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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갈등 점입가경...무역전쟁으로 치닫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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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북한까지 거론하며 강경 자세 고수
화이트국가서 빠지면 1100개 품목 타격
한일 무역전쟁, 중국만 '어부지리' 누려

[서울=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판결로 촉발된 한국과 일본의 갈등이 점입가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사실상의 보복 조치로 지난 1일, 한국에 대해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발표했다. 한국은 정치적 보복이라며 비난했지만, 일본은 안보상 이유 등을 내세우며 조치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나아가 일본은 한국을 ‘화이트(백색) 국가’에서 제외하는 등 추가 조치도 예고하고 있어, 양측의 마찰이 한일 간 무역전쟁으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G20 정상 환영 및 기념촬영 식순 중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발단은 강제징용 문제

양국 관계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일본이 불만을 터뜨리면서 급속히 냉각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일본 기업 신일철주금(新日鉄住金·현 일본제철)에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을 명령했다. 이후 11월에는 미쓰비시중공업에 대해서도 같은 판결을 내렸다.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배상 문제는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에서 모두 끝난 문제라며 강력히 반발했고, 1월 9일 한국 정부에 한일청구권협정상 분쟁 해결 절차인 ‘외교적 협의’를 요청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일본의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이 사이 일본 초계기의 한국 해군 함정에 대한 근접 위협비행 논란이 터지면서 가뜩이나 냉각됐던 한일 관계는 더욱 악화되기 시작했다.

5월 일본은 한국에 제3국 위원을 포함한 중재위원회 개최를 요청했지만 한국은 답을 하지 않았다. 대신 한국은 한일 기업이 자발적으로 출연한 재원으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일본은 한국의 제안을 하루 만에 거절했다.

이 기간 강경화 외교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郎) 일본 외무상은 다보스, 뮌헨, 파리에서 세 차례 회담했지만 양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린 가운데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6월 28~29일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는 정상회담도 하지 않았다.

◆ 日, 지난 5월 이미 규제 결정

G20이 끝나자마자 일본은 기다렸다는 듯 칼을 꺼내 들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1일, 한국에 대해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레지스트, 에칭가스(불화수소) 등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실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일본은 수출 규제 조치 이유에 대해 “한일 간 신뢰관계가 현저하게 훼손돼 수출 관리를 하기가 곤란해진 데다, 한국 측에서 수출 관리에 대한 부적절한 사안이 발생했다”며 “수출 관리를 적절하게 시행하는 관점에서 제도 운영을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애매하게 설명했다.

하지만 다음날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은 “이번 수출 규제가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한국이 만족스러운 해결안을 제시하지 않은 데 따른 결과”라고 말하며, 정치적 보복 조치에 다름없음을 자인했다.

게다가 일본은 수출 규제 조치를 한국에 제3국 위원을 포함한 중재위원회 개최를 요청했던 5월 시점에 이미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요미우리신문은 2일 “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 이후 여러 대항 조치를 검토해 왔고, 지난 5월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골자로 하는 최종안을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 내에서도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가 일본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는 견해가 있었지만, 총리 관저와 총리 주변 의원들의 뜻이 결정에 영향을 줬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 [사진=삼성전자]

◆ 日, 대북 제재 위반까지 거론

한국은 물론 자국 내에서도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위반하는 것이라는 비난이 거세지자 일본 정부는 “수출 금지가 아니라, 약속을 안 지키는 나라에게 우대조치를 안 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베 총리는 3일 “이번 조치는 금지가 아니다.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해 온) 우대조치는 할 수 없다는 뜻”이라며 “국가 간 약속을 지키지 않는데 무역관리 규정은 제대로 지키겠느냐. (규제 강화는) 당연한 판단이며 WTO 협정에 위반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 내에서는 이번 수출 규제 조치가 한국이 유엔 안보리에서 결의한 대북 제재를 위반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자민당의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간사장 대행은 5일 “수출 규제 품목이 한국을 거쳐 북한에서 화학무기 개발에 이용되는 등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독가스인 사린가스 제조에 이용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는 구체적인 주장도 나왔다. 9일 NHK는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한국의 무역관리가 불충분해 이대로 두면 화학무기 등에 전용될 가능성이 있는 물자가 한국에서 다른 나라로 유출될 리스크를 배제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들 원재료는 화학무기인 사린 등에 전용될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한국 기업이 일본 기업에 서둘러 납품할 것을 독촉하는 일이 상시화되고 있었다”며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군사 전용이 가능한 물자가 한국에서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는 다른 나라에 넘어갈 리스크를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이번 조치의 배경이 됐다”고 강조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사진= 로이터 뉴스핌]

