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서울=뉴스핌] 민지현 특파원 백지현 기자 = 독일 도이체방크가 지난 7월 구조조정 계획을 내놓은데 이어 영국 HSBC 홀딩스도 직원 감원을 포함한 비상대책을 발표했다. 세계적 은행들의 연이은 구조조정안 발표에는 부패 스캔들 연루나 글로벌 경제 리스크 강화 등으로 인한 경영 환경 악화가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제 리스크 심화 속 HSBC 홀딩스 비상대책 발표
영국 HSBC 홀딩스가 존 플린트 최고경영자(CEO) 사임 발표와 함께 직원 4000여명을 감원하고 투자지출을 줄이는 비상대책 실시를 알렸다.
HSBC 홀딩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5일(현지시간) 에웬 스티븐슨 HSBC 최고 재무책임자(CFO)는 은행 전체 23만7685명 중 약 2%의 직원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인 인원수는 언급하지 않았다.
스티븐슨 CFO는 "감원은 고위직 중심으로 해고와 희망 퇴직 등 다양한 형태로 시행될 예정"이라며 "이에 따라 임금 비용의 4%가 절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퇴직금은 6억5000만달러에서 7억달러 수준으로 추산됐으며 매년 해당 금액이 절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플린트 CEO는 지난 4일 취임한지 18개월 만에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가 HSBC에 몸을 담은 지 30년 만이다.
HSBC의 이같은 조치는 글로벌 경제 위축이 가속화되면서 경영 환경 전반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심화돼 협상 진전에 대한 난망이 높아져 리스크를 고조시키고 있으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도 악재 중 하나로 꼽힌다.
◆'부패 스캔들' 도이체방크, IB사업 축소 계획 발표
도이체방크는 앞서 지난 7월 7일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의 주요 골자는 글로벌 트레이딩 사업부를 없애고 채권 운영 사업부를 축소하는 등 사실상 투자은행(IB) 사업의 몸집을 줄이겠다는 내용이다.
독일 도이체방크. [사진=로이터 뉴스핌] 2018. 07. 08. |
도이체방크는 오는 2022년까지 글로벌 인력 중 1만8000여개의 일자리를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전체 7만4000명의 글로벌 인력 중 20%에 해당한다.
도이체방크는 2022년까지 60~170억유로에 달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구조조정 비용은 74억유로가 들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은행의 예상보다 더 큰 비용과 수익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놨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도이체방크가 핵심 사업에서 연간 2% 성장을 목표하고 있지만 은행의 수익 전망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고 전했다.
제임스 폰 몰트케 도이체방크 CFO 역시 향후 은행이 붕괴될지도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발표한 도이체방크의 순손실은 자체 예상치를 웃돌아 회의론을 뒷받침했다. 도이체방크는 2분기 순손실이 28억유로라고 예측했으나 지난 25일 31억5000만유로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도이체방크는 한때 미 월가 대형 은행들과 경쟁할 정도로 세계적인 은행이었지만 거액의 벌금을 연달아 부과받으면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2017년 1월에는 주택담보부증권(MBS)의 불법 판매 혐의로 미국 법무부로부터 72억달러의 벌금을 물었다. 또 러시아 돈세탁 혐의로 6억3000만달러 벌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지난달 11일에는 WSJ이 도이체방크가 미 법무부로부터 말레이시아 국영투자기업 1MDB(1말레이시아개발회사) 부패 스캔들과 관련해 수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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