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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A칼럼] ‘누루마유’ 고집하는 아베의 노림수

기사입력 : 2019년08월05일 06:07

최종수정 : 2019년08월05일 09:51

[서울=뉴스핌] 이준혁 정치부장 = 한일 간 경제전쟁이 불 붙었다. 일본 정부는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부품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를 단행한데 이어 지난 2일 각의에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우대국)에서 제외하는 등 사실상 경제봉쇄 조치를 취했다.

       이준혁 정치부장

의심할 여지 없이 기존의 한일관계를 뒤엎는 한편 나아가 한국을 더 이상 우방국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는 조치다.

전문가들은 단기간 해빙될 사안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스타일을 감안할 때, ‘이기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죽겠다’는 가미가제(kamikaze, 자살특공대)식의 극단적인 대결구도로 몰아갈 공산이 크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1945년 8월 15일 2차 세계대전의 종전 이후 75년 동안 이어진 전후 배상 프레임을 끊어버리겠다는 의도라는 해석도 적지 않다.

실제로 아베 총리는 지난 2015년 8월 14일, 전후 70년을 맞아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면서 “일본은 전후(戰後)에 태어난 세대가 전체 인구의 80% 이상이다. 전쟁에 대해서 아무것도 연관된 게 없는 우리의 아들, 손자, 그리고 그 다음 세대 아이들에게 사죄를 이어나갈 숙명을 짊어지게 할 수 없다. 전범 국가의 국민이라는 오명을 물려주지 않겠다. 거기에 내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일본은 ‘누루마유’ 틀 속에 묶여있다

최근 만난 외교 전문가들은 작금의 일본 내 상황에 대해 '누루마유(微溫湯, 미온탕)'라는 말을 썼다.

일본어에는 욕탕에서 나와 찬물을 끼얹어야 할 것을 알면서도 온탕의 따뜻함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누루마유'라는 표현이 있다. 이는 온탕에서 나올 때라는 것을 알면서도 탕이 너무 아늑해 자신의 의지를 현실로 옮길 에너지를 모으지 못한다는 의미다.

일본에 거주했던 한 전직 외교관은 “일본의 전통 료칸(旅館, 여관 등의 숙박시설)에 가면 대부분 온천탕을 운영하지만 목욕탕 내부에 냉탕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아무리 뜨거운 온탕에서 나와도 시원해지기 위해 차가운 물을 끼얹는 관습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베 총리가 강제징용 배상에 대해 강경 태도를 보이면서 한국의 안보문제를 트집 잡는 것도 이미 전쟁 배상은 끝났고 일본 국민들에게 가해 전범국이라는 부정적 국가관을 주지 않겠다는 고도의 정치적 합리화”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아베는 전후 세대에 전쟁 책임은 물론 그 어떤 부채 의식도 물려주지 않으면서 개헌(헌법 개정)을 통해 군사력을 확보하고 다시 미국과 동등한 초강대국 대열에 올라서겠다는 패권주의적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도쿄 지지통신=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지난달 9일 각료회의에 참석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아베 총리의 왼쪽은 아소 다로(麻生太郎) 부총리 겸 재무상, 오른쪽은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경제재생담당상.

요시다 쇼인, 이토 히로부미와 아베 신조...조슈번 출신의 정한론 신봉자들

한국인이 역사적으로 가장 싫어하는 일본인은 누구일까. 아마도 안중근 의사에게 저격 당한 이토 히로부미, 그리고 최근 한일 경제전쟁을 촉발시킨 아베 총리가 아닐까 싶다.

흥미로운 것은 이토 히로부미와 아베가 두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고향이 같고 존경하는 인물도 같다. 고향은 야마구치현(예전의 조슈번), 존경하는 인물은 요시다 쇼인이다.

요시다 쇼인은 27세 때 조슈번에 사설학숙인 쇼카손주쿠를 개설, 90명의 제자를 길러내고 29세에 반역죄로 처형된 인물이다.

