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재개발 구역지정 해제 요건의 하나로 사용했던 '역사문화적 가치 보전' 조항이 폐지될 위기에 놓이자 서울시가 대책마련에 나섰다.
법원이 역사문화적 가치 보전을 이유로 정비구역을 지정 해제하는 것은 상위법을 위반했다는 법 논리에 대해 정부와 협의해 법 개정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한양 도성을 문화재로 만들겠다는 '박원순 프로젝트'의 지속성을 위해 이 조항을 반드시 지켜내겠다는 게 서울시의 입장이다.
30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대법원이 내린 '역사문화적 가치 보전을 위해 재개발 구역 지정을 해제할 수 없다'는 법리 해석에 대해 반발하며 상위법을 개정해 해당 조항을 추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사직2 도시환경정비사업구역 조합이 낸 구역지정해제 무효 소송에서 조합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2016년 개정된 서울시의 도시및주거환경정비조례에서는 역사문화적 가치 보전을 이유로 구정지정을 직권해제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는 상위법인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에는 없는 내용이라며 상위법에 없는 내용을 포함시켰기 때문에 서울시 조례는 애초 무효라고 판시했다.
도정법에서는 주민 30% 이상이 반대라면 지방자치단체장이 직권으로 구역지정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역사문화적가치 보전을 위해 사업을 중단시킬 수 있는 권한은 주지 않았다. 즉 서울시가 조례에 상위 법에 없는 내용을 넣어 월권을 했으며 이에 근거한 행정처분은 무효라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의 조례도 개정돼야할 판국에 놓였다. 하지만 서울시는 즉각적인 조례 개정을 추진하지 않고 정부와 협의해 해당 '역사문화적 가치 보전' 내용을 도정법에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하지만 이는 후손에 물려줄 자원 지키자는 의미인 만큼 법 개정을 추진해서라도 이어나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이를 위해 국토교통부와 협력해 법 개정을 상의한다는 입장이다. 시는 조만간 법 개정 절차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울시가 건의하면 법 개정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역사문화적 보전가치를 이유로 정비구역 지정을 직권 해제할 수 있게 된 것은 지난 2016년 3월 개정된 서울시 도시계획조례에 근거한다. 서울시는 뉴타운 출구전략의 하나로 지난 2016년 4월부터 2017년 연말까지 '시장 직권해제' 조치로 서울시내 정비사업구역을 해제시켰다. 구역내 주민들의 30% 이상이 반대하면 직권해제를 할 수 있도록 한 것.
이에 앞서 서울시는 직권해제 사유로 '역사문화적 가치 보전'이란 항목도 추가했다. 이에 따르면 시가 역사문화적가치를 보전해야한다고 판단할 경우 주민들의 사업 추진 의사와 상관없이 재개발사업을 중단할 수 있다.

문제가 된 곳은 종로구 사직2구역과 옥인1구역, 충신1구역 등이다. 이들 구역은 서울시가 조례 개정을 하기전 이미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시공사까지 선정해놓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바뀐 조례에 따라 하루 아침에 사업이 중단됐다.
이 가운데 옥인1구역과 충신1구역은 시의 구역지정해제 조치를 받아들이고 도시재생사업에 착수한 상태. 하지만 서울시가 약속한 매몰비용 100% 보상은 아직 지켜지지 않았다. 반면 사직2구역은 2년간의 소송전 끝에 구역해제 취소 판결을 받아냈다.
당장은 위법으로 판단된 조례를 개정하지 않아도 된다. 시는 역사문화적 가치 보전을 이유로 4대문 성곽 주변에 있는 종로·성북구 일대 정비구역을 대거 해제한다는 방침이지만 주민과의 갈등을 빚은 곳은 사직2구역 밖에 없어서다. 사직2구역은 대법원 판결에 따라 구역지정해제 이전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옥인1구역과 충신1구역은 이미 매몰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 조례에 따른 문제가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장은 위법화로 간주된 도시및주거환경정비조례로 직권해제에 나서지 않겠지만 법 개정을 추진해 역사문화적 가치 관리에 나설 것"이라며 "시는 앞으로도 구역 내 문화유산 보존 활용 등 지역 여건에 맞는 주거환경 개선을 통해 주거지 재생을 지속 실행할 계"이라고 강조했다.
donglee@newspim.com












