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사회 교육

속보

더보기

‘우주신비 찾는다’..최대 지하실험실 伊그랑사소연구소를 가다

기사입력 : 2019년06월01일 15:02

최종수정 : 2019년06월01일 15:02

약 5만5000평 세계 최대규모
암흑물질 실체 찾는 실험시설
지표면 1400m 아래 위치

[그랑사소(이탈리아)=뉴스핌] 공동취재단 김영섭 기자 = 묵은 이끼가 낀 서늘한 동굴 속, 어른 키 네다섯 배는 되는 철문이 병풍처럼 접히며 열렸다. 이윽고 고개를 젖혀도 끝이 잘 보이지 않을 만치 거대한 실험시설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흡사 영화 속 미래 지하도시를 연상시키는 모습이었다. 이탈리아 반도의 아름다운 산줄기 아래 지하터널로 10㎞ 넘게 달리고 나서야 도착한 그랑사소국립연구소(LNGS)의 입구다.

한국 기자단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한국 기초과학연구원(IBS) 방문단과 함께 올해로 35년째를 맞은 그랑사소연구소를 찾았다.

이탈리아핵물리연구소 그랑사소연구소는 이른바 암흑물질(dark matter)의 정체를 연구 중인 과학계의 세계적 시설이다. 학계는 이 물질이 우주의 약 2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하지만 어떤 물질인지는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는 의미에서 암흑물질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고(故) 이휘소 박사가 제시한 ‘윔프(WIMP)’, 김진의 경희대 교수가 제시한 ‘액시온(Axion)’을 비롯해 최근에는 ‘비활성 중성미자(sterile neutrino)’까지 암흑물질의 유력 후보군으로 꼽힌다.

그랑사소 연구소 내 진행되고 있는 XENON-nT(제논-n톤) 프로젝트의 실험 모습. 제논(XENON) 가스를 액화시킨 액체제논과 윔프의 반응을 읽어내는 원리를 이용한다. 2019.06.01. [사진=공동취재단]

그랑사소연구소가 깊은 땅속에 건설된 건 이 후보 물질을 검출하거나 관찰하기 위해 지면에서 나오는 중성자, 하늘에서 쏟아지는 우주입자를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랑사소연구소 내부에서는 암흑물질 후보군들을 관찰하기 위해 세계 최첨단 수준의 다양한 실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각각 폭이 가로 100m, 세로 20m, 높이 18m로 이뤄진 실험공간 3개, 나아가 이를 연결하는 우회터널의 면적까지 합치면 총 면적이 18만㎡, 약 5만5000평에 달한다. 지하연구시설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실제 실험공간 내부 통로 벽면에는 테라모(Teramo)와 라퀼라(L'aquila) 두 도시의 이름이 써 붙어 있었다. 실험공간이 두 도시에 동시에 걸쳐있다는 표시다.

그랑사소연구소는 이탈리아의 국립공원인 그랑사소 산맥 지표면으로부터 1400m 아래에 위치했다. 연구소에 연결된 고속도로 지하터널 천장에는 성인 두셋 정도는 걸어 다닐 수 있을 법한 크기의 파이프가 펼쳐져 있었다.

방문단을 안내한 알마 포미콜라 연구본부장은 “연구소를 가운데 두고 양옆으로 같은 파이프가 연결돼 있다”면서 “예상치 못한 사고로 한쪽이 차단되더라도 다른 쪽에서 전력이나 공기순환을 시키려는 시설”이라고 설명했다.

윔프 입자를 검출하기 위해 그랑사소연구소는 인공 결정체(크리스탈)를 사용하는 ‘사브르(SABRE)’ 프로젝트를 비롯, 땅속 아르곤 기체를 액화시켜 윔프를 감지하려는 ‘다크사이드(Darkside)’, 냉각 액화된 제논 가스를 사용하는 ‘제논앤톤(XENON-nT)’ 프로젝트 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이 밖에도 중성미자 이중베타붕괴 현상을 관찰하기 위한 ‘보렉스(BOREX)’, ‘큐피드(CUPID)’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이런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유럽과 미국 등 세계 각지에서 모여 연구소에 상주하는 연구인력만 100여 명 규모다.