1968년 아베 신조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다케 전 총리는 쇼카손주쿠를 방문, 일본 근대화 초석인 메이지유신의 태동지라는 기념비를 세웠다. 기시 총리는 2차 대전 당시 일본 내각을 이끌던 정계의 거물로, 전후 재판을 받고 감옥에 수감됐던 A급 전범이다. 기시 총리는 교도소에서 “한반도를 식민지로 만들고 미국을 공격한 것은 침략이 아니다. 일본을 위한 생존의 길이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리고 정확히 45년 뒤인 2013년 기시 전 총리의 외손자인 아베 총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조선인 강제징용자의 피로 얼룩진 군함도(하시마)와 쇼카손주쿠를 등재시켰다. 한국에서 난리가 났고, 한국 정부가 엄청난 외교전을 쏟아부었지만 아베는 아랑곳하지 않고 세계인이 영구적으로 물려줘야 할 문화유산에 군함도와 쇼카손주쿠의 이름을 새겨 넣었다.

아베는 왜 일개 사설학원인 쇼카손주쿠를 산업유산으로 둔갑시켜 세계문화유산에 밀어올렸을까.

그 이유는 쇼카손주쿠 출신 인사들에게서 단초를 찾을 수 있다.

쇼카손주쿠의 창설자, 요시다 쇼인의 제자들이 바로 조선침략의 선봉이었던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 초대 총독 데라우치 마사타케, 조선공사 이노우에 가오루, 그리고 명성황후를 시해한 미우라 고로다.

조선 침탈 작업을 실행한 조선통감 이토 히로부미는 물론 그 이후 조선 총독을 지낸 소네 아라스케, 데라우치 마사타케, 하세가와 요시미치 등이 놀랍게도 모두 쇼카손주쿠를 거쳤다.

일개 하나의 번 출신들이 그토록 집요하게 조선 침탈에 나섰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그들의 스승, 요시다 쇼인의 사상은 일본 주권선과 이익선으로 잘 알려져있다.

일본 주권선은 일본 열도 전체를 말하고 이익선은 한반도를 지칭한다. 예컨대 일본 이익선을 모태로 태어난 것이 바로 '정한론(征韓論, 한반도를 손에 넣어 취하자는 사상)'이다.

아베 총리를 20년 넘게 취재한 일본 니혼테레비의 아오야마 가즈히로 기자(해설위원)는 쇼카손주쿠의 DNA가 조슈번 고향 후배이자 후손인 아베 신조에게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고 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아베 신조의 좌우명은 ‘지성(至誠)’이다. 요시다 쇼인의 수신훈(좌우명) 또한 “지성으로 움직이면 반드시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베의 표상이 요시다 쇼인임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지난달 22일 일본의 참의원 선거가 끝난 직후 자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信三) 일본 총리 [사진=로이터]

칼만 안 찬 사무라이 아베 “적을 만들면 손해지만 이미 계산에 넣었다”

아베는 첫 총리가 되기 직전인 2006년 7월 자서전 <아름다운 국가에>에서 이렇게 적었다.

“정치가는 싸우는 정치가와 싸우지 않는 정치가 둘 중 하나다. 나는 싸우는 정치가로 남고 싶다.”

일본 언론의 기사를 보면 아베는 상당히 호전적이다. 일례로 아베의 취미는 골프인데, 무조건 핀을 노려서 나가는 스타일이다.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안전책을 세우는 일은 거의 없다.

아베의 한 측근은 기자들에게 “그 만큼 공격적인 골프는 없다. 무조건 공격만 계속한다”고 혀를 내둘렀다. 골프 좀 친다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무조건 핀만 보고 공략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얼마나 공격적이고 무지막지한 자신감에 휩싸여 있는 것인지.

