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소득 전반에 대한 과세체계 논의해야”
부동산까지 아우르는 한국식 이원적 소득세제 제안
“조세형평성 위한 외국인·대주주 과세부터 해결” 반론도
[서울=뉴스핌] 김민수 기자 = 지난 6월부터 소폭 인하된 증권거래세 폐지를 시작으로 이원적 소득세제 개편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는 ‘증권거래세 폐지 후 자본시장 과세 어떻게 할 것인가’ 국회 정책토론회가 개최됐다. 더불어민주당 자본시장활성화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최운열 의원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인 추경호 의원이 주최한 이날 토론회는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를 좌장으로 강남규 법무법인 가온 변호사가 발제자로 나섰다.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는 ‘증권거래세 폐지 후 자본시장 과세 어떻게 할 것인가’ 국회 정책토론회 [사진=최운열 의원실] |
강 변호사는 “현재 한국의 금융투자소득 과세는 소득세 열거주의 과세체계 아래에서 보유시 발생하는 금융소득(이자·배당소득)과 처분시 발생하는 양도소득으로 구분된다”며 “하지만 지나치게 복잡한 소득과세 체계로 인해 조세중립성 훼손, 조세 차익거래(Tax Arbitrage) 유인 제공, 시장활성화 저해 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투자자산에 대한 세제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증권거래세 인하로 의미 있는 첫발을 내디딘 만큼 금융투자소득 전반에 대한 과세체계 개편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우선 다양한 형태로 발생하는 금융소득의 통합적 과세 기초를 먼저 마련한 뒤 포괄과세 범위를 확대하고, 마지막에는 한국의 특성에 맞는 이원적 소득세제(DIT·Dual Income Tax)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 변호사는 “증권거래세 폐지와 동시에 상장주식 양도소득 과세범위를 확대하되, 부동산 양도소득과 자본이득을 세분화하는 새로운 자본이득 과세 구분을 만드는 방안이 있다”며 “이후 배당소득, 이자소득과 점진적으로 통합하는 금융투자소득 포괄과세를 도입한 후 부동산 양도소득까지 아우르는 한국식 이원적 소득세제로의 개편을 제안한다”고 전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각계 전문가들 역시 이 같은 방안에 대체로 공감을 표했다.
김용민 연세대학교 교수는 “포괄적 소득세제 개념인 종합소득세제를 도입한 미국, 영국이나 이원적 소득세제를 적용시킨 북유럽, 독일, 일본 등의 사례를 통해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유추해 볼 수 있다”며 “금융소득에 대해선 낮은 수준의 단일 비례세율을 적용하고, 법인세 및 사업소득은 근로소득과 함께 종합과세하는 변형된 이원적 소득세제가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자본시장 효율화를 염두에 둔 세제개편의 필요성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배당·양도·이자 소득을 필요에 의해 전환할 만큼 시장이 발전했다는 점에서 보다 포괄적인 손익통상이월공제 설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의 증권거래세 폐지 논의를 시장활성화, 양도소득과세와 지나치게 결부시키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장영규 기획재정부 금융세제과 과장은 “증권거래세 인하로 초래되는 세수 부담은 물론 자본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보다 면밀한 검토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며 “거래세와 거래량 간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없고, 조세형평성 측면에서도 외국인, 대주주 과세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종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또한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과세는 분리해 검토해야 할 문제”라며 “증권거래에 마찰을 주는 역할을 가진 증권거래세를 완전히 폐지함으로써 정책수단 자체를 없애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최운열 의원은 “각계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며 “공정과세라는 취지에 맞게 세원확대 등 세제 전반에 대한 포트폴리오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토론회를 마무리했다.
mkim0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