그랑사소 연구소의 실험 중 다크사이드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알도 이아니 박사. 다크사이드 프로젝트는 땅 속에서 아르곤 가스를 추출하는 기술을 이용해 암흑물질 후보군인 윔프를 탐색하고자 한다. 2019.06.01. [사진=공동취재단]

그랑사소연구소에서 이뤄지는 연구에 얼마나 많은 자원이 투입되는지 보여주는 게 ‘로만레드(Roman lead)’다. 납으로 된 로마시대 유물을 녹인 것으로 검출 방사능이 매우 낮아 우수한 차폐제로 쓰인다. 일반 납에 비해 구입비용이 수천 배에 달한다. 그랑사소연구소 시설에는 로만레드가 약 6t 쓰였다. 한국 양양의 암흑물질 검출 시설 ‘코사인(COSINE-100)’에는 200㎏ 정도가 보관돼 있다. 방문단을 안내한 스테파노 피로 책임연구원은 납으로 된 유물을 가리키며 “지중해 속으로 가라앉은 배 등에서 건져낸 유물”이라면서 “족히 2000년은 넘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함께 그랑사소연구소를 둘러본 김영덕 IBS 지하실험 연구단장은 “이탈리아는 오랜 세월 동안 축적된 기술력이 매우 뛰어난 국가”라면서 “그랑사소연구소는 이 같은 연구역량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연구환경에서 이만큼의 다양한 시설을 갖추기는 어렵겠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연구역량을 집중한 양질의 연구로 좋은 결과를 얻어내는 데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kimys@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尹 지지율, 2.6%p 오른 32.7% …김건희 논란 사과 긍정 영향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소폭 상승해 30%대 초반을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6일 발표됐다. 이재명 대표와의 영수회담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김건희 여사 논란에 대해 사과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종합뉴스통신 뉴스핌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업체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13~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5명에게 물은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는 32.7%로 집계됐다. 부정평가는 65.0%로 나타났다. '잘 모름'에 답한 비율은 2.3%다. 윤 대통령이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처음으로 사과하는 등 자세를 낮췄지만, 지지율은 2.6%p 상승하는 데 그쳤다. 부정평가는 1.7%p 하락했다. 긍정평가와 부정평가 간 격차는 32.3%포인트(p)다. 연령별로 보면 40대에서 긍·부정 평가 격차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만 18세~29세에서 '잘함'은 29.3% '잘 못함' 68.7%였고, 30대에서는 '잘함' 31.5% '잘 못함' 65.9%였다. 40대는 '잘함' 25.6% '잘 못함' 73.2%, 50대는 '잘함' 26.9% '잘 못함' 71.8%로 집계됐다. 60대는 '잘함' 34.9% '잘 못함' 62.5%였고, 70대 이상에서는 '잘함'이 51.8%로 '잘 못함'(43.7%)보다 높게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서울 '잘함' 27.8%, '잘 못함'은 70.8%로 집계됐다. 경기·인천 '잘함' 32.6% '잘 못함' 65.9%, 대전·충청·세종 '잘함' 36.0% '잘 못함' 61.0%, 부산·울산·경남 '잘함' 40.3% '잘 못함' 58.0%로 나타났다. 대구·경북은 '잘함' 43.8% '잘 못함' 51.7%, 전남·광주·전북 '잘함' 16.0% '잘 못함' 82.2%로 나타났다. 강원·제주는 '잘함' 31.6% '잘 못함' 60.1%로 집계됐다. 성별로도 남녀 모두 부정평가가 우세했다. 남성은 '잘함' 28.8% '잘 못함' 68.9%, 여성은 '잘함' 36.5% '잘 못함' 61.3%였다. 김대은 미디어리서치 대표는 윤 대통령 지지율 상승 배경에 대해 "취임 2주년 기자회견과 김건희 여사 의혹 사과 이후 소폭 반등 했다"면서도 "향후 채상병 및 김 여사 특검, 의대정원 문제, 민생경제 등 현안에 대해 어떻게 풀어갈지에 따라 지지율이 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차재권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영수회담, 기자회견, 김 여사 논란 사과 등으로 지지율이 소폭 상승했다"면서도 "보여주기식 소통이 아니라 국정운영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지지율은 상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여론조사는 성·연령·지역별 인구비례 할당 추출 방식으로 추출된 표본을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100%) ARS 전화조사 방식으로 실시했으며 응답률은 2.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통계보정은 2024년 1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기준으로 성별 연령별 지역별 가중 값을 부여(셀가중)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parksj@newspim.com 2024-05-16 06:00