아베가 첫 번째 총리를 사임한 뒤인 2006년 8월 자민당의 한 중진의원과 불협화음이 발생했을 때의 일이다. 아베는 “적을 만든다는 의미에서는 손해다. 나중에도 계속해서 발목을 잡을테니까. 하지만 그건 이미 계산에 넣은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이미 계산에 넣었다”고 딱 잘라 말하는 자세는 천성적으로 싸움을 즐긴다는 방증이다.

이에 비춰 아베는 이미 계산에 넣고 한국과의 정면대결을 시작했을 것이다. 싸우지 않으면 정치가 아니라는 아베다. 그의 싸움은 당분간 뒤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맞상대로 전장에 나선 우리로선 ‘필사즉생’ 인파이터 강공을 택할 것인지, 아니면 상대를 지치게 하는 영리한 아웃파이터를 선택할 것인지 속히 결단을 내려야 한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주말인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진행된 '역사왜곡, 경제침략, 평화위협 아베정권 규탄 3차 촛불문화제'를 통해 시민들이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 2019.08.03 leehs@newspim.com

아베의 ‘일점돌파, 전면전개’...전후 75년 레짐(regime·규칙)으로부터의 탈피 시작됐다

인파이터를 선택한다면 미국과의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지소미아(GSOMIA·한일군사보호협정)'를 파기하는 등 모든 공격을 몰아쳐가야 하고, 아웃파이터라면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유엔 안보리를 비롯해 WTO(세계무역기구) 등에서 거침없이 계속 일본의 부당함을 공론화해야 한다.

한편으로 미국 언론은 물론이고 아베 정권에 비판적인 일본 언론에도 적극적으로 기고를 하거나 광고를 게재하는 등 기막히게 '허(虛)'를 찌르는 방법도 모색해야 한다.

일본 언론들은 아베 정권이 한국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에 핵심 부품소재 공급을 차단하면서 급소를 찔렀다고 대서특필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일본의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가 발표된 직후 긴급 국무회의를 열고 “일본에 다시는 지지 않겠다”고 공개 선언했다. 한국의 현직 대통령이 북한을 제외하고 해외 국가에 대해 지지 않겠다고 언급한 것은 정부 수립 이후 처음이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이제는 전면전이 불가피하다. 맞대응이다. 서로 보복의 정치가 이어질 것이다. 대통령이 직접 어떤 공세든 막아내고 맞받아쳐야 한다고 지시를 내린 것은 이미 전시상황"이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 일본의 급소를 찾기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우리도 화이트리스트에서 일본을 제외하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얼마나 상대적으로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작용과 반작용 수준을 넘어서야 할 시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외교적 대응과 함께 일본의 허점을 찾기 위한 다각적 분석에 좀 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많다.

아베는 전후 70년 대국민담화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가 침략에 해당하는지는 역사가에게 맡겨야 한다. 반성은 필요하지만 쓸데없이 비굴해지는 건 일본의 부흥에 해가 된다”는 궤변(詭辯,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늘어놨다.

