합 관리하고, 관계기관 협의체를 상시 운영해 안전과 품질을 관리할 계획이다. 정부는 연내 입찰 공고를 거쳐 사업자 선정과 기본설계를 진행하고, 2026년 하반기 우선 시공분 착공을 추진한다. 행정 절차와 공사가 계획대로 진행되면 2035년 개항이 목표다. 공항 접근성 강화를 위한 도로·철도 인프라도 병행 추진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연구기관, 민간 등이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통해 지역 발전 및 북극항로 시대 대응 전략도 함께 마련할 방침이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가덕도신공항은 여객·화물 수요를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관문 공항으로 건설돼야 한다"며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되, 관계기관과 협력해 사업이 최대한 신속히 추진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5-11-2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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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우 서울중앙지검장 취임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박민경 인턴기자 = '대장동 개발 비리 특혜 사건' 항소포기 논란이 채 가시기도 전 박철우(53·사법연수원 30기)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21일 취임했다. 항소포기의 지휘 라인에 있던 박 지검장이 중앙지검장으로 오면서, 검찰 안팎에선 불만이 커지는 모습이다. 박 지검장은 이날 오전 9시께 중앙지검으로 첫 출근했다. 그는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대장동 수사팀에서는 지검장이 (대검찰청 반부패부장 시절) 항소포기 의견을 전달했다고 주장하는데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라는 질문에 "저에 대해 정확하지 않은 내용이 많이 퍼져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단 그는 어떤 내용이 정확하지 않은지에 대해선 "말씀드리기 적절하지 않다"며 답을 피했다. 박철우 서울중앙지검장이 21일 중앙지검 청사 앞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박민경 인턴기자 = 2025.11.21 pmk1459@newspim.com 또 '항소포기 사태 당사자의 지검장 부임에 대해 직원들의 반발 목소리가 있다'는 지적에 박 지검장은 "검찰 구성원들이 반발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면 (항소포기)에 대한 입장을 말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엔 "아니 이해하고 공감하다고 했지 않은가"라며 다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이외에 항소포기에 반발한 검사를 징계하는 것에 대한 입장 관련 질문도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답을 피했다. 박 지검장은 취임사를 통해 "요 근래만큼 그동안 쏟아부은 열정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것 같은 박탈감과 자괴감이 드는 시기는 없을 것"이라며 "저 또한 억울한 감정을 부정할 수 없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본인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간접적으로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지검장은 대장동 항소포기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대장동 항소 기한이 만료된 후 수사·공판팀은 입장문을 통해 "모든 내부 결재 절차가 마무리된 이후인 지난 7일 오후 무렵 갑자기 대검과 중앙지검 지휘부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수사·공판팀에 항소장 제출을 보류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후 대장동 수사·공판팀을 이끈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는 당일 오후 8시45분께 당시 대검 반부패부장이던 박 지검장이 재검토 지휘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이에 당시 대검 반부패부장이던 박 지검장은 항소포기 관련 지휘에 깊이 관여한 인물로 지목됐다. 애초 항소포기 사태는 당시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던 노만석 전 대검 차장이 사의를 표하면서 일단락되고, 항소포기에 반발한 검사장들의 평검사 전보 징계 국면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후 박 지검장이 새롭게 임명되면서 내부 반발은 더욱 커지고 있다. 수도권의 한 고검 검사는 "항소포기 일련의 과정을 봤을 때 구체적인 설명이나 어떠한 언급도 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고 실제로 그랬다"며 "수사팀은 물론 중앙지검 내부 반감이 큰데, 어떻게 조직을 안정화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조직에 칼을 꽂은 공으로 좋은 자리를 차지한 사람이 어떻게 조직을 안정화하겠다는 것인가"라며 "내부 반발만 더욱 커질뿐이다. 제대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거라고 전혀 기대되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hyun9@newspim.com 2025-11-2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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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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