사진
이란 대통령 탄 헬기 추락…'악천후' 탓 수색 난항으로 생사 불명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일행을 태운 헬기가 19일(현지시간) 추락했지만 기상 악화로 수색 활동이 난항을 겪으면서 아직까지 생사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날 이란 내무부는 라이시 대통령이 탑승한 헬기가 북서부 동아제르바이잔주(州) 중부 바르즈건 인근의 디즈마르 산악 지대에 추락했다고 밝혔다. 라이시 대통령은 이날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과 국경 인근에 건설한 아라스강의 댐 준공식에 참석했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사고 헬기에는 라이시 대통령과 함께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외무장관, 말리크 라흐마티 동아제르바이잔 주지사, 타브리즈 지역 종교지도자 아야톨라 모하마드 알하셰미, 경호원 등이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은 앞서 사고 헬기가 비상착륙 했다고 보도했다가 내무부 확인을 거친 뒤 추락으로 표현을 바꿨다. 아흐마드 바히디 이란 내무장관은 "사고 접수 후 구조대 40개 팀을 급파했으나 악천후와 험한 산악 지형 때문에 수시간이 지났지만 구조대가 사고 현장에 아직 도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헬기 추락 인근 지역에 구조대가 급파됐으나 안개로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모습이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2024.05.20 kwonjiun@newspim.com 이란 정부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헬기 추락으로 라이시 대통령과 압돌라히안 외무장관의 생사가 위기"라며 "우리는 여전히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지만 현장에서 나오는 정보는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사고 헬기에 타고 있던 승무원 한 명과 또 다른 탑승자 한 명이 구조대원들과 접촉했다는 증언도 나왔고, 헬리콥터 위치를 파악했다는 보도도 나왔으나 국제적십자사 조직인 이란 적신월사는 보도를 부인했다. 이란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헬리콥터가 추락한 이후 라이시의 안전을 기원한다면서도 이번 사태로 국정 혼란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신께서 존경하는 라이시 대통령과 그의 동료들을 국가의 품으로 돌려주시기를 바란다. 우리 모두는 이들의 안전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이라크, 튀르키예 등 인근 국가와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은 구조와 수색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헬기 사고 소식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수색에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러시아에서는 마리아 자하로바 외교부 대변인이 "실종 헬기 수색과 사고 원인 조사에 필요한 모든 도움을 건넬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 외무부는 성명에서 "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란 이슬람 공화국을 지지하고 있으며 이란이 필요로 하는 모든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국도 이번 사고를 예의주시 중이다. 백악관은 조지아주를 방문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사고를 보고받았다고 밝혔고 미 국무부는 성명을 통해 라이시 대통령이 탄 헬기 사고 보도를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소셜미디어 엑스에 글을 올려 "이란 대통령과 외무장관을 태운 헬기가 예기치 않게 비상 착륙했다는 뉴스를 보고 있다"며 "EU 회원국 및 파트너들과 함께 상황을 긴밀히 주시 중"이라고 전했다. kwonjiun@newspim.com 2024-05-20 05:35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