역사가마다 보는 시각과 입장, 사관이 다를 터이니 이는 결국 침략행위를 희석시키거나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일본통으로 알려진 여권의 한 핵심인사는 "아베에게서 한 발짝만 물러서도 스스로 약자라고 인정하는 것 아니냐는 오기가 느껴진다. 일본 정가에선 사죄는 이미 끝난 것으로 하자고 하더라. 아베는 확실히 지금 모든 걸 걸고 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도 모든 것을 걸 수 밖에 없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jh3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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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힘들어도 환자 위했는데, 공공의 적 됐다" 전공의 '울먹' [서울=뉴스핌] 방보경 노연경 기자 = 의과대학 학생, 전공의 등은 정부가 독단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공의 대표는 '정부가 우리를 악마화하는 과정에서 (환자와의) 신뢰를 깨고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서울의대 비대위)가 30일 개최 의료개혁 관련 긴급 심포지엄에서 박재일 서울대병원 전공의 대표는 "국민 위한 의료개혁이 올바른 방향 무엇인가를 고민했는데, 공공의 적이 돼버렸다"며 울먹였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 제일제당홀에서 열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 긴급 심포지엄에 의료진들이 참석해 있다. 2024.04.30 pangbin@newspim.com 이날 열린 심포지엄은 의대 정원 확정을 앞두고 이뤄졌다. 교수들은 의료대란의 배경 및 정부에 제시할 정책 대안을 짚었다. 김민호 서울대 의과대학 학생회장과 박재일 서울대병원 전공의대표 역시 자리에 참석해 입장을 표명했다.  특히 박 대표는 혈액종양내과에서 일해오면서 느꼈던 개인적인 소회를 털어놨다. 박 대표는 "수련받으면서 몸이 힘든 시간이 있었지만, 몸이 힘들수록 내 환자의 몸은 건강해질 거라고 믿었다"고 했다.  그는 "내과 1년차 때 맡았던 환자에게 매일 울면서 어떤 말을 해드려야 하는지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신을 믿지 않지만 인생에서 처음으로 기도를 했다"며 "(그분을 볼 때마다) 복도로 다시 나와서 심호흡하고 커튼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걸 반복했다"며 개인적인 경험을 공유했다.  박 대표는 "2년 후 그분이 완치된 것을 보고 힘든 상황에 환자들 곁에 있고 싶어서 혈액종양내과를 지원했다"며 "회복한 환자들의 감사인사와 편지를 마음속에 품는데 정부는 전공의를 악마화해서 국민 간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자부심과 긍지 갖고 환자 곁에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며 "기피과가 있다면 시스템 개선해서 모든 전공의들이 소신껏 지원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박 대표의 발표가 끝나자 30초 이상의 큰 박수소리가 이어졌다. 박 대표는 자리로 돌아간 뒤에도 휴지를 손에 쥐고 연신 눈물을 닦았다. 동료 전공의로 보이는 몇몇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방재승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교수는 "교수이자 선배의사로서 부끄럽기도 하고 마음이 심란하다. 전공의 대표가 저렇게 슬픈 모습 보이는 것은 진심이 아니면 나올 수 없다"며 "정부는 전공의 복귀를 이야기하기 전에 진실된 마음으로 의대생과 전공의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 제일제당홀에서 열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 긴급 심포지엄에 의료진들이 참석해 있다. 2024.04.30 pangbin@newspim.com 박 대표는 발표에서 정부가 전문직, 수련생, 노동자 등의 정체성이 혼재된 전공의의 입장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료계는 오래전부터 의료체계 문제점 분석해 정부에게 해결책을 제시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보건의료정책 심의위원회에서도 알 수 있듯, 의료계 현장 목소리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특히 "타국과 비교했을 때 전문가 의견 태도가 반영되지 않았고, 의료개혁특별위원회까지 지속됐다"며 "정부는 의료체계 전반적 문제점을 잘못 진단하고 엉뚱한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며 초기 진단과정부터 되짚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호 의과대학 학생 대표 역시 정부가 의료계와 교육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대표는 "정부는 필수의료만이 국민의 건강을 위해 필요하며, 비필수의료는 시스템을 왜곡하는 주범인 양 몰아가고 있다"며 "저수가 박리다매 의료 시스템이 고성장 시대가 끝나자 통째로 무너져내리고 있는데, 이를 정부가 좁고 자의적인 범위로만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증원으로 교육 질 저하, 의료 질 저하 발생하면 책임 결과 또한 의료인이 같이 안게 된다"며 "학생들은 (정부 정책이) 의료와 의학을 위하는 진심 어린 정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시스템적 접근 필요 ▲현장의 목소리 청취 ▲필수의료패키지 반대 등의 안건을 내놓으며 대정부 요구안을 제시했다.  hello@newspim.com 2024-04-3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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