◆ 日 태도 강경...사태 장기화 우려

일본 정부의 태도는 시간이 갈수록 더 강경해지면서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9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수출 규제 철회와 성의 있는 협의를 요구한 것에 대해 “한국 측과 협의할 대상이 아니며, 철회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사실상 거부했다.

세코 경제산업상은 “이번 조치는 어디까지나 안전보장을 위해 일본의 수출 관리 운용을 재검토하는 것이다. WTO의 규정에도 부합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협의할 생각도 철회할 생각도 없다고 일축했다.

다만 “한국 측 당국으로부터 사실 확인을 요구해 왔다”며 “협의가 아니라 실무 레벨에서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일 양국은 오는 12일 도쿄에서 수출 규제 문제를 놓고 첫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실무 수준의 접촉에 그칠 것으로 보이며 일본 측이 규제 조치에 대해 한국 측에 설명하는 정도의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은 WTO에서도 한 치 양보 없는 공방을 벌였다. 9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TO 상품무역 이사회에서 한국은 일본의 수출 제한이 WTO 규정에 어긋난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국은 “두 개 국가 사이에 발생한 신뢰 문제를 앞세워 교역을 제한하는 것은 WTO의 규정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의 무역 보복이 IT 부문의 공급망에 커다란 혼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일본 측은 “수출 제한은 무역 측면에서 결정된 금수 조치가 아니라 국가 안보 차원에서 무역 시스템을 제대로 운영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점검”이라고 주장하며 “WTO 규정에도 합당하다며”며 맞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화이트국가서 빠지면 1100개 품목 타격

문제는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더욱 확대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전략물자 수출 우대국가(화이트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르면 8월 중 한국이 화이트국가에서 제외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한국이 화이트국가에서 제외되면 한국에 수출하는 1100여개 품목에 대해 일일이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수출 승인까지 통상적으로 90일 가량 소요되기 때문에 일본산 부품을 조달해 사용하는 국내 기업들의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일본이 지정한 화이트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아르헨티나 △오스트레일리아 △오스트리아 △벨기에 △불가리아 △캐나다 △체코 △덴마크 △핀란드 △그리스 △헝가리 △아일랜드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뉴질랜드 △노르웨이 △폴란드 △포르투갈 △스페인 △스웨덴 △스위스 등 27개국이다. 동아시아에서는 한국이 유일하다.

일본 정부는 지난 8일 “이번 규제 조치를 계기로 한국 측에 원재료를 적절히 관리하도록 요구할 것”이라며 “개선 움직임이 없을 경우 화이트국가에서 제외하고, 규제 강화 대상을 일부 기계류나 탄소섬유 등 다른 품목에도 확대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한일 간의 마찰이 무역전쟁으로 확전될 기미를 보이면서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0일 ‘일본 경제 제재의 영향 및 해법’ 긴급세미나에서 “한일 무역 분쟁은 관세 부과로 대립하는 일반적 무역전쟁과 달리 상대국 핵심 산업의 필수 중간재 수출을 통제해 공급망을 붕괴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한일 무역 분쟁은 경제적 파급 효과가 훨씬 크다고 지적했다.

한일 무역전쟁으로 중국만 ‘어부지리’를 누리게 될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경연은 “한일 무역 분쟁의 최대 수혜국은 중국이 될 것”이라며 “미국의 GDP 증가는 0.05% 수준에 그치지만 중국의 GDP는 0.5~0.7%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오사카 G20 정상회의 공식 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청와대페이스북 ]

 

goldendo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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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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